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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꽃 보다 야구

히어로즈의 또 다른 히어로, 정민태 ②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7. 18.


[이전글] 히어로즈의 또 다른 히어로, 정민태 ①

‘백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百聞不如一見)’는 한자성어가 있다. 그만큼 한 사람을 알아가기 위해서는 백 번 남의 말을 듣는 것보다 단 한 번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히어로즈 정민태 코치에 대해서 잘 못 알고 있거나 오해하고 있는 야구팬들이 많다면 더욱 그렇다.

정 코치는 히어로즈 선수들이 맏형처럼 따른다. 그만큼 어린 선수들이라도 최대한 편하게 대해 주려고 애를 많이 쓴다. 물론 엄하게 할 때에는 엄하게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마운드에 있는 선수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정 코치이기에 다그치기에 앞서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려고 애를 많이 쓴다. 그래서 히어로즈 선수들은 김시진 감독을 아버지라 부르고, 정민태 코치를 형이라 부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현역 시절을 넘어 그의 은퇴 전/후 이야기를 들어 보고자 한다.


▷ 은퇴, 그리고 코치로서의 ‘제 2의 인생’

Q : 현대에서 히어로즈로 넘어오면서 연봉 협상이 결렬된 것이 KIA행을 결정하게 된 원인이라 들었다. 당시 문제가 무엇이었는가?

당시 히어로즈가 처음 들어오면서 팀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연봉 삭감에 대한 것은 감수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당시 박노준 단장께서 ‘서운하게 이야기했던’ 부분이 적지 않았다. 오죽하면 ‘감투를 쓰게 되면서 사람이 돌변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것 때문에 선수들과의 트러블이 적지 않았다. 그렇게 되었기 때문에 ‘떠나고 싶어서 떠난 것’이 아니라 박노준 단장이 자유계약(FA) 공시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떠났던 것이었다. 사실 기존에 있던 선수들과 함께 하지 못해서 상당히 아쉬웠지만, 내가 남는다고 해서 남아지는 것도 아니었다. 당시 박노준 단장께서 그렇게 일을 처리하신 것이기 때문에 나올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팬 여러분들께서 잘 못 알고 계신 부분이 있다. 바로 ‘돈 때문에 히어로즈를 나왔다’는 것인데, 절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이후 KIA에서 선수생활을 하다가 은퇴하면서 히어로즈의 부름을 받게 됐다. 사장님께서 나를 불러주시면서 “작년 일을 사실 잘 몰랐는데, 뒤늦게서야 자세히 알게 됐다. 미안하다.”라고 말씀하시더라. 또 히어로즈 팀을 위해서 도와달라고 하셨다. 사실 히어로즈에 악감정이 있어서 나간 것은 아니었고, 사장님께서 잘못하신 것도 없었는데, 미안하다고까지 하셔서 마음이 뿌듯했다. 이러한 것이 내가 히어로즈로 돌아 올 수 있는 바탕이 되지 않았나 싶다.

Q : 오히려 김시진 감독님께서 돌아오시면서 ‘현역 정민태’의 귀환을 알릴 수 있지 않았겠나? 현대 투수코치 시절에도 많은 재활군 투수들을 키워낸 ‘투수 조련사’가 아니셨던가.

(단호하게) 아니다. 물론 지금도 주위에서는 “몸 만들어서 내년에 재기할 생각 없느냐”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내 몸상태는 내가 잘 알고 있다. 단 1%의 가능성도 없음을 알고 있다. 감독님께서도 ‘작년 히어로즈에 있었어도 조금 더 할 수 있지 않았나’라는 말씀을 하시지만, 현역에 대한 미련은 전혀 없다.

또 어깨 다쳐서 수술도 해 봤고, 재기를 하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 해고 열심히 노력을 했고, 그런 상황에서 내 스스로 안 된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야구 좀 더 할 수 있었을 텐데’하는 후회는 전혀 없다. 다만, 안타까웠던 것은 유종의 미를 잘 거두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했던 점이다. 이러한 점이 못내 아쉽다.

Q : 현역 은퇴 이후 바로 코치가 되는 것도 어렵지만, 1군 무대에서 바로 자리를 잡는 경우도 드문 일이다. 이는 히어로즈 팬들도 상당히 의아해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다. 2군 코치로 경험을 쌓을 수도 있지 않았나?

