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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올 시즌 MLB에서 특히 눈에 띄는 투수 5인방

by 카이져 김홍석 2010. 5. 18.

우리나라 프로야구가 잘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메이저리그도 시즌이 한창입니다. 각 팀별로 36~39경기를 치러 약 23~24%의 진행률을 보이고 있는데요. 시즌의 4분의 1이 흘러간 시점이니 이제는 극초반을 벗어나 어느 정도 본격 궤도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진정한 강팀들이 그 위력을 발휘하면서 팀 순위의 판도도 그 윤곽이 드러나고 있으며, 개인 기록도 마찬가지입니다. 올 시즌은 예년에 비해 유독 눈에 띄는 선수들이 많은데요. 잠시 그들의 성적을 한 번 살펴볼까 합니다. 일단은 투수들부터 돌아보도록 하죠.

 

1. 우발도 히메네즈(콜로라도 로키스) – 7 1 54K 1.12


산동네 쿠어스필드의 에이스 우발도 히메네즈
(26)가 올 시즌 대형사고를 칠 조짐을 시즌 개막 이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NL 방어율-다승 1위이며, 탈삼진은 6위에 올라 가장 강력한 사이영상 후보로서의 포스를 뿜어내고 있는 것이죠. 원래부터 앨리트급 투수이긴 했지만, 이 정도의 활약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겁니다. 8경기에서 총 56.1이닝을 소화하며 평균 7이닝을 기록하고 있고, 무실점과 1실점 경기가 각각 3번씩, 그리고 2실점 경기가 두 번 있었습니다. 3점 이상을 내준 경기는 단 한 번도 없었고, 4 17일 애틀란타 전에서는 6볼넷 7탈삼진의 노히트 노런을 기록하기도 했었지요.

 

쿠어스필드는 휴미더(습도 조절기)의 도입 이후 예전보다는 타자에 대한 이점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리그에서 가장 투수에게 불리한 곳임에 틀림없죠. 그런 곳을 홈으로 사용하는 투수가 사이영상 레이스를 초반부터 주도하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닙니다. 만약 히메네스가 18승 이상을 거두며 팀 역사상 최초로 2점대 방어율을 기록한다면, 그 때는 그에게 사이영상의 영광을 허락한다 해도 그 누구도 욕하지 못할 겁니다.

 

2. 마이크 리크(신시네티 레즈) – 4승 무패 3.09


1987
11월생인 마이크 리크는 올해 만 22. 중요한 건 이 녀석이 2009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8번으로 신시네티에 입단했다는 점입니다. 쉽게 말해 마이너리그를 거치지 않고 올 시즌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선수(역대 21번째)라는 뜻이죠. 사실 특별히 즉시 전력감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팀의 로테이션에 구멍이 생겼기 때문이었고, 못하면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 보내 경험을 쌓게 하겠다는 의도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성적에서 드러나듯이 개막 이후 팀의 실질적인 에이스 노릇을 하며 신시네티의 NL 중부지구 선두 등극의 1등 공신으로 우뚝 섰습니다. 7경기 모두 6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그 중 6번이 퀄리티스타트였습니다. 팀도 그가 등판한 시합 중 6경기에서 승리를 챙겼죠. 최근 세인트루이스전에서는 아담 웨인라이트(5 2 2.48)와의 맞대결을 승리로 이끌어내며 모든 관계자들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이만하면 앞으로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투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신인에게 경험실적이라는 두 요소보다 중요한 것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이 친구의 이름을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3. 리반 에르난데스(워싱턴 내셔널스) – 4 2 1.46


