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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ra Sports

한국 빙속의 ‘불사조 전설’ 이규혁 선수의 메달을 기원합니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0. 2. 17.

한국 빙속에 경사가 겹쳤습니다. 대회 첫 날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0m에서 이승훈 선수가 은메달을 획득한 데 이어, 16일과 17일에는 이틀 연속으로 단거리인 500m에서 모태범 선수와 이상화 선수가 아무도 예상치 못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를 놀라게 했네요지금으로부터 18년 전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에서 김윤만 선수가 10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후 처음으로 메달을, 그것도 금메달 두 개와 은메달 하나를 따내는 쾌거를 이룩해낸 것이지요.(^^)

 

16일에 있었던 남자 500m 경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모태범 선수의 놀라운 질주에 환호하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제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는 한 선수의 얼굴이 화면에 잡히자 가슴 속 한 켠이 씁쓸해 지더군요. 제 표정을 한 순간에 바꾼 그 선수의 이름은 바로 이규혁(32)입니다.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레르 동계 올림픽 500m 36, 1000m 32

1998년 일본 나가노 동계 올림픽 500m 8, 1000m 13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올림픽 500m 5, 1000m 8, 1500m 8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 올림픽 500m 17, 1000m 4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동계 올림픽 500m 15, 1000m ?

 

1978년생인 이규혁은 15살 때인 1993년에 국가대표로 뽑힌 천재 스케이터였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16세의 나이로 릴레함메르 올림픽에 출장했지요. 그리고 이번 밴쿠버 올림픽은 그의 다섯 번째 올림픽입니다. 무려 18년째 대한민국의 스피드 스케이팅 대표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이규혁은 다른 선수들이 평생 노력해도 한 번 나가기 힘든 올림픽을 밥 먹듯이 출장하고 있습니다.

 

Essent ISU Speed Skating World Cup 2009/2010 -  Day 1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언제나 그래왔듯이 스포츠 신문을 꼼꼼히 살펴보던 저는 처음으로 이규혁이라는 이름을 발견했습니다. 당시 이규혁 선수가 1000m에서 세계 신기록을 작성했다는 기사를 읽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쇼트트랙만 강한 줄 알았던 저였기에 그 소식은 무척 충격적이었고, 덕분에 그의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게 되었죠.(이규혁의 저 1000m 기록은 얼마 가지 못하고 제레미 위더스푼에 의해 경신됩니다. 이번 500m 레이스에서 모태범과 2차 시기에서 함께 뛰었던 바로 그 선수죠.)

 

하지만 이규혁은 기대 속에 출장한 98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습니다. 기대를 걸고 있었던 저도 조금은 실망을 했고, 그렇게 이규혁이라는 이름은 제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듯 했죠.

 

그런데 그로부터 3년 후 다시 이규혁의 이름이 들려왔습니다. 98년 올림픽 이후 심각한 슬럼프를 겪었던 그가 화려하게 부활하여 1500m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는 등 월드컵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세계 신기록 보유자 자격으로 출장한 2002년 올림픽에서 이규혁은 또 다시 메달 획득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사실 전 2002년이 이규혁의 마지막 올림픽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습니다. 2006년에는 그의 나이도 서른에 근접하게 되고, 그 때가 되면 이미 전성기는 지난 뒤가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죠.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조금은 하게 되었고, 그렇게 이규혁은 기회를 잡지 못한 비운의 천재로 사라질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 선수는 정말 놀랍게도 2005년부터 다시 한 번 세계 정상권에 올라 이름을 날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2006년 올림픽에도 당당히 메달 기대주로 참가를 하게 되죠. 그러나 지금도 통한의 기억으로 남아 있는 1000m 경기에서 3위와 단 0.05초 차이로 4위에 오르는 등, 끝내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하고 고배를 마시고 말았습니다.

