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시즌 프로에 입단한 고창성은 올 시즌 처음으로 시즌을 풀타임으로 소화하며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뒀다. 물론 그리 적지않은 나이이긴 하나 풀타임으로 시즌을 뛴 첫해임을 감안한다면 굉장한 성적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그는 74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평균자책점은 1점대(1.95)에 불과한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시즌 초반 주목받던 신인왕 후보들이 일찌감치 떨어져 나가고, 그나마 몇몇 남아있던 선수들마저 다소 실망스런 성적을 거뒀던 것을 감안한다면 고창성은 내심 신인왕 수상도 노려봄직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09시즌 신인왕의 영예는 팀 동료 이용찬에게 돌아갔다. 물론 이용찬이 세이브 부문 타이틀 홀더이긴 했으나 올 시즌 기록한 성적 면에서는 누가 보더라도 고창성의 압승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기록의 힘은 막강했고, 압도적인 스탯을 보유한 고창성은 그 '기록' 앞에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왜 투수들이 좋은 조건을 제시한 팀의 불펜 자리를 마다하고 제시한 조건이 상대적으로 미치지 못하는 팀의 선발 자리를 택할까? 멀리 갈 필요도 없다. 필리스의 박찬호, 야쿠르트의 이혜천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왜 그들은 불펜 자리를 꺼려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제목에도 나와 있듯이 불펜투수는 홀대받고 있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있기 때문이다. 선발과의 직접적인 비교는 무리가 있을지 몰라도 마무리투수와의 비교는 어느 정도 가능하기에 그와 관련해 몇자 적어 보겠다.
A팀의 선발 투수 갑이 6회까지 1-0 리드를 지키며 호투를 이어갔다. 하지만 7회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 다음 타자에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1,3루를 만들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리고 상대의 공격은 상위타선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6이닝을 호투한 선발 갑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올라온 불펜 투수 을은 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마운드에서 내려오게 된다. 그리고 9회 마운드에 등판한 A팀의 마무리투수 병은 상대 팀의 하위타선을 상대로 세이브를 챙기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자,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에 6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선발 갑을 제외한다면 이 경기의 승리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선수는 누가 봐도 을임에 분명하다. 득점권에 나가있는 주자, 상대팀의 상위타선을 상대로 1이닝을 완벽하게 막아내며 역전을 허용치 않은 을이야말로 이 경기의 수훈갑임에 틀림없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는 분명 곳은 선발 '갑'과 마무리 '병'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본인의 상상력으로 연출해낸 억지상황이 결코 아니다. 실제경기에서 얼마든지 연출 될 수 있는, 아니 빈번하게 연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위의 예와 실제경기가 일치하는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는 곳 역시 연출된 상황과 같다. 높은 실적을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한 처우는 소홀하기 짝이 없다.
여기서 말하는 처우란 단순히 연봉협상에서 얼마를 더 받고, 덜 받고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선수가 올린 실적에 걸맞는 대중의 관심과 언론의 평가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선수의 Honor(명예)다.
[사진=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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