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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발전 없던’ 푸홀스, 드디어 성장하기 시작하다

by 카이져 김홍석 2009. 7. 1.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소속의 1루수 알버트 푸홀스(29)는 한국에서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선수다. 그리고 그 팬들은 푸홀스를 두고 “그는 발전이라곤 모르는 선수다”라며 장난 섞인 말을 하곤 한다. 물론 순전히 농담만은 아니다. 여기에는 팬들의 아쉬움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푸홀스는 2001년 처음 팬들 앞에 나타날 때부터 ‘완전체’의 모습으로 등장해 지난 8년 동안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타자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괴물’이라고 불리는 푸홀스는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진짜 ‘괴물다운’ 성적을 보여준 적이 없다. 푸홀스는 아직까지 50홈런이나 150타점을 넘겨본 적이 없다. 얼마든지 가능할 것 같으면서도 이상하게 거기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던 것이다.


소위 메이저리그에서 일컫는 ‘몬스터 시즌’이 아직까지 푸홀스에게는 없었다. “발전이 없다”는 말은 매년 성적이 다른 타자들의 ‘커리어 하이’급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레벨에서 비추어 봤을 때의 ‘괴물 같은’ 성적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는 뜻이었다.

지난 8년 동안 푸홀스는 40홈런 122타점 그리고 .334의 타율을 ‘평균(!)’으로 기록했다. 그에 비해 최다 홈런은 49개, 최다 타점은 137개였다. 늘 상위권을 지키고 있으면서도 여태껏 홈런왕이나 타점왕을 차지한 적이 없다. 이만하면 오히려 그 극에 달한 꾸준함 때문에 팬들이 아쉬움을 느낄 만하다.

그러한 푸홀스가 드디어 ‘발전’이라는 것을 시작했다. 올 시즌을 자신의 ‘몬스터 시즌’으로 만들 태세다.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매니 라미레즈라는 두 명의 상징적인 타자가 금지약물과 관련되는 바람에 실망한 팬들은 푸홀스 홈런쇼를 보기 위해 다시 TV 앞으로 모이고 있다.

푸홀스는 현지시간으로 6월 30일(한국 시간 7월 1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2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단숨에 30홈런 고지를 점령했다. 6월이 끝나기 전에 30홈런을 돌파한 역사상 7번째 선수가 된 것이다. 더군다나 올해는 WBC로 인해 시즌 시작도 예년보다 조금 늦었다.

푸홀스는 현재 30홈런으로 애드리언 곤잘래스(24개)를 크게 따돌리고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달리고 있으며, 타점도 77개로 프린스 필더(74개)에 앞선 1위다. 타율(.332)은 내셔널리그 5위, 1위 데이빗 라이트(.345)의 차이가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그 어느 때보다도 ‘타격 3관왕’에 대한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출루율(.453)과 장타율(.743)은 물론, 득점(61개)까지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달리고 있어, 주요 타이틀 전부를 싹쓸이할 분위기다.

푸홀스가 30호 홈런을 때려낸 이날 경기는 소속팀 카디널스의 79번째 경기였다. 아직 83경기가 남아 있으며, 푸홀스의 현재 성적을 시즌 전체로 환산하면 62홈런 159타점이 된다. 예년에 비해 몸 상태도 좋아 경기에 결장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푸홀스라는 타자의 최고 시즌으로 자랑할 수 있을만한 수치가 드디어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4월과 5월, 각각 8홈런씩에 그쳤던 푸홀스는 6월에만 14홈런을 기록하며 단숨에 홈런-타점 부문 1위로 등극했다. 최근의 페이스가 너무나도 무섭다는 뜻이다. 지금 같아서는 60홈런이 동반된 42년만의 타격 3관왕이 꿈만은 아닐 것 같다.

적어도 현재까지 푸홀스는 약물 논란에서 자유로운 편이며, 그런 그가 61개 이상의 홈런을 쏘아 올린다면 그것은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새롭게 조명되어야 할 대사건이 될 전망이다. 1961년 로저 메리스의 61홈런 기록을 넘어선 앞선 3명의 선수(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 배리 본즈)는 모두 스테로이드와 관계가 있었기 때문.

이미 홈런 잘치고 타점 많으면서, 타율까지 높은 ‘우타자’ 푸홀스의 존재는 충분히 경이롭다. 야구라는 스포츠의 특성상 왼손잡이가 유리한 것이 사실이며, 때문에 베이브 루스와 루 게릭, 테드 윌리암스 등 홈런과 타율이 모두 높은 타자는 대부분 좌타자였다. 푸홀스처럼 타율과 홈런에서 모두 두각을 나타내는 우타자는 매우 드물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그의 통산 타율은 단순히 3할 언저리가 아니지 않는가.

푸홀스는 통산 .334의 타율로 역대 23위에 올라 있다. 그 보다 높은 타율을 기록한 22명의 선수들 가운데 우타자는 8명에 불과하며, 그 8명 중에서도 통산 200홈런 이상을 기록한 거포는 전설적인 2루수 로저스 혼스비(301홈런 1584타점 .358) 단 한 명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교타자 스타일에 가깝다. 푸홀스의 존재 자체가 신기한 이유다.

발전 없이도 메이저리그 역사를 뒤바꿔 놓을 수 있을만한 ‘괴물’이 드디어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 끝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지금 현재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아이콘은 분명 알버트 푸홀스다.

// 김홍석(
Yagoo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