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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판매점은 고객을 속이기 위한 곳인가?

by 카이져 김홍석 2009. 9. 23.


10년쯤 전부터 시작해 급속도로 그 사용이 확산되며 이제는 전 국민의 ‘생활필수품’이 되어 버린 휴대폰. 휴대폰 대신 삐삐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연예인 최강희씨가 외계인 취급을 받을 만큼 이제 그것은 우리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쓰시는 바로 그 폰

하지만 매번 휴대폰을 새로 살 때마다 여러 가지 고민에 직면하게 됩니다. ‘뭐가 이렇게 비싸?’ 라는 생각부터, ‘울 아부지는 전화만 되면 되는데, 그 기능만 있는 싼 기종은 대체 왜 안 나오는 거야?’에 이르기까지. 각종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게 늘어지죠.

게다가 가끔씩 판매점이 고객을 우롱하고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울화통이 터지곤 합니다. 이번에도 저와 제 어머니에게 그러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며칠 전 어머니가 갑자기 화를 내시며 집에 들어오셨습니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휴대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작년에 휴대폰을 구입했던 판매점에 가서 AS를 요구했더니, 그쪽에서 거절했다는 겁니다. 휴대폰 겉 케이스에 흠집이 많이 나고, 금박으로 박힌 로고가 떨어져서 케이스를 교체해 달라고 했더니, 대리점에서 무료로는 안 된다며 돈을 내라고 했다더군요.

어머니는 “작년에 팔 때 했던 말을 지키지 않더라”며 화를 참지 못하셨습니다. 두 번이나 찾아갔는데도, 똑같은 답변만 들었다더군요.

작년 10월에 어머니의 휴대폰을 새걸로 사드리기 위해 저는 어머니를 모시고 집 근처에 있는 ‘애니콜 직영 판매점’으로 향했습니다.

당시 우리 모자에게 휴대폰을 팔던 중년의 아저씨가 했던 말이 지금도 정확하게 기억납니다. 제가 “약정 2년이면 너무 길지 않나요? 어머니가 폰을 좀 험하게 쓰는 편이라 2년 후면 흠집이 많이 날 텐데요”라고 했더니, 그 아저씨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걱정마십쇼. 우리는 직영 판매점이라 AS접수도 같이 하거든요. 보증기간이 1년인데, 그 안에 고객이 원하면 케이스는 바로 교체해드릴 수 있습니다. 오히려 우리 대리점 같은 경우는 1년 되기 전에 구입하신 분께 연락을 드려서 케이스 교체하러 한 번 오시라고 합니다”

오~ 이 얼마나 감동적인 멘트입니까. 저와 어머니는 그 말을 철썩 같이 믿었고, 당시 70만원이 넘는 휴대폰을 ‘2년 약정요금제+할부’로 구입했습니다. 오랜만에 어머니께 좋은 선물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 왠지 뿌듯했던 하루였죠. 항상 싼 기종만을 사용하셨던 어머니께서도 새 휴대폰을 무척 맘에 들어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이 아들내미는 지금도 작년 4월에 6만원 주고 샀던 폰을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T.T)

어머니는 11개월이 지난 지금, 작년의 그 말을 믿고 그곳으로 다시 찾으셨던 겁니다. 휴대폰의 케이스 자체는 크게 상하지 않았지만, ‘Anycall’이라고 적힌 금박 코팅이 떨어져나가는 바람에, 기왕에 케이스 전체를 교체해 달라고 할 요량이셨던 거죠.

하지만 그곳의 종업원들은, “우리는 그런 말 한 적 없는데요”라고 시치미를 때면서 케이스 교체 비용으로 6~7만원을 요구한 겁니다. 금박 코팅만 새로 하는 것도 돈이 든다고 말했다더군요. 결국 화가 난 어머니는 케이스 교체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오셔서 제게 하소연을 하셨습니다.

너무나 괘씸하더군요. 팔 때는 그렇게 달콤한 멘트만 날리더니, 막상 AS를 위해 찾아가니 전혀 다른 소리를 하다니...

생각 끝에 전 그곳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은 채, 새로 폰을 장만하러 온 사람처럼 이것저것 물어봤죠. 위장전술이라고나 할까요?^^

작년에 우리 모자에게 휴대폰을 판 아저씨는 보이지 않더군요. 대신 젊은 남성 판매원과 상담을 했습니다. 여러 가지 기종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가격 견적도 내봤죠. 그러면서 슬쩍 물어봤습니다.

“2년이 약정이면 좀 기네요. 그 안에 휴대폰 케이스에 흠집도 많이 가고 그럴 텐데... AS 기간이 언제죠? 그 안에 케이스에 흠집 심하게 나면 교체해 주나요?”

드디어 제가 떡밥을 던진 거였죠!! 그리고 그 판매원은 멋지게 걸려들었습니다.

“보증 기간은 1년인데요. 사실 고객의 과실일 경우에는 교체가 안 되는데, 저희 판매점은 AS를 의뢰까지 같이 하고 있어서 그냥 해드립니다. 저희 같은 경우는 1년 되기 전에 손님 보고 AS 한 번 받으라고 판매점에 나오시라고 연락도 드리거든요.”

이렇게 작년의 아저씨가 했던 말과 거의 흡사한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 하더군요. 전 다시 한 번 “1년 안이면 공짜로 케이스를 교체해 준다고요?”라고 물어보며 확인 사살을 시도했고, 그 판매원은 “네!”라고 확인 도장을 찍어줬습니다. 그리고 내일 다시 오겠다며, 상담해준 판매원의 명함을 받아 들고 판매점을 나왔죠.

완전히 새빨간 거짓말을 술술 늘어놓는 판매원을 바라보면서 속으로 쓴 웃음을 지었습니다.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1년 사이에 그 판매점의 전략이라도 바뀌었나 했더니,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팔 때는 그렇게 말해 놓고, 막상 그 때가 지나면 입을 싹 닦아버리는 거였더군요. 1년쯤 지나면 기억 속에서 깨끗이 지워질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전 지금 고민 중에 있습니다. 이 괘씸한 직영 판매점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를 놓고 말이죠. 본사 고객센터에 정식으로 신고를 할 지, 아니면 그곳 본사에 일하고 있는 제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 볼지, 그것도 아니면 일단 어머니와 함께 그 판매점을 다시 한 번 찾아가 3자 대면을 해 볼지...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까요? 어떤 방법으로 고객을 우습게 아는 이 XXX같은 인간들을 응징해야 제 어머니의 화가 속 시원히 풀어질까요? 작년에 처음으로 좋은 휴대폰을 사용하게 되었다며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더욱 참을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