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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이제는 로이스터 감독이 책임을 져야할 때

by 카이져 김홍석 2010. 4. 22.

롯데 자이언츠가 또 한 번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습니다. 국내 최고의 우완 에이스라는 윤석민을 상대로 1회부터 3득점 하는 등, 4회까지 4-1로 앞서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역전패를 당하고 만 것이지요. 그것도 지난 경기에서 완봉승을 따낸 장원준이 등판한 경기에서 말입니다.

 

최고의 에이스를 무너뜨리고 자신감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경기가, 최희섭에게 만루 홈런을 허용하며 또 한 번의 기억에 남을 악몽 같은 역전패로 바뀌었습니다. 이번에는 강민호와 박종윤이 각각 2타점씩 기록하며 하위타선에서도 힘을 발휘했는데도, 그만 패하고 만 것이죠. 역시 문제는 수비 불안과 불펜의 질적 열세였습니다.

 

21일 경기에서도 롯데 야수들은 투수를 힘들게 했습니다. 유격수 문규현은 기록된 실책 외에도 여러 번 실수를 반복했고, 가르시아 역시 그답지 않은 수비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지요. 주전 키스톤 콤비가 부상당하고 김민성까지 빠지면서 내야 수비진이 다시 한 번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로이스터 감독은 한국에 들어온 2008년 이후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2007 55승에 그치며 7위에 머물렀던 롯데가 2008년에 14승을 더 거두며 정규시즌 3위를 차지한 것은 분명 로이스터 감독과 가르시아가 만들어낸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였습니다.

 

외국인 감독 밑에서 그 스타일에 익숙해있던 송승준은 제 기량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선발을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메이저리그식 경기 운영은 결국 불펜의 불안에도 불구하고 장기 레이스에서의 승리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사실 그 해 포스트시즌에서 삼성에 무너진 것은 로이스터의 잘못이라고 보긴 어려웠죠. 한국식 단기전의 치열함을 그때만 하더라도 전혀 몰랐을 테니까요.

 

하지만 롯데는 작년에도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1승 이후 3연패하며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정규시즌에도 내내 롤러코스터 같은 기복 있는 야구를 했고, 그것은 일부 롯데 팬들에게 커다란 불만으로 다가왔죠. 롯데의 야구는 나머지 7개 구단의 야구와 달랐고, 어디선가 어수선해 보이는 분위기느껴졌었으니까요.

 

그러한 어수선함은 올 시즌 더욱 심해졌습니다. 시즌 초부터 수비진은 실책을 남발하며 투수들을 힘들게 했고, 투수들은 그 압박감을 이겨내는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도미노처럼 무너졌습니다. 불펜에 셋업맨이라 부를 수 있는 존재는 단 한 명도 없고, 애당초 마무리는 필요도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로이스터 감독은 올 시즌을 시작하기에 앞서 가진 출정식에서, 기존의 선수들이 많이 성장했다. 특별한 외부의 영입 없이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팬들 앞에서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모습은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손아섭과 박종윤이 기대 이상으로 잘 해주고 있지만, 여전히 이대호는 3루를 지키고 있고, 김주찬의 중견수 수비는 불안하기만 합니다. 이승화와 김민성이 공격력에서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었더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을 수비 불안 문제가 또 다시 고개를 쳐들며 롯데의 앞길을 막고 있는 것이죠.

 

지난해 롯데 팬들은 애킨스에게 집중 포화를 퍼부었습니다. 애킨스 같은 마무리는 없어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롯데 팬들이 그렇게 생각했다고 해서, 감독까지 같은 생각을 가졌다면 그건 문제가 있습니다. 애킨스가 빠진 롯데 뒷문은 구멍이 뻥~ 뚫렸고, 이제서야 롯데 팬들은 ~~~ 애킨스가 정말 좋은 마무리였구나~~”하며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설마 로이스터 감독도 지금에 와서 후회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사도스키는 다름아닌 로이스터 감독의 추천으로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원래 메이저리그식 야구라면 이러한 일은 감독이 아닌 단장의 몫이지만, 로이스터는 이미 한국 무대에 3년째 정착하고 있으며 국내 감독이 누리는 권리를 똑같이 누리고 있지요. 결국 사도스키의 부진은 로이스터 감독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로이스터 감독에게 매우 호의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롯데의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는 이제 로이스터 감독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미 그는 2년 전, 한국 무대에 처음 들어왔을 때의 로이스터가 아니니까요.

 

수비불안이 팀의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오프시즌 동안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면 그것은 로이스터의 능력 부족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불펜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면 그것은 안일함을 탓할 수박에 없지요.

 

객관적인 롯데의 전력은 나쁘지 않습니다. 그들은 리그 탑 클래스의 클린업 트리오와 일류라 할 수 있는 1번 타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3명의 10승 투수가 있고, 돌아오기만 하면 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손민한도 있습니다.

 

수비와 불펜이 불안하긴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지금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4강 후보로는 손색이 없는 전력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롯데는 항상 전력 이하의 경기력을 보여주며 패배를 자초하고 있습니다. 그 불안요소는 수비에서 비롯되기도 하고, 어설픈 주루 플레이에서 시작되기도 합니다.

 

팀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어수선함, 그 어수선함 자체가 롯데의 가장 큰 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감독, 즉 메이저리그에서 말하는 매니저의 가장 주된 역할이 팀을 장악하고 분위기를 이끄는 것에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로이스터 감독은 원래 자신이 해야할 역할 조차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부족한 훈련량는 것은 그의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해해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알고 있는 매니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문제가 되지요. 이제는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로이스터 감독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아직 희망을 잃어버릴 단계는 아닙니다. 여전히 롯데의 타선은 강력하고, 부상으로 이탈한 선수들이 돌아오면 수비에서도 훨씬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습니다. 조정훈이 에이스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주는 한, 선발진이 버티는 가운데 불펜도 점점 살아나겠지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제는 어느 정도 높아진 팬들의 기대치에 부응하는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연 로이스터 감독은 흐트러진 팀 분위기를 쇄신하는데 성공하고 앞을 향해 다시 달려갈 수 있을까요? 현 상황으로는 어떻게 4위에 턱걸이 하여 가을잔치에 진출한다 하더라도, 지난 2년 간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매우 커 보입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