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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박찬호의 라이벌이자 팀동료 다저스의 투수진을 살펴보자

by 카이져 김홍석 2007. 12. 27.
2008년의 LA 다저스는 강하다. 그것도 무척이나. 보유하고 있는 모든 전력을 발휘한다고 가정했을 때, 뉴욕 메츠를 제외하고는 내셔널 리그에서 다저스를 견제할 만한 팀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그것도 페드로 마르티네즈가 부상 없이 풀시즌을 뛰어준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이미 올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LA 다저스는 리그 최강 전력으로 손꼽혔었다. 제이슨 슈미트를 3년간 4700만 달러에 그들의 에이스로 영입한 기대치가 반영된 예상이었다. 하지만 슈미트는 몇 경기 던지지도 못하고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했고, 결국 다저스는 82승 80패 지구 4위의 초라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하고 말았다.


하지만 내년 시즌에는 그 슈미트가 돌아온다. 거기에 거액을 들여 FA 앤드류 존스(2년 3620만)를 붙잡는 데 성공했다. 문제가 되었던 베테랑과 신예 선수들의 조화만 조 토레 감독이 이루어 낼 수만 있다면, 투-타에 걸쳐 결코 얕볼 수 없는 팀으로 변모할 것으로 예상되는 팀이 다저스다.


현지 언론이나 다저스 팀의 분위기로 봐서는 박찬호를 초청선수로 데려간 것은 선발 투수로의 활용보다는 비교적 빈약한 구원 투수진에 힘이 되어 줄 것을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박찬호는 작년 WBC에서 마무리로 멋진 활약을 한 후 몇몇 팀으로부터 주전 마무리 자리를 제안 받은 적이 있다.


본인 역시도 미국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가진 기자 회견에서 “우선은 선발투수를 목표로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한편으로는 팀에서 원한다면 구원 투수로 뛸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과연 박찬호가 다시금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되기 위해 내년 스프링 캠프에서 경쟁해야할 선수들은 누가 있을까. 7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다저스의 투수진을 한번 살펴본다.



▷ 부동의 원-투-스리 펀치


예전 케빈 브라운-박찬호만큼의 위력 있는 원투펀치를 보유하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다저스의 선발진은 강력하다. 특히나 제이슨 슈미트, 브래드 페니, 데릭 로우가 맡게 될 것으로 보이는 1~3선발 보직은 그들이 특별히 부상에 시달리지 않는 한 누구도 빼앗을 수없는 부동의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슈미트의 공백으로 인해 에이스의 중책을 떠맡았던 브래드 페니(16승 4패 3.03)는 올 시즌을 기점으로 한꺼풀 벗은 느낌이다. 지난해 ‘마스터’ 그렉 매덕스와 함께 했던 몇 개월의 시간이 페니를 완전히 다른 투수로 탈바꿈하게 만들었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포심을 구사하는 페니는 내년 시즌에도 사이영상 후보로서 맹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박찬호와 동갑(73년생)인 데릭 로우의 경우는 21승으로 사이영상을 다투던 2002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엘리트급 투수로서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다. 다저스에 합류한 뒤 3년 연속 12승 이상에 3점대 중반의 방어율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내년 시즌에도 다저스 선발 투수들 중 가장 안정적이고 꾸준한 투수로서 3점대 방어율로 13~16승 정도를 거둘 것이다.


마찬가지로 73년생인 슈미트는 피츠버그 시절만 하더라도 잠재력만 인정받았을 뿐, 실제로 내비친 성적은 박찬호와 비교도 되지 않을 수준이었다. 그런 그가 샌프란시스코로 이적한 후 에이스급 투수, 그것도 사이영상을 노릴 수 있을 만한 투수로 성장했고, 지금은 다저스의 에이스가 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1~3선발 중 가장 빈틈이 노출될 가능성이 가장 큰 선수이기도 하다. 부상으로 시즌을 접기 전까지 6번의 등판에서 6.31의 방어율로 두들겨 맞았다. 건강하기만 하다면 무난히 3점대 안팎의 방어율로 15승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지만, 그 건강함 자체가 의심이 되는 선수다. 어쩌면 슈미트의 부상으로 인해 박찬호에게 기회가 주어질 지도 모른다.



▷ 의문의 구로다 히로키 & 유망주 채드 빌링슬리


다저스는 앤드류 존스에 이어 3년간 3530만 달러의 거금을 들여 일본 출신의 구로다 히로키를 영입했다. 사실 구로다의 몸값은 두 달 사이에 엄청나게 뛰었다. 그가 처음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할 당시만 하더라도 논의되고 있던 몸값은 3년간 2400만 달러 수준. 그러던 것이 3000만 달러라는 루머로 발전하더니 마침내 위의 금액에 최종 사인을 하게 되었다. 그만큼 알게 모르게 구로다를 노리던 팀들이 많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구로다의 일본리그 시절 성적만으로는 그의 성공 여부를 점치기가 어렵다. 워낙 예외적인 변수도 많거니와 당장 올시즌의 마쓰자카 다이스케와 이가와 게이만 봐도 그 행보가 완전히 엇갈렸기 때문이다. 빅리그에 진출하기 전의 5년 동안 평균 15승을 거두었던 이가와는 올해 2승 3패 6.25로 무너져 내렸다. 마쓰자카의 경우는 15승을 거두며 나름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긴 했지만, 4년 연속 2점대 방어율(2.83-2.90-2.30-2.13)을 기록한 후 빅리그에 도전한 그의 올시즌 방어율은 4.40이다.


