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xtra Sports

NBA의 서장훈, 3점슛 전문인 센터 5인방

by 카이져 김홍석 2009. 12. 11.

한국 농구에서 서장훈은 하나의 상징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는 ‘한국의 샤킬 오닐’이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그 사이즈(207cm)나 파워 면에서 당대의 상식을 초월하는 선수였죠.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오히려 그 상식을 벗어난 능력 때문에 안티도 많은 편이지만, 그는 국내 농구 역사를 논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선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플레이 스타일은 팬들에 의해서 여러 번 도마 위에 올랐죠. 10년 쯤 전이었던가요? 서장훈이 훅슛을 시도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일부 팬들이 ‘그게 무슨 시건방진 플레이냐’며 비난하기 시작했죠. 서장훈 정도의 사이즈를 지닌 선수가 국내 무대에서 훅슛을 제대로 익혀서 사용할 수 있다면, 거의 ‘무적’에 가까운 포스를 내뿜을 수 있는데도 말이죠. 결국 그 ‘무식하고 어리석은 일부 팬’의 반발과 여러 가지 상황이 맞물리며 훅슛의 시도 횟수는 크게 줄어들고 말았습니다. 지금도 간간히 던지긴 하지만, 주무기라고 할 수는 없지요.


그런 서장훈은 간혹 3점슛도 날리곤 했습니다. 그리고 05~06시즌부터인가 그 시도 횟수와 성공 개수가 크게 늘어났었죠. 그러자 팬들은 또 비난의 화살을 날립니다. ‘그 사이즈로 외곽에서 뭐하는 짓이냐고’ 말입니다. 슬램덩크에서 외곽 슛을 날리는 신현철은 최고의 센터로 기억하고 있으면서, 서장훈이 그런 플레이를 하니 비난이 쇄도하더군요.

사실 야구든 농구든 축구든, 팬들은 하나의 고정관념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어릴 적에 본 3류 스포츠 만화의 영향이기도 하고, 나이든 국내 해설자들의 영향이기도 하지요. 점점 나아지고는 있지만,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스포츠에 있어서 ‘이 포지션은 반드시 이러이러해야 한다’고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농구에서 2미터에 가까운 포인트 가드가 나타나는가 하면, 축구에서는 골 넣는 골키퍼가 인기를 얻기도 합니다. 야구에서는 홈런왕 유격수가 등장했지요. 고정관념을 버리는 시대가 왔다는 겁니다. 키가 크다고 해서 외곽슛이 정확하지 말란 법이 없지요. 그것이 서장훈처럼 천부적인 득점감각을 타고난 선수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미 프로농구인 NBA에서도 서장훈처럼 3점슛을 던지는 센터들이 있습니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플레이 스타일과 개성을 무기로 NBA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지요. 지금부터 NBA를 대표하는 5명의 3점슈터 센터를 소개합니다.

1. 채닝 프라이(피닉스 선즈, 211cm)

이 친구가 이렇게 3점슛을 잘 던지는지는 저도 올해 처음 알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2005년에 데뷔한 프라이가 지난 시즌까지의 4년 동안 시도한 3점슛 횟수는 총 70개, 성공수도 20개에 불과했으니까요. 하지만 올 시즌 내쉬 선장의 피닉스에 탑승하면서부터 그 스타일이 완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런&건으로 대표되는 선즈의 주전 센터로 활약하고 있는 프라이는 경기당 평균 5.7개의 3점슛을 던져 2.6개를 성공시키고 있습니다. NBA 전체에서 시도횟수 6위, 성공개수 4위이며, 44.4%의 성공률(56/126)은 13위입니다. 센터인지 슈팅가드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정확한 3점슛을 날리고 있습니다. 경기당 평균 득점은 12.1점에 불과하지만, 그 절반 이상이 3점슛으로 만들어지고 있지요. 평균 리바운드가 6.0개라는 점은 좀 아쉽지만, ‘달릴 줄 알고 외곽슛이 가능한 센터’ 프라이의 가세로 인해 선즈의 런&건은 한층 무서워졌습니다.

2. 맷 보너(샌안토니오 스퍼스, 208cm)

사이즈는 좋지만 수비도 엉망이고 보드 장악력도 평균 이하인 보너를 NBA에서 뛸 수 있게 만들어준 것은 바로 3점슛입니다. 스퍼스의 백업 센터로 뛰고 있는 보너는 경기 막판 클러치 상황에서 간혹 놀라울 정도의 3점 집중력을 보여주곤 하는데요. 통산 3점슛 성공률이 41.4%에 달할 정도로 높은 정확도를 자랑합니다. 올 시즌도 46.9%(전체 8위)의 끝내주는 확률을 자랑하며 경기당 2개씩의 3점슛을 성공시키고 있습니다. 센터로서는 매우 보기 드물게 170클럽에 가입해 있기도 하지요. 정말 특이한 친굽니다.

3. 안드레 바르냐니(토론토 랩터스, 213cm)

2006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뽑힌 이탈리아 출신의 선수 바르냐니는 좋은 사이즈와 부드러운 슛폼으로 인해 ‘제2의 노비츠키’로 불렸습니다. 물론 현재까지 보여준 모습은 감히 노비츠키에 비교하기 어렵지만, 어느새 NBA에서 주목받는 선수 가운데 한 명으로 성장한 것도 사실입니다.

신인 시절부터 경기당 1.5개의 3점슛을 성공시켰고, 올해도 1.6개를 집어넣고 있습니다. 경기당 평균 16.7점 6.5리바 1.1블락을 기록하고 있는 수준급 선수이기도 하지요. 플레이 스타일은 센터라고 보기 힘들지만, 블락샷 능력도 갖추고 있는 좋은 선수입니다. 앞으로 더욱 발전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지요. 현재 NBA에 존재하는 가장 ‘키 큰 3점슈터’입니다.

4. 트로이 머피(인디에나 페이서스, 211cm)

여기에 언급되고 있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머피는 두 자릿수 리바운드를 기록한 시즌이 3번이나 될 만큼 뛰어난 보드장악력을 겸비한 백인 센터입니다. 물론 그 대부분이 수비 리바운드이며, 공격 시에는 정확한 외곽포로 승부를 거는 선수이죠. 수비시에는 센터지만, 공격을 할 때는 스몰포워드로 변신한다고나 할까요? 지난 시즌에는 45%의 높은 성공률로 경기당 2.2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는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올해도 1.5개를 성공시키고 있습니다. 보기 힘든 스타일의 독특한 선수라고 할 수 있겠네요.

5. 메멧 오쿠어(유타 재즈, 211cm)

유타에는 카를로스 부져라는 20득점-10리바운드가 가능한 특급 파워포워드가 버티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오쿠어가 외곽으로 도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 같더군요. 올해는 1.3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고 있으며 확률도 무려 45.8%나 됩니다. 2006년 이후로는 매년 최소 1.3개 이상을 넣어주고 있지요. 당당한 체구를 보고 있으면 완벽한 파워형 센터인데, 공격할 때의 동선을 보면 그냥 스피드 없는 스몰포워드입니다. 유타니까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조금은 아쉬울 때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가 유타에서 가장 타점 높고 정확한 3점 슈터라는 점은 인정해줘야 할 겁니다.

// ‘야구를 쉬는 겨울에는 가끔 NBA도 즐겨 보는’ 카이져 김홍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