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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역대 최강의 살인타선은?

by 카이져 김홍석 2008. 1. 18.
 

지난해 뉴욕 양키스는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앞세워 앞도적인 파괴력을 과시하며 메이저리그 최강 타선의 면모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양키스가 기록한 968득점은 20세기 이후의 현대야구에서 역대 15위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양키스는 그 막강한 타선을 올 시즌에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여기에 미겔 카브레라를 영입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지난해 887득점)가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상황. 2008년 양키스와 타이거스가 보여줄 막강 화력의 하모니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그렇다면 역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타선의 힘을 자랑한 팀은 몇 년도의 어느 팀일까? 팀득점을 기준으로 20세기 이후로 역사에 남을만한 강타선을 보유한 팀들을 알아보자.(순위는 팀의 총득점 기준)


1위. 1931년 뉴욕 양키스 - 1,067득점(6.88)

이미 예상한 사람들도 많겠지만, 역시나 메이저리그에서 ‘타력’을 논할 때면 양키스를 밀어낼 수 있는 팀은 없다. 1위뿐만이 아니다, 2위와 3위도 양키스의 차지다. 20세기 이후 한 팀의 득점이 1,000점을 넘은 것은 모두 7번, 그 중 4번이 1930년대 양키스의 기록이다.


메이저리그의 역사에 대해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1930년대의 두 주인공이 누군지 잘 알 것이다. 베이브 루스와 루 게릭을 중심으로 한 양키스의 타선은 당시의 상식을 깨뜨려 버릴 정도의 막강한 타선이었다. 지금도 타격이 강한 팀을 표현할 때면 ‘살인타선’이라고 표현하는 데, 바로 이 살인타선(Muders Row)의 원조가 1920~30년대의 뉴욕 양키스 타선이다.


1931년의 양키스는 베이브 루스(46홈런 163타점 149득점)와 루 게릭(46홈런 184타점 163득점)이 홈런과 타점, 득점 등에서 리그 1,2위를 휩쓸어 버린 해였다. 이 해 양키스의 라인업을 이루었던 8명(당시는 아메리칸 리그에서도 지명타자 제도가 없었다)의 타자 중 루스와 게릭을 포함하여 훗날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된 선수가 무려 5명이나 될 정도였으니 그 막강함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몬스터급 성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게릭은 혼자서 31승을 거둔 레프티 그로브에게 밀려 MVP를 수상하지 못했고, 팀도 그로브의 활약으로 107승을 거둔 필라델피아 어슬레틱스에 밀려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양키스는 94승으로 리그 2위)


2위. 1936년 뉴욕 양키스 - 1,065득점(6.87)

여전히 양키스의 기둥으로 남아 팀 타선을 주도하던 루 게릭(49홈런 152타점 167득점)이 개인 통산 두 번째 MVP를 차지한 해였다. 베이브 루스는 이미 은퇴한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키스가 그 막강한 타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또 한 명의 천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당시 21살의 루키였던 조 디마지오(29홈런 125타점 132득점)은 신인의 미숙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타격을 과시하며 게릭의 파트너가 되어 주었다. 그 외에도 양키스의 전설적인 명포수 중 한명인 빌 디키(22홈런 107타점 99득점)를 비롯해 100경기 이상 출장한 7명의 타자가 모두 100득점 또는 100타점을 기록한 환상적인 해였다. 물론 월드시리즈 우승트로피는 그들의 것이었다.


3위. 1930년 뉴욕 양키스 - 1,062득점(6.90)

지겹지만 똑같은 레파토리다. 베이브 루스(49홈런 153타점 150득점)와 루 게릭(41홈런 174타점 143득점)의 조화.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치 않을 것이다. 참고로 7위를 미리 언급 하자면, 2년 후 약간은 부진에 빠진(?) 루스(41홈런 137타점 120득점)와 게릭(34홈런 151타점 138득점)이 이끈 1932년 양키스의 1,002득점이다.