그 둘과 달리 사와무라 상 수상 경력조차 없는 구로다는 일본에서의 최다승이 15승에 불과하다.(11년 통산 103승) 2006년 1.85의 방어율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그 한해를 제외하곤 2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시즌도 없는 실정이다. 마쓰자카, 이가와와 비교해 결코 우위를 보인다고 할 수 없는 구로다의 성공 가능성은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 다저스타디움의 힘을 빌어서라도 마쓰자카 만큼만 해준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제 2의 이가와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5선발 채드 빌링슬리는 다저스가 꽤나 오랫동안 심혈을 들여 키운 특급 유망주다. 메이저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손가락에 꼽힐 수준의 선수다. 2003년 다저스의 1라운드 드래프트 픽인 빌링슬리는 84년생으로 지난해 빅리그에 첫발을 내딛은 이후 올해까지 선발로 등판한 36경기에서 198.1이닝을 소화하며 14승 9패 방어율 3.36의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이대로라면 박찬호에 이어 오랜만에 다저스의 자체 팜 출신 에이스급 투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빌링슬리에게도 약점이 하나 있다. 바로 다름 아닌 제구력. 198이닝에서 허용한 볼넷이 무려 106개다. 피안타율(.253)은 준수한 편이지만 볼넷 남발 때문에 조기 강판당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경기당 소화한 이닝이 적은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하지만 팀에서 기대하고 있는 유망주라 아슬아슬하긴 해도 5선발 자리는 보전해 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다저스의 선발 로테이션에 박찬호가 포함될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 이 칼럼난을 통해 여러 번 언급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스프링캠프의 시범경기 성적은 단지 참고사항일 뿐이다. 위의 5명이 모두 시범경기에서 5점대 이상의 방어율을 기록하고 박찬호가 단 1점도 허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5명이 건강한 이상 그들의 자리를 빼앗을 수는 없다.


결국 노릴 수 있는 것은 부상 등의 변수로 인한 결원이 생기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슈미트가 부상으로 신음하고 구로다가 심각한 부진에 빠져 로테이션에서 탈락한다 하더라도 선발 대체요원 1순위는 박찬호가 아니다.


다저스에는 올해는 부상으로 거의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지난 2003년에는 21승 9패 2.90의 성적으로 아메리칸 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2위에 오르는 등, 4년 연속으로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한 에스테반 로아이자도 있다. 내년 시즌 700만 불의 연봉이 책정되어 있는 터라 트레이드 될 확률도 없지 않지만, 슈미트의 건강과 구로다의 적응 여부가 불안한 터라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불펜 요원으로 데리고 있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 빈약한 불펜진


올해 사실상 내셔널 리그 최고의 마무리였던 사이토 다카시(39세이브 1.40)를 제외하면 다저스에 믿을만한 불펜 투수는 차세대 마무리로 키우고 있는 조나단 블랙스턴(4승 4패 2.85)과 스캇 프록터(5승 5패 3.65) 둘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머지 한자리는 로아이자가 차지할 것이 확실하지만 그 외의 2~3자리는 얼마든지 유동적일 수가 있는 것이다.


시범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는 가정 하에서지만, 박찬호 스스로가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일단은 불펜 투수로 있으면서 선발 진입의 기회를 노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한 팀이 시즌을 진행하다 보면 선발 로테이션에서의 결원은 생길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것이다. 1순위 대체요원이 로아이자라 하더라도 선발 등판이 가능한 투수라면 로스터에 있는 한 기회가 주어지게 되어 있다. 굳이 선발 투수를 고집하겠다면 그때 기회를 살리면 된다.


무엇보다 2008년은 박찬호의 또 하나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적기이기도 하다. 서두에 언급했지만, 내년의 다저스는 무척이나 강하다. 모든 선수들이 바라마지 않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릴 수도 있는 전력이라는 뜻이다.(그들의 타선에 대해서는 조만간 다시 지면을 통해 소개할 계획이다) 불펜 투수라도 팀의 우승에 보탬이 되며 한 축을 담당한다면 그 또한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물론 쉽지 않은 여정이 되겠지만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12월을 충분히 쉰 박찬호는 1,2월에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경험 많은 노장으로서 노련함까지 갖추고 있는 박찬호가 전성기만큼은 아니더라도 로스터에 포함되어 힘을 실어줄 수 있을 정도만 된다면 팀으로서도 바라는 바다. 특히 박찬호에게 있어 다저스타디움은 좋은 기억이 많은 곳이다. 그가 있던 시절에 비해 타자에게 불리한 요소를 많이 줄였지만, 여전히 그곳은 박찬호의 장점을 살려줄 수 있는 구장이다.


박찬호 스스로가 자신의 몸 상태가 좋다고 밝히고 있는 만큼, 투혼을 불태우며 다시금 활활 타오르길 기대해 본다. 이대로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끝내기에는 뭔가 아쉽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