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etc...

먹는 것으로 장난하는 관행, 이제는 그만!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7. 31.

7월 31일자 연예부 기사를 보면 참으로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텔런트 정가은(31)이 모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복불복으로 식초를 원샷하다가 응급실로 실려갔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그러나 정가은씨는 방송 프로를 마치기 위해 휴식을 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다시 방송국으로 돌아왔다는 뒷이야기까지 전달했다. 이를 두고 '프로정신이 투철한 정가은'에 대한 이야기가 부각되었지만, 그것만을 거론하기에는 씁쓸함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물론 정가은씨의 '링거투혼(?)'은 분명 '프로가 바로 이런 것이다'라는 점을 부각시켜 주었음에 분명하다. 그리고 그러한 '프로다움'을 보여 준 정가은씨는 마땅히 박수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이와는 별도로 방송국 관계자들에게 회초리를 들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그렇다. 바로 '식초 원샷'이라는 엽기적인 관행이 그러하다.

▷ 최고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따라한 '복불복', 정도껏 해야

지난 주 모 언론사에서 실시한 '일요일 최고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무엇인가?'라는 설문조사에서 1박 2일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바 있었다. '우리 결혼했어요'를 앞세운 '일요일 일요일 밤에'라는 프로그램이 한 자릿수 시청률에 편승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해외 여행이 아닌 국내 여행으로 한반도를 사랑하자'라는 모토를 내건 1박 2일에 시청자들이 큰 호응을 불러일으킨 결과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1박 2일'에서 태생(?)한 것이 바로 '복불복'이다. 6명의 출연진들 중 절반인 3명은 까나리 액젓이나 불닭 소스, 레몬 등을 맛봐야 한다. 이러한 고통을 참지 못하면 야외 취침을 당하거나 식사를 하지 못하게 된다. 오락적인 부분을 강조한 것이지만, 이러한 시도가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고스란히 따라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좀 더 냉정하게 볼 경우 '먹을 것을 가지고 장난을 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먹을것을 가지고 장난한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겠는가? 정가은씨처럼 엠뷸런스를 타고 응급실에 실려나갈수도, 아니면 위장에 탈이 생겨 장기입원을 할 수 있다. 특히, 불닭소스의 경우 잘못 먹다가는 급성 위궤양을 일으킬 수 있다(주 : 응급구조사 자문). 건장한 남성들도 섭취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1박 2일에서 '북볼복' 재료로 사용하고 있는 식초, 까나리 액젖, 레몬, 불닭소스다.

▷ 먹을 것으로 장난하다 사망사고에 이른 경우를 잊었는가?

이렇게 먹을 것으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진행하다가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그러한 사건이 발생했었다. 바로 성우 故 장정진씨가 떡(송편)으로 게임을 하다가 떡이 목에 걸려 기도가 막혀 사망한 경우가 그랬다.

2004년 9월 13일, KBS 2TV 프로그램 '일요일은 101%'에서 <골목의 제왕>코너 녹화 중 장정진씨는  떡먹기 게임을 하다 송편이 목에 걸려 기도 폐색에 의한 저산소성 뇌경색으로 사망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들은 아직까지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먹는 것으로 장난하는 것'을 부추기고 있는 정도다. 심지어는 담당 PD가 솔선수범해서 친절하게(?) 시범까지 보여준다. 이제는 5년 전 사망 사건을 완전히 잊은 모습이다.

물론 '버리이어티 프로그램' 성격상 일정 정도 '자학성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것은 불가피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연예인들도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조금만 더 '머리를 써 주는 것'은 어떨까? '자학'과 '재미'사이에서 고민해야 하는 PD들이 그래서 각성해야 한다. 물론 그들이 밤낮으로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굳이 음식이 아니어도 재미있는 게임을 통하여 얼마든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줄 수도 있고, 시청률도 높일 수 있다. 그것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가야 할 정도(正道)가 아닐까.

//유진(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