4위. 1950년 보스턴 레드삭스 - 1,027득점(6.67)

역시 양키스에 대적할 팀은 보스턴뿐이다. 테드 윌리암스(89경기 28홈런 97타점 82득점)가 시즌 내내 부상에 시달리며 들락날락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선수들이 분전하며 리그 최고 타선을 과시했던 시즌이었다.(테드의 위대함은 그의 출장 경기 수로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신인왕을 수상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1루수 월트 드로포(34홈런 144타점 101득점)를 비롯해 유격수 베른 스티븐스(30홈런 144타점 125득점)와 2루수 바비 도어(27홈런 120타점 103득점) 등의 내야수들이 맹활약했고, 조 디마지오의 동생인 돔 디마지오(131득점 .328)도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테드 윌이암스의 백업 요원이었던 빌리 굿맨이 아슬아슬하게 규정타석을 채우며 리그 타율왕(.354)에 올랐을 정도니 이 해 레드삭스의 막강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5위. 1999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 1,009득점(6.23)

꽤 오랫동안 메이저리그를 즐기셨던 분들은 1999년 클리블랜드 타선의 위력을 생생하게 기억할 것이다. 케니 로프턴-오마 비스켈-로베르토 알로마-매니 라미레즈-짐 토미-데이빗 저스티스-리치 섹슨으로 이어지는 타선은 상대 투수에게 공포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시즌 막판에는 황혼을 불사르고 있던 40살의 헤롤드 베인즈(25홈런 103타점)까지 트레이드로 합류시켜 팀 타선에 깊이를 더했다. 힘과 스피드가 모두 조화된 이 해의 인디언스 타선은 ‘가장 이상적인 조합’이라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때문에 주요 선수들의 시즌 성적을 첨부해 본다.


타순

이름

경기

득점

2루타

홈런

타점

도루

타율

출루율

장타율

1번

로프턴

120

110

34

7

39

25

0.301

0.405

0.432

2번

비스켈

144

112

40

5

66

42

0.333

0.397

0.436

3번

알로마

159

138

43

24

120

37

0.323

0.422

0.533

4번

라미레즈

147

131

37

44

165

2

0.333

0.442

0.663

5번

토미

146

101

29

33

108

0

0.277

0.426

0.540

6번

저스티스

133

75

18

21

88

1

0.287

0.413

0.476

7번

섹슨

134

72

24

31

116

3

0.255

0.305

0.514



6위. 1930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 1,004득점(6.52)

이 순위에 오른 모든 팀들은 최소한 한 명 이상의 막강한 거포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6위에 오른 카디널스는 그 컬러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이 팀에는 30홈런을 쏘아 올릴 만큼의 파워 있는 타자도 2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할 수 있는 발 빠른 선수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6위에 해당하는 득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기관총 타선’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 팀의 주전 8명은 모두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다. 심지어 가장 많이 기용된 두 명의 후보 선수들의 타율도 각각 .374와 .366이었으니 말 다했다. 기동력 있는 야구를 구사하지는 못했지만, 무려 185개의 희생타를 기록했을 만큼 틈만 나면 상대 투수를 흔들어댔다. 팀 홈런은 104개에 불과했지만 373개의 2루타와 89개의 3루타는 그 이상의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극심한 타고투저의 시대이긴 했으나, 주전 전원이 3할 타자라면 상대 투수는 꽤나 골치 아팠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1932년의 뉴욕 양키스(1,002득점)까지, 20세기 이후 한 팀이 1,000점 이상을 기록한 적은 모두 7번이다. 8위와 10위는 전설적인 타자인 로저스 혼스비와 핵 윌슨이 함께 활약하던 당시의 시카고 컵스(1930년 998득점, 1929년 982득점)가 가지고 있는 기록이다.


9위. 1996년 시애틀 매리너스 - 993득점(6.13)

이들 보다는 9위에 오른 1996년의 시애틀 매리너스가 눈에 띈다. 당시 시애틀 경기에서는 두 명의 천재를 동시에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켄 그리피 주니어(49홈런 140타점 125득점)는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고, 또 한 명의 천재 알렉스 로드리게스(36홈런 123타점 141득점)는 타율 1위(.358)에 오르며 향후 펼쳐질 그의 시대를 예고했다.


거기에 4번 타자 에드가 마르티네즈(26홈런 103타점 121득점)와 5번 타자 제이 뷰너(44홈런 138타점 107득점)까지 더해진 매리너스 타선은 1950년 보스턴 이후 46년 만에 가장 많은 득점을 거둔 팀이 되었다. 수준급 1번 타자가 없었다는 점이 유일한 옥에 티였을 뿐, 만약 이 팀에 케니 로프턴 같은 리드오프가 한 명이라도 있었더라면 그 타선이 가지는 힘은 배가되었을 것이 틀림없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타선을 자랑하는 팀들을 그 기록과 함께 살펴봤지만, 안타깝게도 1위부터 10위까지에 오른 팀들 중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은 1936년의 뉴욕 양키스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투수력의 부족으로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물론 뛰어난 방어율을 기록했던 팀들의 성적도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알다시피 야구는 ‘투수놀음’ 또는 ‘타자놀음’ 등의 한 단어로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투-타의 적절한 조화,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 내는 시너지 효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