하지만 예전에도 투수코치로 1군에 머물고 있는 선배들도 많았고, 또 선동열 감독님도 수석코치 하시다가 감독이 되셨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꼭 연수를 가야 한다.’라든지, ‘2군에서 배워서 와야 한다.’는 것이 반드시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오랫동안 프로 생활 하면서 좋았던 코치나 좋지 않았던 코치 다 상대해 봤고, 그런 것에 대한 노하우도 쌓여있지 않겠는가. 또 눈으로 매일 보는 것이 야구이기 때문에, 그런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나와 선수간의 유대관계’라 생각한다. 이러한 부분이 잘 되어야 코치로서 인정받는 것이다. 코치라서 ‘이거해라 저거해라’라고 하면 선수들과 트러블이 생기기 때문에 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역에서도 그러한 부분을 많이 봐 왔기 때문에, 그러한 것을 안 하기 위해 선수들과 친형처럼, 어린 선수들도 서슴없이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감독님이 투수코치였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은 많이 보충해 주신다. 이 외에도 선수 생활 하면서 얻은 나의 노하우를 선수들에게 많이 전수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어린 선수들이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성적은 좋지 않지만, 앞으로의 희망은 크다고 보고 있다. 이는 나 역시도 뿌듯해한다. 다만 아쉬웠던 부분은 황두성, 장원삼, 마일영 등이 WBC나 결혼 등 개인사정으로 전지훈련에 ‘함께 하지 못했던 점’이다.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합류하여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한다면, 차기 시즌에는 투수들이 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두들 무엇이 잘못되고, 무엇이 잘 되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내년에 큰 희망이 보이지 않을까 싶다.

Q : 투수코치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인가?

제일 어려운 점은 선수들과의 관계다. 이는 스스로가 가장 중요시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그런 관계들을 잘 가져야 탄탄한 투수진을 보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러한 부분을 가장 크게 신경 쓰고 있다.


Q : 예전에 김시진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정민태 코치가 투수교체 시나리오를 썼다가 나에게 따끔하게 혼난 적이 있다’고 말씀하셨던 일이 있었다.

어떤 시나리오 말인가?

Q : 즉, ‘선발 투수를 무조건 6회까지 끌고 간 이후 중간계투 요원 한 명에게 2회 정도를 책임지게 한 다음 마지막 1회를 마무리로 쓴다’라는 생각을 말하신 것이다.

물론 감독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분명 그러한 부분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시나리오’라는 것은 ‘누가 던질 때 이 투수가 좋은 선수면 이기는 상황에서 대강 누구누구를 써야겠다.’라는 구상을 하고 있어야 한다. 물론 생각한 대로 100% 맞아 떨어지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러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 항상 머릿속에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약한 투수가 나갔을 때 ‘이 선수가 빨리 무너졌을 때 누구를 준비해야 한다.’라는 것을 구상해야 한다. 물론 그러한 상황에서 두 명을 준비시켜야 하는데, 한 명만 준비시키다 보면 꾸중을 당할 때도 있다(웃음). 그러나 분명히 그러한 부분은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Q :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잊지 못할 순간’이 있을 것 같다.

1992년 부상 이후 재기했을 때였다. 주위에서 다들 ‘재기 못 한다’라고 아야기 했을 때 보란 듯이 재기했을 때가 가장 잊지 못한다. 당시 재기하지 못했다면 지금 이 위치에 올라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실 내가 먼저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으면서부터 후배 선수들이 ‘서슴없이’ 팔꿈치 안대 접합 수술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그러한 길(재활의 길)을 열어 놓았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만약에 당시 그 수술을 해서 실패했다면, 어린 선수들이 아픈 팔꿈치를 수술하지 않았을 것이다.

Q : 마지막으로 야구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코치하면서 안타까운 부분은 어린 선수들이 ‘배우는 자세/공부하는 자세’가 아직 안 되어 있다는 점이다. 정말 안타깝다. 미팅에서 상대팀 타자들의 장/단점을 분석하는 시간을 갖게 되면 그것을 노트에 적어 놓고 공부해야 하는데, 그러한 부분들을 안일하게 생각하는 선수들이 많다. 그러한 자료를 참고하여 ‘내가 어느 상황에 등판하여 어떻게 맞았고, 어떻게 막았는지’ 공부해야 한다.

또 마운드에 올라가면 자신감이 충만해야 한다. 그런데 얼굴 표정에서부터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 선수들이 많다. 특히 어린 선수들이 그러하다. 그래서 늘 자신감을 강조한다. 그래서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많이 지도한다. 이러한 것들이 보완되면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 본다. 어린 선수들의 볼넷이 많은 이유도 자신감이라는 측면이 크다. 주자 나가면 긴장하고, 신경을 쓰다 보니 스피드가 떨어진다. 자신의 볼에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1. 성명 : 정민태 (히어로즈 프로야구단 투수코치)
2. 생년월일 : 1970. 3. 1
3. 체격조건 : 183cm, 90kg
4. 포지션 : 투수(우투우타)
5. 경력 : 인천 동산고→한양대학교→태평양 돌핀스→현대 유니콘스→요미우리 자이언츠→현대 유니콘스→KIA 타이거즈(2008년 은퇴)→히어로즈 투수코치
6. 프로 통산성적 : 124승 96패 3세이브, 방어율 3.48

<사진=정민태 코치 (C) 히어로즈 구단 제공>

// 유진(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