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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ra Sports

빅 쓰리여! 마이클 조던의 망령을 떨쳐버려라~!

by 카이져 김홍석 2008. 1. 8.

잠시 곁길로 새서 NBA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8~90년대 NBA를 즐겼던 팬들은 너무나도 행복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 축복 받은 세대다.


바로 ‘농구의 신’이자 ‘황제’인 마이클 조던의 전성기 시절 플레이를 직접 볼 수 있었기 때문. 아직도 많은 팬들은 당시의 조던을 추억하며 현재의 A급 스윙맨들과 비교하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조던을 추억하고 그를 최고의 선수로 기억하는 것은 좋지만, 그를 위해 현재의 좋은 선수들은 늘 그의 그늘 아래에서 시달려야만 했기 때문이다.


국내 NBA 관련 커뮤니티에서 끊이지 않는 최고의 떡밥인 ‘조던 VS 코비’의 논쟁부터 시작해, 앨런 아이버슨, 트레이시 맥그레디, 르브런 제임스 등 수많은 선수들이 조던과의 비교 대상이 되며 상처투성이가 되곤 한다.


조던의 팬들에게는 지금도 여전히 그에게 직접 인정을 받았고, 맞대결을 승리로 장식한 적이 있는 앤퍼니 ‘페니’ 하더웨이만 조던의 유일한 후계자일 뿐, 나머지 선수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이 제법 많다.


“박찬호가 최고라고? 니네들이 선동렬이 던지는 것을 봤어?”

“뭐? 박지성? 차범근이 현역 시절 얼마나 날리는 선수였는지 너희들 아냐?”


이러한 논리와 똑같은 대화가 NBA 팬들 사이에서 항상 존재한다.


“나는 마이클 조던의 전성기를 봤다. 본 적 없는 이들은 감히 그 분을 논하지 마라!!”


나는 1979년생, 올해로 딱 서른이다. 차범근의 전성기 시절은 워낙 어렸을 때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선동렬의 투구 모습은 질릴 만큼 봤고, 조던의 경기 역시 입에 거품 물고 찾아봤었다. 나는 조던이 2번의 3연패를 이끌던 시절 황금 같은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었고, 그가 얼마나 위대한 선수로 내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는 지는 긴 말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현재 NBA를 이끌고 있는 것은 조던이 아니다. 그가 전 세계적인 스타로 NBA의 세계화에 기인한 것은 사실이나, 현재 NBA의 인기까지 주도하고 있지는 않다. 현재의 주인공은 코비와 르브런을 비롯한 젊고 싱싱한 현역 선수들이다. 팬들은 아직까지 조던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현재의 스타들의 모습에서 조던의 모습을 추억하려 하지만, 지금의 젊은 선수들은 조던과는 별개로 또 다른 역사를 써나가고 있는 것이다.


때마침, 드디어 조던의 전설이 하나 깨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조던이 스카티 피펜, 데니스 로드맨 등과 더불어 이루어 냈던 95-96시즌의 72승 10패라는 정규시즌 역대 최고 승률 기록이 위태롭다.


케빈 가넷, 폴 피어스, 레이 알렌이 모여 ‘빅 쓰리’를 이루게 된 보스턴 셀틱스. 32경기를 치른 현재 그들은 무려 29승 3패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기록을 세울 당시 시카고 불스의 페이스와 같으며, 단순한 산술 계산으로는 72승 이상을 거둘 수 있을만한 상황인 것이다.


재미있게도 양 팀의 선수 구성 역시 비슷하다. 가장 주축이 되는 3명의 선수들의 포지션이 각각 SG(조던-알렌), SF(피펜-피어스), PF(로드맨-가넷) 라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선수 개개인의 비교에서라면 가넷만이 비교 우위를 점할 수 있겠지만, 3명의 조합이라는 측면에서는 전혀 뒤지지 않을 만큼의 강력한 포스를 발위하고 있다.


특히 시카고 불스는 조던 외에도 엄청난 전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찬사가 조던 한명에게로 향했던 것에 비해, 보스턴 셀틱스는 확실히 빅 3의 공임을 인정받고 있다. 아무래도 혼자서는 그 누구도 조던을 넘어설 수 없다. 하지만 3명이 힘을 합치면 그들의 전설을 능가하는 것도 꿈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72승을 거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당시 시카고 불스는 3패만을 당한 채 41승까지 내달렸다. 셀틱스가 같은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선 지금 당장 12연승을 더 내달려야만 한다. 단순한 산술적 계산으로 넘볼 수 있는 승수가 아니라는 뜻이다.


불스가 당시 원치 않았던 두 자릿수 패를 당했던 것은 후반기 들어 선수들의 체력 저하와 로드맨의 부상 때문이었다. 로드맨은 18경기를 결장했고, 그 가운데 불스는 3경기를 패했다. 셀틱스가 73승을 거두고 싶다면 특히 빅 3의 부상이 없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물론 체력 분배에도 신경을 써야 하고, 빅 쓰리 외의 선수들 역시도 꾸준한 기량을 과시할 수 있게끔 자기 관리를 해야만 한다.


반드시 셀틱스의 빅 쓰리가 73승을 거두길 바란다. 이제는 팬들도 조던의 망령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언제까지 조던을 추억하고 그와 연관되어 한물 간 페니 하더웨이 만을 안타깝게 바라볼 것인가? 지금의 페니는 팬들의 추억 속에서나 존재하는 역대 최고 수준의 ‘먹튀’ 중 한명일 뿐이다.


나 역시도 조던의 팬이다. 비교를 해보라고 한다면 그 누구와의 비교에서도 조던이 우위를, 그것도 절대적인 우위를 점한다고 믿는다. 앞으로도 그 보다 위대한 업적(실력이 아니라)을 남긴 선수가 탄생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99%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1990년대가 아니라 2000년대를 살아가고 있고, 현재의 선수들 역시 충분히 훌륭한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이젠 조던이 좀 사라졌으면 좋겠다. 더욱 흥미진진한 NBA를 위해, 좀 더 사랑받는 NBA가 되기 위해서는 조던의 망령이 지배하는 시대가 끝이 나길 바란다.


이번 시즌의 보스턴 셀틱스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가넷-피어스-알렌의 조합이라면 조던의 그늘 하나를 치워버릴 충분한 자격과 실력이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이들이 우승 반지 하나 없이 은퇴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


보스턴 셀틱스~ Go~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