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버닝곰의 뻬이스볼리즘

프로야구를 뒤흔든 두 타자. 김현수-페타지니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7. 24.

24일 경기를 마지막으로 전반기의 모든 일정이 마감됐다. 이제 우리 프로야구는 올스타전을 기점으로 짧은 휴식을 취한 뒤 후반기를 맞이하게 된다. 비록 이제 09시즌의 전반기만을 치뤘을 뿐이지만 벌써부터 놀라운 성적을 거두고있는 선수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물론 전부 열거하자면 한둘이 아니기에 단 두선수만을 꼽아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바로 두산의 김현수와 LG의 페타지니다.

이 선수들이 무서운 점은 컨택능력과 장타력, 어느 한쪽으로만 크게 치우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선수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올시즌 전반기 한국프로야구를 호령했던 두 타자에 대해 이야기해 볼 가치 역시 충분하다.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머신'

그저 컨택능력만 갖춘 뛰어난 타자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새 파워까지 갖춘 엄청난 타자가 되어있었다. 사실 08시즌, 그리고 그가 국제대회에서 보여준 성적만으로도 그의 능력에 의문부호를 다는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일말의 여지도 남기지 않겠다는 심산인가 보다. 전반기를 마친 현재 타율은 .354로 오히려 작년 전반기를 마쳤을 당시보다(08시즌 전반기 타율 .344) 더욱 높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고, 홈런 역시 작년에 기록했던 갯수를 넘어서 자신의 시즌 최다홈런을 넘어선지 오래다. 홈런이 늘어남과 동시에 장타율 역시 .590으로 작년 이맘때보다 무려 1할이나 올랐다.

이미 시즌 개막 전부터 그는 홈런갯수를 늘리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왔었다. 그리고 그로인해 타율 부문에서는 이전과 같은 성적을 내기 힘들 것이라고 역시 밝혔었다. 하지만 타율이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향상됨과 동시에 그의 홈런 갯수와 장타율은 예년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홈런 갯수를 늘리기 위해 많은 선수들이 이전보다 무거운 배트를 사용하고 체중을 늘리긴 하지만 모두가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얻는 것은 아니다
. 더구나 이미 좋은 것을 가지고 있는 선수가 희생을 감수하면서 까지 새로운 것을 얻으려 하는 것은 그야말로 도박이다. 결국 얻으려 했던 것은 얻지 못하고, 이미 보유하고 있던 것 역시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전의 좋은 것(타율)과 새로운 것(홈런), 모두 손에 넣었다. 물론 그로인해 도루갯수 감소와 삼진갯수 증가와 같은 조금의 희생은 감수해야 했지만 그가 얻은 것에 비하자면 그 희생은 아주 미약한 수준이다.

물론 그에대해 의문부호를 다는 사람이 별로 없었을 뿐이지 전무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올시즌 이정도까지 하고있는 모습을 보면 더이상은 그들 역시 인정하지 않을수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체 이 선수가 지적받을 부분은 어디란 말인가.

살인적인 스윙, '특급' 페타지니

페타지니가 처음 서울에 입성할 당시, 인터넷상에서는 그의 영입을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졌었다. 일본에서의 활약상을 기억하는 팬들은 그의 경력에 후한 점수를 줬고, 반대쪽에서는 그의 적지않은 나이를 언급하며 일본에서 활약할 당시의 파워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었다. 물론 지난 시즌까지만 놓고 봤을땐 그의 활약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펼쳤던 쪽의 주장에 좀 더 힘이 실렸다고 볼 수 있겠지만 09시즌 반환점을 돈 현재, 상황은 180도 달라져 있다.

그에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펼친 쪽의 주장처럼 지난 시즌 그의 홈런 갯수는 7개로 비록 그가 시즌을 절반만 소화했다 해도 그리 많은 수치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서 이제 단 한시즌을 치뤘을 뿐이었다. 더불어 3할 중반을 쳐냈던 방망이와 녹슬지 않은 선구안은 다음시즌을 기대케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페타지니는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제 겨우 전반기를 치뤘을 뿐이지만 그의 홈런 갯수는 벌써 20개를 돌파했다. 이런 추세라면 30홈런은 물론 타이틀또한 노려볼 만하다. 홈런도 홈런이지만 올시즌 가장 돋보이는 그의 기록은 볼넷이 아닐까 싶다. 그가 올시즌 기록한 69개의 볼넷은 국내 최고의 선구안을 자랑하는 '양신' 양준혁보다 위이고, 작년 이부문의 차점자인 김현수를 능가하는 수치다. 간단히 말해서 현재까지 가장 많은 볼넷을 얻어내고 있는 타자가 바로 페타지니란 말이다. '모아니면 도'식의 타자들과는 분명 차원이 다르다.

지난 시즌 LG는 한때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용병들인 옥스프링과 페타지니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았던 적이 있다. 물론 당시 LG의 상황은 그야말로 처참했기에 그리 이해못할 상황은 아니었다. 이해가 안갔던 것은 언제떠날지 모르는 용병을 내주면서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는 국내선수를 달라는 LG의 요구였을 뿐. 결국 LG측의 무리한 요구로 인해 이 거래는 진척없이 마무리 되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LG입장에선 호재로 작용했음에 분명하다. 만약 당시 페타지니에 대한 트레이드가 이루어져 그가 지금 다른 팀에서 뛰고 있다면? 그의 살인적인 방망이는 지금쯤 LG의 투수들을 겨누고 있을 것이다. LG 입장에선 상상만으로도 아찔할 것이다.  LG가 그에대한 트레이드를 행하지 않은 타팀들에게 감사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