 

1997년과 2001년 그리고 2005. 항상 올림픽이 열리기 전년도면 최상의 기량을 선보이며 기대를 모았던 이규혁. 아쉽게도 유독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죠. 2006년은 진짜 그를 볼 수 있는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생각했었는데

 

2007년 세계 스프린트 선수권 대회 남자부 개인 종합 우승

2008년 세계 스프린트 선수권 대회 남자부 개인 종합 우승

2010년 세계 스프린트 선수권 대회 남자부 개인 종합 우승

 

30대에 접어든 이규혁은 정말로 불사조처럼 활활 타오르며 절정에 달한 기량을 과시하기 시작합니다. 2009년에는 1000m경기 도중 넘어지는 바람에 4년 연속 우승에 실패하긴 했지만, 지난 4년 간의 대회에서 3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며 불사조는 죽지 않았다를 만천하에 부르짖었죠.

 

매년 그의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내가 이규혁이라는 선수를 너무 과소평가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진정으로 포기를 모르는 선수였고, 언제나 최선을 다하며 무려 12년 간 세계 정상권을 유지한 괴물이었던 것입니다. 15살 때 국가대표가 될 정도의 천재성을 보여준 그의 내면에는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끝없는 향상심과 투쟁심이 숨어있었던 것이지요.

 

사실 당초 한국 선수단이 이번 500m에서 금메달을 기대한 것은 이강석(25)과 이규혁이었습니다. 이 두 선수가 랭킹 1,2위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전 당연히 이규혁 선수의 금메달을 기원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올림픽 징크스에 시달린 이규혁은 1,2차 합계 7048의 기록으로 전체 15위에 머물고 말았습니다. 모태범의 금메달을 축하하면서도 이규혁을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더군요.

 

한국시간으로 18일 오전 9시부터는 이규혁 선수의 주종목이랄 수 있는 스피드 스케이팅 1000m 경기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이 시합이야 말로 이규혁의 마지막 올림픽 도전이 될 지도 모르지요. 그렇기에 더더욱 간절히 그의 메달 획득을 기원합니다. 꼭 금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색깔과 관계없이 그가 반드시 메달을 따서 시상대에 오르는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올림픽 5연속 출장에 빛나는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국민들이 제법 됩니다. 하지만 10년 후에도 그럴까요? 10년이나 20년 후면,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모태범과 이승훈은 몰라도 이규혁이라는 이름은 지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라서가 아니라, 그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잊혀지기에는 이규혁이라는 이름 석자가 지니는 존재감이 너무나 아쉽게만 느껴집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좀 더 오래도록 국민들이 그의 이름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메달을 따게 된다면, 그것이 좀 더 쉬워지겠지요. 지난 17년 동안 대한민국을 대표했던 간판 선수로서 이번에는 꼭 메달을 따주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지금 삼성에서는 이번 동계 올림픽을 응원하는 의미에서 두근두근 Tomorrow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더군요. 제 블로그의 사이드바에도 그 위젯이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그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벤트 가운데 제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네티즌 금메달이라는 코너인데요.

 

밴쿠버 동계 올림픽을 보면서 너무나 아쉬웠던 선수, 뜨거운 감동을 선사한 선수를 추천해주세요. 네티즌 금메달로 선정된 선수에게는 네티즌의 마음이 담긴 금메달을 제작해 전달해드립니다.”

 

이것이 바로 네티즌 금메달 추천 이벤트의 취지입니다. 팬들의 추천을 통해 네티즌 금메달리스트를 선정하고, 그 선수에게는 팬들의 마음이 담긴 금메달을 제작해서 선물하겠다는 것이죠. 비록 그 이면에는 상업적인 이유가 숨어있겠지만, 반드시 그것을 목적으로 한 것도 아니지요. 전 이 내용을 보자마자 이규혁 선수가 떠올랐습니다.

 

팬들이 마음을 모아 이규혁 선수에게 금메달을 전해줄 수 있다면 그 또한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싶더군요. 그를 아끼는 마음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상업적인 의도를 훨씬 뛰어 넘는 또 다른 의미를 그 메달 속에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바로 <여기>로 가시면 간단한 절차를 거쳐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를 추천할 수 있습니다. 전 물론 이규혁 선수를 추천했고, 이 포스팅을 보시는 분들도 이규혁 선수를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네요.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불사조 전설이규혁 선수의 1000m 메달 획득을 간절히 기원합니다. 그리고 이규혁 선수에게 팬들의 마음이 담긴 금메달도 함께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대로 비운의 선수로 잊혀지기에는 이규혁이라는 이름은 너무나 위대한 이름이니까요.

 

// 카이져 김홍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