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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ra Sports

[월드컵]월드컵을 준비하는 한 야구팬의 자세

by 카이져 김홍석 2010. 5. 26.

6월이 가까워져 오면서 점점 축구의 열기가 한반도를 물들이고 있습니다. 제가 아무리 기본적으로는 야구팬이라지만 더 큰 범주에서 스포츠팬이라고 할 수 있기에 월드컵을 마다할 이유는 없지요. 국내 프로축구는 1년에 단 한 경기도 보지 않지만, 월드컵 만큼은 항상 꼬박꼬박 챙겨보고 있습니다.(자랑할 일은 아니로군요^^;)

 

지금도 각 커뮤니티에서는 일부야구팬과 축구팬이 수준 낮은 공방을 벌이고 있더군요. 축구가 더 세계적인 스포츠라느니, 야구가 더 세계 정상권에 근접했다느니 하면서요. 하지만 이런 논쟁은 소모적이며 아무런 의미 없는 다툼일 뿐이죠. 사실 야구 좋아하는 분들 중에 2002년 월드컵 때 길거리 응원 안 하셨던 분 거의 없지 않나요? 마찬가지로 축구팬 분들도 야구가 베이징올림픽에서 우승하고 WBC 4강에 진출하는 거 보면서 그냥 순수하게 기뻐하고 축하해주셨을 것 같은데요?^^

 

개인적으로는 꽤나 오래 전부터, 90년대부터 유럽 축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반바스텐이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유럽 무대를 휘졌던 시절부터, 라이언 긱스가 처음 데뷔해 놀라운 플레이를 보여줄 때부터 말이지요. 누군가가 지단, 히바우두, 베론, 피구를 두고 세계 4대 미드필더운운하면, 속으로 웃기지 마라, 긱스가 최고다라고 비웃었던 시절도 있었지요.()


축구보다는 야구를 좋아했기에 국내 축구까지 돌아볼 여유까진 없었지만
, 그래도 월드컵이 열리는 시절만 되면 각종 잡지를 사 모으며 32개국의 전력 분석(?)에 나름 심혈을 기울였던 기억이 납니다. 98년 프랑스 월드컵이 한창이던 시기에는 때마침 독서실의 야간 실장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던 터라, 2~3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경기를 생방이든 재방이든 가리지 않고 모두 시청하기도 했었지요.

 

물론 한일 월드컵 때는 더 대단했었죠. 몇몇 친구, 선배들과 힘을 모아 교회 마당에 천막을 크게 쳐놓고 동네의 야외 응원을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시합이 끝난 후에는 미친 듯이 바깥으로 튀어나가 몇 시간이고 행진을 했던 기억도 나네요. 그때가 벌써 8년 전이라니... 당시 20대 중반으로 갓 접어들었던 싱싱한 제가 어느덧 32살이 되었군요.^^;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월드컵을 앞둔 시점에서는 도무지 그쪽을 돌아볼 여유가 없습니다. 스포츠 잡지를 꾸준히 구독하고 있음에도, 축구 관련 페이지를 읽어볼 겨를이 없을 정도로 바쁘네요. 여전히 월드컵과 관련된 각종 응원가를 모두 다운 받아 듣고 있고, 김연아와 빅뱅이 함께하는 월드컵 응원 동영상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고 있지만, 정작 대표팀 선수들의 면면이나 주전 라인업 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본격적으로 야구와 관련된 일을 시작하고 나니, 정규시즌이 한창인 지금은 도무지 다른 곳을 돌아볼 여유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사실 남아공을 갈 수 있는 기회도 몇번 있었지만 모두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랑이라고 하긴 좀 뭣하지만, 이만한 스포츠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면, 네티즌 응원단이나 취재단 지원에 있어 상당한 가산점을 얻을 수가 있지요. 간혹 추천도 들어옵니다. 아마 그러한 것들과 관련된 모든 이벤트에 지원을 했다면, 그 중 하나는 걸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도무지 여유가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두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 따뜻한 아프리카에서 하는 월드컵을 11~2월 사이에 하지 않느냐고 혼자 원망하며 모든 지원서를 치웠습니다. 게다가 어이 없게도 오히려 월드컵 때문에 준비하던 프로젝트(물론 야구와 관련된) 2달 이상 연기되는 아픔까지 겪어야 했지요. 이럴 줄 알았으면, 눈 딱 감고 일단 지원부터 해보는 건데 하는 아쉬움에 두 번 울었습니다.(T.T)


최근 한국 대표팀은 에콰도르
, 일본과 치른 두 번의 평가전에서 모두 2:0으로 승리하며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더군요. 3월에는 코트디우아르에게도 2:0으로 이겼었죠. 이제 벨로루시, 스페인과의 두 번의 평가전을 치른 후 본격적인 월드컵 본선 경기에 나서게 됩니다.

