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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꽃 보다 야구

올 시즌 무승부 처리 문제는 KBO와 각 구단이 자초한 일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6. 30.

지난 25일, 광주 구장에서는 고교야구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면들이 펼쳐졌다.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의 시즌 12차전 경기에서 김광현이 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것을 비롯하여 3루수 최정이 마운드에 올랐다. 불펜에서는 윤길현이 남아있었지만, 김성근 감독은 윤길현의 몸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야수 중 아마 시절에 투수로 활약했던 최정을 긴급 투입시켰다. 오히려 윤길현은 야수가 모자른 상황에서 1루수로 그라운드에 나서야 했다.

SK의 기이한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2회 말, KIA의 마지막 공격에서 무사 2, 3루의 위기를 맞이하자 이 때 사용되었던 ‘특이한 시프트’가 구설수에 올랐다. 당시 상황에서 좌타자 김형철이 나서자 SK는 2루수, 3루수 유격수를 극단적으로 좌측에 배치했다. 김형철이 당겨치거나 1루 쪽으로 스퀴즈 번트만 대어도 경기는 그것으로 끝이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경기는 ‘투수 최정’의 투구를 포수 정상호가 잡지 못하며 ‘끝내기 패스트 볼(Passed ball)’로 KIA가 승리를 가져갔다.

이쯤 되자 많은 야구 전문가들과 야구팬들은 ‘무승부=패’로 간주되는 승률 계산법에 반발심을 일으킨 김성근 감독이 ‘경기를 일부러 져 주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에까지 이르렀다. 물론 김 감독은 이에 대해 적극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SK가 25일 경기에서 보여주었던 행동만큼은 ‘상식선’을 벗어났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 KBO는 한국 프로야구 행정부문에서 확실히 중심을 잡고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 매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무승부 처리 문제’

한국 야구 위원회(이하 KBO) 윤병웅 기록실장은 2월에 열린 기록 강습회에서 ‘무승부 규정’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윤 실장은 “순위 결정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다승으로만 순위를 결정하는 방법, 무승부를 0.5승으로 인정하여 승률을 계산하는 방법, 전체 경기에서 무승부를 제외한 나머지 경기의 승패로 승률을 계산하는 방법 등이 있다. 작년 같은 경우 끝장 승부로 무승부 자체를 아예 나오지 않게 하는 방법을 적용시켜 보았다. 그러나 많은 방법을 시도해 보았지만, 8개 구단 모두를 만족시키기에는 어려웠다. 매년 터져 나오는 무승부 처리 규정은 그래서 뜨거운 감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론상으로 순위를 결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승부를 없애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무승부가 없다면 8개 구단 모두 만족할 만한 순위 결정 방법이 도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도 이미 작년 끝장 승부의 사례에서와 같이 선수들의 체력 문제가 지적되어 시행 1년 만에 다시 무승부 규정을 부활시킬 수밖에 없었다.

결국 ‘무승부’가 프로야구에 존재해야 한다면 이것에 대한 처리 규정도 모두가 만족할 만한 해답을 도출해야 마땅하다. 그래서 올 시즌에는 무승부를 아예 승률에서 제외시키되, 총 경기숫자(133경기)에서 순수하게 승리한 경기 수만 승률에 반영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은 지난 1월 13일, 프로야구 조찬 간담회에서 최종 결정이 내려졌다.

▷ 무승부 처리 규정, 이번에도 실패작…원인은 ‘대화 부족’

그러나 이러한 무승부 처리 규정은 다시 한 번 실패로 돌아설 확률이 크다. 각 팀마다 무승부 처리 규정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는 팀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SK의 경우 승차에서 앞서고도 승률에서 밀려 한때 시즌 2위를 차지했던 기현상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번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다시 한 번 무승부를 0.5승으로 간주하는 승률 계산법을 부활시키거나 전체 경기에서 무승부를 제외한 나머지 경기의 승패로 승률을 계산하는 방법을 부활시킬 수 있다. 단장회의에서 취합된 안건을 바탕으로 프로야구 사장단 조찬 간담회에서 확정된 이야기인데, 왜 이러한 결정에 선수들과 감독들, 그리고 야구팬들까지 반발하는 것일까?

그만큼 각 구단 단장과 사장단이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화가 부족하다 보니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못했고, 이에 따른 결과가 그라운드에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10년을 바라보아야 할 한국야구 행정이 1년도 채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 8개 구단 사장단들은 각기 야구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을 지니고 있다.

생각해 보면 ‘져주기 의혹’이 일어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무승부를 패배로 간주하는 승률 계산법에 따른다면, 둘 다 패배를 기록하는 것보다 어느 한 팀에게라도 1승을 선사(?)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이러한 폐혜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논의가 이루어졌다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탁상 행정’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간단하다. 활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각 구단 감독 회의를 통하여 취합된 결과를 단장회의나 사장단 이사회 때 의제로 논의해 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간단하고도 효율적으로’ 해결 될 일을 KBO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시즌 초에 하지 않기로 했던 더블헤더를 시즌 중에 부활시키는 ‘코미디’를 연출하기도 했다.

무승부 처리 문제를 포함하여 프로야구 현안 문제는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취합하여 단장이 하나의 문건으로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이사회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중심을 잡아주어야 하는 것이 바로 KBO다.

// 유진(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