2005
년 워싱턴 소속으로 15 10패 방어율 3.98의 좋은 성적을 기록한 이후 리반의 성적은 내리 4년 동안 곤두박질 쳤습니다. 4년간 5번이나 팀을 옮겨 다녔고, 결국 메이저리거로서의 생존의 기로에 선 상황에서 올해 다시금 워싱턴과 FA 계약을 채결했습니다. 올 시즌 그가 받는 연봉은 고작 90만 달러, 하지만 쿠바 출신으로 배고픔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리반에게는 그것도 감사했나 봅니다. 미아가 될 뻔한 자신을 다시 받아준 팀을 위해 어마어마한 피칭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시즌 첫 등판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뉴욕 메츠를 잡더니, 그 다음 밀워키 전에서는 9이닝 4피안타 완봉승을 거둡니다. 출장한 7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 바로 전 경기에서 히메네즈와 맞붙어 패전(6이닝 3실점)을 기록하긴 했지만, 1실점 이하 경기만 벌써 5번입니다. 4승이라는 숫자가 매우 박하게 느껴질 정도지요. 무려 5년 만에 부활인데, 게다가 커리어 하이를 찍을 기세입니다. 이제 평균 구속이 140km도 채 나오지 않는 리반이기에 35세가 된 그의 노련한 피칭이 더욱 놀랍기만 하네요.

 

4. 필 휴즈(뉴욕 양키스) – 5승 무패 1.38


드디어 양키스의 진정한 최고 유망주가 그 진정한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 팬들이 조바 챔벌린(25)을 연호할 때도 전문가들은 휴즈를 더 높이 평가했었지요. 선발투수로서 휴즈의 성공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휴즈는 말 그대로 마이너리그를 초토화시킨 양키스를 대표하는 특급 유망주였으니까요.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휴즈는 아직도 24살에 불과합니다.

 

6경기에 등판해 든든한 타선의 지원을 얻으며 5. 피홈런은 고작 1, 마이너리그에서 330이닝을 던지는 동안 10개밖에 허용하지 않았던 묵직한 구위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3경기 연속 7이닝을 소화하며 이닝이터로서의 능력도 보여주고 있는데요, 올 시즌 당장은 몰라도 내년 쯤에는 매우 강력한 리그 사이영상 컨텐더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이미 올 시즌에도 현재 AL 다승과 방어율 1위를 달리고 있긴 하지요. 오랫동안 기대하고 응원해왔던 선수라 그런지 지금 그의  이러한 대활약이 무척이나 반갑네요.

 

* 참고로 휴즈-챔벌린과 양키스의 영건 3인방으로 불렸던 '맏형' 이안 케네디(26)는 올 시즌 애리조나로 트레이드된 이후 8경기에 선발 등판해 2 2패 방어율 3.58의 좋은 성적을 기록 중입니다. 결국은 원래의 랭킹대로 가는군요. 챔벌린은 불펜이나 마무리 쪽이 더 어울립니다.

 

5. 데이빗 프라이스(탬파베이 레이스) – 5 1 2.03


괄목상대란 데이빗 프라이스(25)를 두고 하는 말인지도 모릅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 유망주였으나, 풀타임 첫 해였던 지난해 5이닝 피처의 한계를 드러내며 실망스런 모습을 보였던 프라이스가 올 시즌 전혀 다른 투수가 되어 팬들 앞으로 돌아왔습니다. 7이닝 피처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425일 토론토 전에서는 자신의 빅리그 첫 완봉승(4피안타 9탈삼진)을 기록하기도 했지요. 탬파베이가 뉴욕 양키스를 따돌리고 AL 동부지구 선두를 달릴 수 있는 것도 프라이스의 성장이 큰 힘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타선에서는 에반 롱고리아라는 차세대 괴물이 착실하게 커나가고 있고, 마운드에는 프라이스 같은 히트 상품을 계속해서 출시하고 있는 탬파베이는 이제 확실히 양키스-레드삭스와 같은 레벨에서 라이벌이라 불릴만한 팀이 되었습니다. 사실 프라이스 말고도 27살의 동갑내기 듀오인 맷 가자(5 1 2.38)와 제프 니만(3승 무패 2.27)이 에이스인 제임스 쉴즈(4 1 3.00)보다도 더 좋은 성적을 기록 중입니다. 여기에 막내이자 올 시즌 유력한 신인왕 후보인 웨이드 데이비스(3 3 3.38)가 더해지면서 탬파베이는 막강한 5선발 로테이션의 구축에 성공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투-타에서 리그 최강을 논하고 있는 양키스와 탬파베이의 대결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 최고의 관심사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MLB.com 홈페이지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