 

6 12일 오후 8 30분에는 우리나라의 16강 진출이 걸린 그리스 전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6 17일 같은 시간에는 어려운 상대인 아르헨티나와의 일전이 치러질 예정이며, 23일 새벽 330분에는 아프리카의 강국 나이지리아와 싸워야 합니다.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지만, 우리나라의 2~30대 남성이 모두 그러하듯 4년 마다 앓는 열병에 저도 걸리기 직전입니다. 지금도 하루에 몇 번씩이나 월드컵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탐독하고자 하는 욕구를 참기 위해 바늘로 허벅지를 찌르고 일에 집중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솔직히 말씀 드리면 이번 월드컵의 결과에는 큰 욕심이 없습니다. 16강 진출을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실질적인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선수들이 각자의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펼쳐주기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만 해주더라도 전 얼마든지 진심 어린 박수를 그들에게 보내줄 생각입니다. 물론 승리의 기쁨을 가져다 준다면 더더욱 좋겠지요.

 

하지만 월드컵 자체보다는 그 이후가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월드컵은 축제입니다. 항상 그것만 바라볼 수는 없다는 뜻이지요. ‘축제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일상 상활이고, 축구에서의 일상 생활은 바로 우리나라의 프로리그인 ‘K리그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국내 축구의 인기가 다시 한 번 높아진다면, 그때는 그 인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모든 축구계가 심혈의 노력을 기울였으면 합니다.

 

야구와 축구는 같은 국민의 여가 스포츠로 함께 발전해가야 합니다. 미국의 스포츠 산업이 그토록 발전한 것도 4대 스포츠인 야구-풋볼-농구-아이스하키가 모두 폭넓은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 역시 농구까지 더해진 3개 종목이 일단 봄~겨울을 모두 책임지는 국민적 여가 스포츠로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야구는 이미 그 자리를 확실히 잡았습니다. 이제는 축구가 지금보다 좀 더 안정적인 궤도로 돌입을 해야 할 때입니다. 지금처럼 일부 팀만 인기를 누리는 형국이 계속 이어진다면, 전체적인 판도에는 긍정적일 수 없으니까요.

 

축구팬과 야구팬의 의미 없는 소모적 논쟁도 이제는 좀 지양했으면 합니다. 어차피 야구나 축구나,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있는 우리들의 대표팀이 승리하길 바라는 맘은 모두가 한결 같지 않을까 싶네요. 축구팬은 야구팬에게 부끄럽지 않게끔 더욱 열띤 응원을 한 후 월드컵이 끝나면 K리그의 경기장을 찾아가길 바랍니다. 야구팬은 축구팬에게 자랑할 수 있을 만큼 이번 월드컵 때 멋진 응원으로 힘을 실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런 마음으로 이번 월드컵을 준비해 봅니다. 맘껏 목청 높여 응원해주겠다는 마음. 바쁜 일정 속에서도 우리나라 대표팀의 경기만큼은 반드시 본방사수하며 모든 국민들과 한 마음 한 뜻으로 승리를 간절히 염원하겠다는 그런 마음. 그리고 힘든 상대와의 시합에서 끝내 승리했을 때, 주위 사람들과 함께 기뻐하며 그 승리가 가져다 주는 행복을 한껏 누리겠다는 마음으로요. 물론 패배했을 때도 욕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박수를 쳐주겠다는 다짐은 가장 먼저 해야겠지요.

 

야구팬도 월드컵을 기다립니다. 전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 야구팬으로서 살짝 질투도 나지만, 월드컵이 있으니 WBC도 언젠가는 그러한 대회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가지게 됩니다. 우선은 광란의 6월을 기대하며, 맘껏 누려볼랍니다.^^

 

// 카이져 김홍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