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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꽃 보다 야구

'풍운아' 김진우, 자생(自生)을 기원한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6. 20.

한국 야구 위원회(이하 KBO)로부터 폭행 혐의로 ‘무기한 실격 선수’ 처분을받은 롯데 자이언츠의 정수근(32)이 그라운드로 복귀하게 됐다. 그의 복귀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뒤로 하더라도 적어도 그의 복귀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또 다른 징계 선수’가 있다. 지난 2007 시즌을 끝으로 구단으로부터 임의탈퇴 처분을 받은 김진우(26)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진우는 지난 11일, 자신의 미니홈페이지를 통하여 강력한 복귀 의사를 밝혔다. ‘야구가 미치게 하고 싶다’, ‘야구만 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다할 수 있다’며 구단 측에 자신의 임의 탈퇴 신분을 하루 빨리 풀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구단 측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그가 변했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시켜 줄 때까지 복귀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그를 향하여 야구계 선배들은 한 마디로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는 조범현 감독도 마찬가지다. 조 감독은 지난 11일, 히어로즈와의 목동 경기에 앞서 “(김진우에 대해) 좋지 않은 보고만 들어온다”며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보인 데 이어 “그 때(올해 1월 초)부터 열심히 했으면 지금쯤 몸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구단측에서도 (김진우가) 재산인데, 모른 척 하겠느냐”며 후배이자 제자인 김진우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김진우는 올 시즌에 앞서 경찰청 야구단 유승안 감독의 배려를 받아 동계 훈련에 합류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제대로 몸만 만들면’ KIA 마운드로의 복귀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는 두 달간의 경찰청 생활에도 마침표를 찍어야 했다. 당시 투수조에서 그를 지켜보았던 김경원 경찰청 투수코치도 전화 통화에서 “경찰청에 있는 두 달 동안(1월~3월) 충실히 훈련했지만, 공백이 길었기에 생각보다 몸이 잘 만들어지지 않아 스스로 많이 답답해했다.”며 힘겨워 하는 후배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 김진우는 지난 2007년 7월 이후 팀으로부터 임의탈퇴 처분을 받았다 ⓒ KIA 타이거즈

신은 그에게 ‘재능’과 ‘게으름’을 동시에 선물했다

많은 이들은 2001년 고교야구를 평정했던 진흥고등학교의 ‘홍안소년’ 김진우를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다. 청룡기 준우승을 포함하여 대통령배, 봉황대기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그는 류제국(당시 덕수정보고)과 함께 메이저리그에서도 군침을 흘렸던 당대 최고의 유망주였다. 특히, 2001 청룡기 결승에서 류제국과 맞대결을 펼쳤던 당시 승부는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을 만큼 그의 재능은 이미 고교레벨을 넘어서고 있었다. ‘무쇠팔’로 평가받을 만큼 잔부상 없이 고교생활을 마친 것도 ‘복’이었다.

이에 김진우는 당시로는 신인 최고액인 계약금 7억원을 받고 KIA에 입단했다. 184㎝, 110㎏의 당당한 체구에 150㎞를 넘나드는 빠른볼과 낙차 큰 커브는 프로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그는 2002년 탈삼진왕 타이틀을 따냄과 동시에 12승 11패, 방어율 4.07의 성적을 거두며 성공적인 첫 해를 보냈다.

그러나 김진우의 야구 인생은 그가 바라던 방향과는 전혀 다르게 전개됐다. 그리고 프로 2년차인 지난 2003년 4월, 음주폭행사건으로 형사처벌을 받으며 야구 인생의 첫 번째 위기를 맞이했다. 이러한 악조건하에서도 김진우는 2003 시즌 동안 11승 5패, 방어율 3.45를 마크하며 그 재능만큼은 인정받았다.

이후에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KIA 마운드에서 나름대로 제 역할을 했지만, KIA 팬들과 한국 프로야구가 김진우에게 ‘보통 선수’의 모습을 원한 것은 아니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최동원, 선동렬같은 당대의 투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었기에 더욱 그의 분발을 촉구했다. 그러나 김진우는 2006 시즌에 10승 4패, 방어율 2.69를 기록하며 마지막 힘을 낸 이후 ‘끝없는 방황’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2007년 7월, 김진우는 마침내 ‘팀과는 전혀 상관없는 개인사’를 이유로 팀을 무단이탈하기에 이르렀다. 이전까지도 김진우 문제에 쉬쉬하던 KIA도 결국은 그에게 ‘임의탈퇴’라는 중징계를 내리면서 가차 없이 채찍질을 가했다.

안타까웠던 것은 그가 한국 프로야구계를 호령할 만한 재주가 있었음에도 불구, 그 재능에 걸맞는 ‘피 나는 노력’을 게을리 했다는 사실이다. ‘게으른 천재’의 종말은 그렇게 끝을 달리는 듯싶었다.

‘정수근’은 되고, ‘김진우’는 안 되는 이유

지난 주 정수근이 ‘무기한 실격 선수’ 처분에서 풀려나자 김진우는 자신의 미니홈페이지를 통하여 ‘정수근 선배는 되고, 왜 나는 안 되나’라는 푸념 아닌 푸념을 늘어놓은 바 있다. 이에 조범현 감독과 KIA 구단은 “100% 몸을 만들고 난 다음에 스스로 찾아와야 한다”고 잘라 말한 바 있다. 이것이 ‘정수근’은 되고, ‘김진우’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게으른 천재’보다 ‘200% 노력하는 선수’를 특히 더 선호하는 조범현 감독 입장에서는 김진우 스스로가 솔선수범하기를 바라고 있다.

▲ 그가 행복한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까지 그를 '응원'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 김진우 미니홈페이지 캡쳐

하지만 김진우 본인은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미니홈페이지를 찾는 많은 팬들이 그를 ‘비난’하기 보다는 여전히 ‘응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김진우도 ‘몸을 만들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리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말’만 그래야 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게으른 천재’라는 타이틀에서 스스로 벗어나야 한다.

김진우를 안타까워하는 이들의 생각은 한결같다. 그가 이대로 무너지기에는 그의 재능이 너무나 아깝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프로야구는 ‘비운의 야구 천재’ 손경수(전 홍익대)가 스스로 무너지며, 아까운 재주 한 번 써보게 하지 못하고 쓸쓸히 퇴장하는 모습을 봐왔기에 더욱 그러하다.

결국 김진우가 되살아나느냐의 여부는 스스로가 마음을 어떻게 고쳐먹느냐에 달린 셈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김진우의 모습을 마운드에서 볼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

// 유진(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