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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꽃 보다 야구

'리틀 김선빈' 김선현, "형과 키스톤 콤비 이루고 싶어"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7. 14.

프로야구를 포함하여 고교/대학야구를 살펴보면, 적지 않은 부자(父子)선수들을 만날 수 있다. 경기고등학교에서 유격수 겸 중심타자로 활약중인 이성곤(3학년)은 MBC ESPN 이순철 해설위원의 아들이며, 올 시즌 처음으로 해외 진출을 선언한 천안 북일고등학교 김동엽은 전 한화 이글스 포수 김상국 선수의 아들이다. 올해 마흔 세 번째 생일을 맞은 송진우 선수의 아들도 야구를 한다. 좌완투수인 아버지와는 달리 포수로 자리잡은 송우석(16)군은 북일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중이다.

이들은 모두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접했다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아버지가 야구하는 장면을 눈으로 많이 보면서 저절로 야구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따로 조기 교육이 필요 없다. 북일고 김동엽의 경우만 해도 돌잔치부터 야구공을 손에서 놓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야구 핏줄’은 부자관계에만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형제관계에도 끈끈한 정과 핏줄로 야구를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원년 멤버인 OB 베어스(두산 베어스 전신)의 구천서-구재서 형제를 포함하여 지화동-지화선 형제(전 한화 이글스)도 야구를 했다. 현역 선수들로 압축해 보아도 형제가 모두 프로 유니폼을 입은 경우를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 중 정수근(롯데 자이언츠)-정수성(히어로즈) 형제, 조동화(SK 와이번스)-조동찬(삼성 라이온스) 형제의 존재는 꽤나 유명하다.

▷ 화순고 김선현, ‘나는야 리틀 김선빈’

그리고 여기 또 다른 ‘형제 선수’가 프로에서 ‘키스톤 콤비(유격수와 2루수)’를 이룰수 있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바로 KIA 타이거즈 김선빈(20)과 화순고 유격수 김선현(17)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세 살 터울의 두 선수는 사실 중, 고등학교 시절에 호흡을 맞춘 경험이 없다. 그러나 두 선수의 타격/수비 스타일은 똑같이 닮았다. 이는 정수근-정수성 형제가 똑같이 넓은 외야 수비 범위와 빠른 발을 갖추었다는 것과 같은 선상에서 살펴 볼 수 있다.

체격 조건도 똑같다. 형 김선빈이 165cm/70kg, 동생 김선현이 165cm/68kg의 체격 조건을 갖췄다. 누가 보아도 형제라는 것을 알아 볼 만큼 외모도 똑같이 닮았다. 그래서 주위에서 김선현에 붙여 준 별명도 ‘리틀 김선빈’이다.

고교 시절, 빼어난 내야 수비실력을 자랑했던 형 김선빈과 마찬가지로 동생 김선현도 빠른 발을 이용한 폭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한다. 그야말로 ‘재간둥이’다. 비록 2학년이지만, 그는 팀의 1번 타자로 타석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살아 나간다. 내야 안타 생산 능력이 뛰어나 상대팀 배터리들이 김선현만 나오면 골머리를 앓는다. 그래서 일부 고교 선수들은 화순고를 맞이할 때마다 “4번 신진호(캔자스시티 로열스 입단 예정)보다 1번 김선현이 상대하기 어렵다.”라고 토로하기도 한다.

▷ ‘형과 같은 팀에서 키스톤 콤비 이루고 싶어’

그래서 김선현은 박진만, 강정호, 박기혁 등 국가대표급 유격수들을 뒤로 하고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선수로 형 김선빈을 뽑는다. 그리고 형이 작은 체구로도 프로무대에 완벽히 적응한 것처럼, 자신도 ‘포기하지만 않으면’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가 ‘리틀 김선빈’이라는 별명을 자랑스러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 화순고 1번 타자 겸 주전 유격수 김선현(17). 그는 외모와 체격 조건, 플레이 스타일 모두 형 김선빈(KIA 타이거즈)을 닮았다.

형제이기 이전에 화순고 선-후배 사이이기도 한 두 선수는 매일 전화 통화로 야구 이야기를 한다. 그만큼 뜨거운 우애를 자랑한다. 이러한 우애 속에 형 김선빈은 동생의 건승을 기원한다. 그러나 김선빈은 “동생과는 한 팀에서 뛰고 싶지 않다.”는 속내를 비치기도 했다. 추후 프로무대에서 동생에게 주전 자리를 내어 줄 경우 ‘동생보다 못한 형’이라는 소리를 듣게 될 수 있고, 동생과의 주전 경쟁에서 이긴다 해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선빈은 ‘다른 팀에 소속된’ 동생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김선현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형과 같은 팀에서 뛰고 싶어 한다. 임익준-임익현 형제가 삼성 라이온스 구단에서 한솥밥을 먹는 것처럼 자신도 그러고 싶다고 솔직하게 밝힌다. 프로 무대에서 형제 선수가 키스톤 콤비를 이루는 것도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선현은 “형과 반드시 프로무대에서 키스톤 콤비를 이루고 싶다.”라고 이야기한다. 중, 고교시절에 단 한 번도 형과 같이 호흡을 해 보지 못했던 것도 김선현이 ‘형제 키스톤 콤비’를 꿈꾸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두 선수가 한 팀에서 뛰게 될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김선현은 2년 후 신인 드래프트 대상자이며, 김선빈이 소속된 KIA 타이거즈는 내야수 보강 차원에서 발빠른 김선현을 하위 지명으로나마 언제든지 지명할 수 있다. 형 김선빈도 그리 높은 순위에서 지명받은 것은 아니었다(2차 6라운드 43순위).

과연 김선현이 형 김선빈처럼 ‘좋은 내야수 요원’으로 성장하여 추후 KIA 타이거즈의 내야를 책임질 핵심 멤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김선현/직접 촬영 (C) 야구타임스 김현희>

// 유진(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