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 군단’ 롯데 자이언츠가 ‘뚝심의 곰’ 두산 베어스를 7-2로 꺾고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멋진 승리로 장식했습니다. 과거 18번의 준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1차전에 승리한 팀이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모두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늘 승리의 가치는 그 어떤 말로도 다 표현해내기 어려울 겁니다.
2000년 10월 15일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연장 10회까지 간 경기에서 주형광까지 투입한 후 간신히 4-2로 이긴 것이 롯데가 포스트시즌에서 마지막으로 거둔 승리입니다. 당시 3차전에서 손민한이 패하면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롯데는 이후 7년 동안 가을잔치와 거리가 멀었었죠. 그리고 지난해 8년 만에 진출한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3연패를 당하며 또 한 번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1년이 지난 오늘, 롯데가 드디어 포스트시즌에서 9년 만에 승리를 거뒀네요. 강산이 90%는 변하고도 남을 만큼의 긴 세월이었습니다. 오늘 부산시 전체가 축제를 벌인 것 같네요.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집집마다, 곳곳에서 함성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알 수 없는 감동이 몰려와 괜시리 눈시울이 뜨거워지네요. 9년 만의 승리!! 너무나 감동적입니다. ▶ 승리의 주역 1. ‘에이스’ 조정훈
그 어떠한 말로도 오늘 조정훈의 피칭(7.2이닝 5피안타 7탈삼진 2실점)을 다 설명할 수 없을 겁니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 등판, 그것도 지면 끝이나 마찬가지인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의 중책을 떠안았으면서도 이 선수의 모습에서 ‘두려움’이나 ‘중압감’은 도저히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지난해 손민한을 대신해 1차전 선발로 나선 송승준이 3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난타당하며 강판당했던 것을 기억한다면, 오늘 조정훈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는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4회 투아웃 상황에서 김현수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하기 전까지의 퍼펙트, 동점을 허용하고 5회말에는 무사 1,2루에 이은 1사 2,3루의 위기를 맞이했음에도 침착하게 타자들을 요리하며 결국 무실점. 그리고 이어진 6회말 수비에서는 단 4개의 공으로 고영민-김현수-김동주를 깔끔하게 처리. 1루 베이스를 커버하러 달려가는 ‘기본’을 잊지 않은 조정훈이기에 가능했던 피칭이었지요. 가히 롯데 자이언츠의 1차전 선발다운 ‘에이스’의 모습이었습니다. ▶ 승리의 주역 2. 철벽(에 가까웠던 안정된) 수비
수비, 특히 내야 수비라면 롯데보다는 두산이 우위에 있다고 모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했었죠. 그건 의심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개개인의 수비 센스는 몰라도, 안정감 면에서 롯데보다는 두산이 확실히 좋으니까요.
헌데 오늘 경기에서는 달랐습니다. 박기혁의 가벼워 보이는 풋워크, 아직은 약간 거칠지만 나름 든든한 수비를 보여준 3루수 정보명. 1루를 지키는 이대호의 수비력은 가히 최상급이죠. 7회말 손시헌의 타구를 병살로 연결시키는 ‘캡틴’ 조성환의 모습은 지난해의 실수를 결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8회에 정보명이 3루로 날아오는 공을 놓쳤던 건 그가 잘못 했다기보다는 고영민이 주루 플레이를 지능적으로 잘 한 결과라고 봅니다. 그 한 번의 위기 때문에 ‘찜찜하다’는 느낌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겁니다. 두산이 누굽니까?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팀을 상대로 하면서 그 정도의 위기를 겪는 건 당연한 일이지요. 오히려 그 위기를 1점으로 막아낸 선수들과 감독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습니다. ▶ 승리의 주역 3. ‘절치부심’ 캡틴 조성환
오늘 조성환의 플레이 하나 하나와 표정 등에서 알 수 없는 ‘비장함’을 느낀 것이 저 혼자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1회초 타석에 처음 들어서는 그 순간 갈매기 캡틴의 얼굴 표정이 예사롭지 않더군요.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14타수 2안타의 빈타에 그치며 팬들을 실망시켰던 그였기에 올해의 각오가 남달랐을 것이 분명합니다. ‘탱크’ 박정태의 후계자다운 오기로 똘똘 뭉친 선수니까요.
결국 조성환은 공수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승리를 견인했습니다. 수비에서도 멋졌지만, 특히 공격에서는 4타수 4안타 1볼넷 2득점 1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팀 공격을 진두지휘했죠. 잘 벼리어진 칼 같았던 조성환의 방망이가 오늘 제대로 불을 뿜으며 두산 투수들을 공략하는데 키포인트 역할을 120% 해줬습니다. 오늘 롯데 타자들이 타석에서 보여준 고도의 집중력은 지난 1년 동안 절치부심한 롯데의 캡틴의 투혼이 모든 선수에게 전해진 것이 아닌가 싶네요. ▶ 승리의 주역 4. '재수생' 로이스터 감독
롯데 선수단은 경기장에 도착하자마자 선수들이 몸을 푸는 사이 코칭스태프는 모두 모여 미팅을 가졌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모든 훈련에 앞서 수비부터 가다듬는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점검을 마친 수비는 오늘의 승리를 일구어낸 귀중한 자산이 되었죠.
타선 배치에 있어서도 나름대로 성공을 거뒀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조성환을 2번에 두고 홍성흔-이대호-가르시아의 3~5번을 구성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좌타자인 이승화를 굳이 2번에 배치하면서 홍성흔을 5번, 가르시아를 6번으로 뒀더군요. 결국 그런 좌우 타선의 균형은 두산의 투수 교체 타이밍을 조금은 애매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조성환이 2번이었다면, 1~4번이 모두 우타자가 되어버려 교체 타이밍을 잡기가 좀 더 수월하죠. 2번 이승화는 6회초 선두타자 안타로 출루한 후 용덕한의 패스트볼 때 홈을 밟아 결승득점이 되는 2점째를 올린 주인공이죠.
최대의 위기였던 8회말 2사 2,3루 상황에서 김동주의 고의사구도 멋지게 성공했습니다. 9회초의 번트 작전도 제대로 먹혀들어 안심할 수 없던 점수차를 5점으로 벌여놓았죠. 결과론이긴 하지만, ‘확률의 스포츠’인 야구에서 그러한 실질적인 결과로 나타났다면, 그렇게 만든 주인공에게 공을 돌리는 것이 당연하겠죠. ‘PS 재수생(개인적으로는 이렇게 표현하고 싶네요)’ 로이스터 감독은 지난해의 교훈을 잊지 않고 자신의 피와 살로 만들었나 봅니다.
롯데 자이언츠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를 다시 한 번 축하합니다. 앞서 언급하지 않은 선수들까지 모두 열심히 뛰어준 덕에 얻은 귀중한 1승이었습니다. 1~3차전을 싹쓸이 하고 추석 당일은 부산의 집에서 푸~~욱 쉴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저도 좀...^^;) 내일(30일) 경기도 기대하겠습니다. 갈매기 군단 화이팅!!
[사진출처=Osen.co.kr]
// 카이져 김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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