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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MLB 챔피언십 시리즈는 테이블 세터 전쟁!

by 카이져 김홍석 2009. 10. 15.

올 시즌 메이저리그의 포스트시즌 판도는 LA 다저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 그리고 뉴욕 양키스와 LA 에인절스 간의 4강 대결로 압축됐다. 내셔널리그는 16일(이하 한국시간)부터, 그리고 아메리칸리그는 17일부터 7전 4선승제의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가 시작된다.

이렇게 4강에 진출한 팀들은 몇 가지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알렉스 로드리게스(NYY), 블라드미르 게레로(LAA), 매니 라미레즈(LAD), 라이언 하워드(PHI)라는 당대 최고의 타자들이 각 팀의 4번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모두 2000년대 최고의 타자를 꼽으라면 알버트 푸홀스(STL)와 함께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주인공들로, 챔피언십 시리즈도 이들의 홈런포에 따라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들 4팀은 모두 다른 팀들의 부러움을 살만한 테이블 세터진을 보유하고 있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특징을 지닌 이들 4팀의 돌격 대장들은 이번 시리즈의 운명을 좌우할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서 언급한 4명의 중심타자의 홈런이 1점짜리가 되느냐, 아니면 2점 이상의 영양가 있는 홈런이 되느냐는 바로 이들의 활약에 달려 있다.


■ 다저스 - 라파엘 퍼칼 & 멧 켐프

다저스의 ‘애물단지’인 유격수 겸 1번 타자 라파엘 퍼칼은 올 시즌에도 타율 .269, 9홈런 47타점 92득점으로 몸값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장점이던 도루도 150경기에서 고작 12개를 성공시키는데 그쳤다. 하지만 그는 세인트루이스와의 디비즌 시리즈에서 12타수 6안타로 맹활약하며 팀의 3연승을 선두에서 이끌었다. 지금의 활약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면 팬들도 연평균 1000만 달러에 달하는 그의 연봉을 아까워하지 않게 될 것이다.

정규시즌에 26홈런 101타점 34도루 그리고 .297의 수준급 타율을 기록한 중견수 겸 2번 타자 멧 켐프는 사실상 팀 내 MVP나 마찬가지. 디비즌 시리즈에서는 14타수 2안타(.143)에 그쳤지만, 그 중 하나는 홈런이었다. 올 시즌 필라델피아와의 경기에서 27타수 9안타(.333)의 좋은 타격을 보인 켐프의 활약에 따라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의 판도 자체가 바뀔 수도 있을 전망이다. 퍼칼은 필리스 전에서 27타수 6안타(.222)로 그다지 좋지 못했다.


■ 필리스 - 지미 롤린스 & 쉐인 빅토리노

필라델피아의 타선이 지닌 최고의 장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스위치 타자로 구성된 테이블 세터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미 롤린스(21홈런 31도루 100득점 .250)와 쉐인 빅토리노(102득점 25도루 .292)는 빠른 발과 장타력을 겸비한 신개념 1,2번 콤비다. 올 시즌 이들이 기록한 장타만 합쳐서 131개(롤린스 69개, 빅토리노 62개)에 이른다. 롤린스가 낮은 타율과 출루율(.296)에도 불구하고 100개 이상의 득점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장타력 덕분이다.

콜로라도와의 디비즌 시리즈에서 이들은 합계 36타수 11안타(.306)로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그것이 다저스와의 챔피언십까지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홈런 하나씩을 기록하긴 했지만 롤린스(28타수 5안타 .179)와 빅토리노(24타수 3안타 .125)가 올 시즌 다저스 전에서 그다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셔널리그 팀 득점 1위인 필리스의 화력이 챔피언십에서 불을 뿜을 수 있느냐는 바로 이들의 활약에 달려 있다.


■ 양키스 - 데릭 지터 & 자니 데이먼

뉴욕 양키스는 의외로 거세게 저항하던 미네소타를 끝내 3승으로 제압했고, 그 이면에는 4번 알렉스 로드리게스(2홈런 6타점)와 1번 데릭 지터(10타수 4안타 4득점)의 결정적인 활약이 있었다. 지터는 올 시즌 212개의 안타와 30개의 도루 그리고 리그 3위인 .334의 고타율을 무기로 107번이나 홈을 밟았고, 과거 4번의 우승을 이끌었던 그의 경험과 센스는 30대 중반이 된 지금도 여전하다.

올해부터 지터와 자리를 바꾼 데이먼은 마찬가지로 107득점을 기록했고, 홈런(24개)과 타점(82개)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다만 디비즌 시리즈에서 12타수 1안타로 침묵했다는 점과 올해 LA 에인절스 전에서 33타수 4안타(.121)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점이 불안요소다. 안정감 있는 지터(42타수 14안타 .333)에 비해 데이먼의 타격감은 다소 들쑥날쑥하며, 이것은 양키스의 약점이 될 수도 있다.


■ 에인절스 - 숀 피긴스 & 바비 어브레유

이치로의 엄청난 안타 개수(225)와는 전혀 관계없이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 최고의 1번 타자의 명예는 지터와 숀 피긴스(114득점 183안타 101볼넷 42도루 .298)의 싸움이다. 선구안과 참을성을 겸비한 피긴스는 출루회수(285회)와 득점 부문에서 리그 2위에 올랐다. 디비즌 시리즈에서는 12타수 무안타로 철저히 침묵했지만, 올 시즌 양키스 전에서 39타수 13안타(.333)의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터라 챔피언십 시리즈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최근 들어 2번으로 타순이 고정된 바비 어브레유는 보스턴과의 디비즌 시리즈에서 9타수 5안타 4득점으로 맹활약하며 피긴스의 몫까지 대신했다. 양키스와의 경기에서도 9경기에 출장해 35타수 11안타(.314) 8타점의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커리어 내내 기복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어브레유는 올 시즌 고작 15개의 홈런으로 103타점을 기록했고, 30도루를 기록한 ‘호타준족’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다. 어브레유가 얻은 볼넷도 무려 94개, 이 ‘기다릴 줄 아는 발 빠른 콤비’는 상대 투수진에게 악몽과도 같은 존재다.


[사진:MLB.com 메인화면 캡쳐]

// 카이져 김홍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