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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F 개막작 <굿모닝 프레지던트>, “우리도 이런 대통령을 갖고 싶다”

by 카이져 김홍석 2009. 10. 9.

“영화 촬영 막바지에 두 분의 전직 대통령이 돌아가셔서 참 아쉬웠습니다. 그 분들이 이 영화의 관객이 되어 호탕하게 웃고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 <굿모닝 프레지던트>가 8일 저녁에 열린 개막식에 앞서 언론시사회를 가졌다. 영화가 끝난 후 이어진 기자 회견에서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만든 장진 감독은 위와 같이 말했다.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바로 그런 영화다. 이 영화는 ‘한 인간으로서의 대통령’을 다루고 있다. 국민 전체를 위한 대통령이지만, 그 역시도 때로는 한 사람만을 위한 한 명의 인간임을 그려내고 있다. 정말로 전직 대통령이었던 분들이 본다면 ‘그래, 우리도 저런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지’라고 생각할 만한 그런 영화다.

장진 감독은 “이 영화는 현 정권을 비롯한 역대 어느 정권을 비판하거나 흔들려고 만든 것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밝혔지만,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자연스레 ‘우리도 저러한 대통령을 갖고 싶다’라는 소망을 가지게 된다. 그만큼 <굿모닝 프레지던트>에 등장하는 세 명의 대통령은 각자의 뚜렷한 개성 속에서도 사람 냄새와 더불어 훌륭한 지도자의 냄새를 풀풀 풍기는 ‘탐나는 지도자들’이다.

형식적으로는 ‘코미디 영화’의 틀을 가지고 있지만, 영화 속에 녹아 있는 스토리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 이상의 어떤 것을 느끼게 하는 면이 분명히 있다.

슬슬 물러날 때를 준비하는 임기 말년에 244억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의 월드컵 복권에 당첨되는 바람에 팔자에도 없는 금전적인 갈등에 빠진 서민 이미지의 김정호 대통령(이순재), 아버지의 목숨을 구해달라는 한 청년의 간청을 놓고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젊고 패기 넘치는 차지욱 대통령(장동건),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서 남편과의 이혼 문제 때문에 위기를 맞은 한경자 대통령(고두심).

이들 세 명의 대통령은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대통령이기 때문에 개인적일 수 없는 문제를 놓고 갈등하고, 고민하고, 주변 사람들의 간섭을 받는다. ‘모든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대통령이기 때문에, 개인의 행복이나 권리 등은 잠시 내려놓아야한다’는 일반적인 시각 때문에 때로는 무시되곤 하는 대통령의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들이 이 영화의 주요 소재다.

우리들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상황들이 영화의 곳곳에서 계속 펼쳐진다. 지지율이 떨어져서 고민하는 여당의 모습, 일본-미국-북한을 둘러싼 외교와 군사 문제에 관한 여러 가지 갈등들, 국가적인 재개발 사업과 그와 관련된 정치인의 땅 투기 문제, 그리고 우리에게 너무나도 민감한 탄핵 문제까지.

“정치는 쇼라고 배웠잖아. 우리 이번에 쇼 한번만 하자”라고 말하는 대통령 비서실장의 모습과 TV 토론회에 나와서 큰 소리로 다투는 국회의원들, 그리고 촛불 시위가 가장 무섭다고 말하는 대통령의 모습 속에서는 한편 씁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장진 감독은 특유의 웃음 코드를 발휘해 이 모든 것을 유연하게 풀어나간다.

대통령도 개인적인 행복에 대한 꿈을 꿀 수 있고, 한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유쾌하게 풀어낸다. <웰컴 투 동막골>에서 잘 드러났던 장진 감독의 유머 감각은 ‘대통령’이라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등장인물을 그려내는 와중에도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다.

보는 동안은 웃을 수 있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유쾌한 기분을 유지할 수 있는 영화. ‘네 주위의 어려운 한 이웃을 돌아보는 것이 국가 전체를 위하는 것이다’라는 간단한 진리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만들어주는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그런 영화다.

두 분의 전직 대통령을 떠나보낸 올해이기에 더더욱 이 영화는 한 번쯤 볼만한 가치가 있다.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오는 22일에 정식 개봉한다.

[사진=PIFF 홈페이지]

// 카이져 김홍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