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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꽃 보다 야구

'노히트 노런' 산체스, '새로운 시작'을 알리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7. 13.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의 최대 로망은 명예의 전당(Hall of Fame) 입성일 것이다. 그래서 모두 ‘전설’이 되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 선발이 보장된 선수들이 ‘은퇴하기 전’에 꼭 이뤄보고 싶은 꿈은 무엇일까? 아마 ‘노히트 노런’일 것이다. 물론 한 시즌 20승, 2점대 방어율, 200탈삼진 이상 등 ‘숫자’로 나타날 수 있는 기록을 달성하고 싶은 선수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적어도 에이스라고 하면 꼭 한 번 달성하고 싶은 기록이 바로 노히트 노런, 혹은 ‘퍼펙트게임’일 것이다.

그러나 노히트 노런이나 퍼펙트게임은 선발 투수가 1회부터 9회까지 완벽하게 책임졌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안타성 타구를 절묘하게 잡아낸다든지, 아니면 홈런성 타구를 점프해서 플라이 아웃으로 처리하는 등 수비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배터리의 호흡도 완벽해야 대기록에 근접할 수 있다. 2000년 이후에는 퍼펙트게임을 포함하여 노히트 노런이 겨우 13번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달성하기 어렵다.

그런데 그 달성하기 어렵다는 노히트 노런이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각 기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터져 나왔다. 주인공은 바로 조나단 산체스(27). 부상 중인 랜디 존슨을 대신하여 임시 선발로 등장했던 산체스는 11일 홈경기에서 샌디에이고 타선을 무안타, 무사사구로 틀어막으며 크게 ‘일’을 냈다. 8회 터져 나온 3루수 후안 유리베의 실책만 없었다면 퍼펙트게임도 가능했다.

▷ 탈삼진 제조 능력 뛰어난 유망주

1982년, 푸에르토리코에서 태어난 산체스는 오하이오 도미니칸 대학시절, 네 번의 노히트 노런을 기록하며, 주목을 받았던 유망주였다. 또한, 2003 대학리그에서는 개인 통산 최다 완봉기록(10차례)을 경신하는 등 스카우트들 앞에서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2004 신인 드래프트 27라운드에서 그를 지명하며, 가능성을 점검하게 했다.


그는 루키리그 시절부터 빠른 볼로 타자들을 압박하는, 전형적인 파워피처다운 모습을 선보였다. 특히, 탈삼진 생산 능력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2004년 루키리그와 싱글 A에서 1년을 보낸 산체스는 그 해에 48과 1/3이닝을 책임지며, 탈삼진을 무려 61개나 잡아냈다(방어율 3.72, 7승 1패). 볼넷 숫자는 28개에 불과할 만큼 뛰어난 제구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2005, 2006 시즌에도 그의 ‘탈삼진 제조 능력’은 여전했다. 2년간 하이-싱글 A와 트리플 A를 거치며 180과 2/3이닝을 책임졌던 산체스는 무려 240개의 탈삼진을 잡아냈다. 볼넷 숫자 역시 61개에 불과할 만큼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두었다. 이에 자이언츠는 2006년 5월 28일에 그를 메이저리그로 콜업시켰다.

그러나 마이너리그에서 보여주었던 빼어남은 메이저리그에서 좀처럼 통하지 않았다. 첫 해(2006년)에는 3승 1패, 방어율 4.95를 마크했던 산체스는 이듬해에는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며 1승 5패, 방어율 5.88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장기인 탈삼진 생산 능력은 여전하여 2년간 92이닝을 책임지며, 95개의 탈삼진을 솎아내기도 했다. 완벽하지 않지만, 가능성이 있었기에 그는 ‘만년 유망주’였다.

그랬던 그가 작년 시즌,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 기회를 맞았다. 시즌 중 단 한 번도 마이너리그로 강등되지 않았던 그는 29경기에 풀타임으로 선발 출장하며 9승 12패, 방어율 5.01을 마크했다. 158이닝을 책임지면서 탈삼진은 157개를 솎아냈고, 볼넷 숫자는 75개에 불과할 만큼 ‘구위+제구’에는 합격점을 줄 만했다. 그러나 95마일을 넘나드는 빠른 볼은 어김없이 한 가운데로 몰려 들어갔고, 이를 놓치지 않은 타자들은 어김없이 배트를 휘둘렀다.

14개의 피홈런을 허용한 산체스는 선발로 등판했던 경기에서 두 경기당 한 번 꼴로 홈런을 내어주었다. 이는 전형적인 파워 피처가 갖춘 유일한 단점이기도 했다. 하지만 2008 시즌 ‘풀타임 메이저리거’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자이언츠는 그에게 올 시즌 4선발을 맡기며 다시 한 번 기대를 모으게 했다.

▷ 트레이드 대상 목록에 올랐던 산체스, 기어이 일을 내다

일단 출발은 좋았다. 4월 한 달간 세 번의 선발 등판에서 1승 1패, 방어율 2.60을 마크했던 산체스는 팀 린스컴, 매트 케인, 랜디 존슨, 배리 지토와 함께 5인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하는 듯 했다. 그러나 5월 한 달간 1승 3패, 방어율 6.00에 머물면서 주춤거렸던 산체스는 네 번의 선발 등판 기회가 주어졌던 6월에는 4패만 기록하며 트레이드 대상 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산체스는 지난 달 22일 이후 불펜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6월 28일과 지난 3일 경기에서 불팬으로 등판하여 3이닝 무실점을 마크했던 산체스는 ‘노장’ 랜디 존슨의 부상으로 10일 경기에 ‘긴급 선발 투수’로 등판하게 됐다. 그리고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그는 시즌 3승을 노히트 노런으로 장식하며,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보냈다. 이제는 ‘트레이드 대상 명단’이 아니라 ‘린스컴-케인’에 이은 제3선발로 산체스를 써야 할 판이다.

특히, 그의 노히트 노런은 자이언츠 프랜차이즈 역사상 33년 만에 이루어진 것이라 더욱 값졌다. 1976년 9월 29일, 애틀란타를 상대로 존 몬테푸스코(John Montefusco)가 원정경기에서 노히트 노런을 기록한 바 있다. 홈경기 노히트 노런은 무려 34년 만이다. 1975년 8월 24일, 자이언츠의 에이스 에드 할릭키(Ed Halicki)가 뉴욕 메츠를 상대로 홈 구장에서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다. 또한 1900년 이후 두 자릿수 탈삼진, 무사사구 노히트 노런을 기록한 7번째 선수로 남게 됐다.

하지만 단 한 번의 노히트 노런이 에이스로 가는 길을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다. 1999년 6월 25일, 애리조나를 상대로 노히트 노런을 기록한 호세 히메네즈는 이후 부진을 반복하며 끝내 풀타임 선발투수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하지 못했다. 주로 마무리 투수, 혹은 원포인트 릴리프로 경기에 나섰던 히메네즈는 2004년 클리블랜드 유니폼을 입은 것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따라서 올 시즌 4년차에 불과한 산체스는 이번 노히트 노런을 시점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해야 할 숙제를 끌어안은 셈이다. 이제 그에게 필요한 것은 린스컴, 케인, 존슨, 지토와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일이다.

<사진 = 조나단 산체스 Ⓒ MLB.COM 캡쳐, 무단 복제 금지>

// 유진(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