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로이 할러데이, MLB 역대 20번째 퍼펙트게임 달성!!

by 카이져 김홍석 2010. 5. 30.

메이저리그에 또 한 번의 경사가 났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소속의 우완 에이스 로이 할러데이(33)가 퍼펙트게임을 달성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20번째 기록, 19번째 퍼펙트가 달성된 지 3주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하나의 대기록이 탄생한 것이다.

 

한국시간으로 30(현지시간 29) 플로리다 말린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한 할러데이는 9회까지 단 한 명의 주자도 출루시키지 않는 완벽한 피칭으로 완전 시합을 이끌어 냈다. 115개의 투구수 가운데 72구가 스트라이크였으며, 탈삼진은 11개를 잡아냈다.

 

할러데이의 퍼펙트게임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이 경기의 스코어가 1-0이었을 정도로 치열한 투수전이었다는 점. 이 경기는 애당초 양 팀이 자랑하는 최고 에이스들의 맞대결로 기대를 모았었다. 경기가 벌어지기 전까지 할러데이는 6 3패 방어율 2.22, 플로리다 선발 자쉬 존슨은 5 1패 방어율 2.43의 아주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처럼소문난 잔치에는 볼거리도 풍부했다. 존슨 역시 7회까지 단 1점만 허용하는 짠물 피칭을 선보이며 팽팽한 투수전으로 맞섰던 것. 게다가 그 1점도 플로리다 야수들의 실책 때문에 내준 것으로, 이날 양 팀 투수가 허용한 자책점은 합쳐서 단 하나도 없었다. 이만하면역대 최고의 투수전중 하나로 손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다. 1-0 스코어의 퍼펙트게임은 역대 6번째다.

 

또 한 번의 놀라운 기록을 달성한 할러데이는 자신의 방어율을 1점대(1.99)로 끌어 내리면서 7승 고지를 밟았고, 존슨은 무자책점 경기를 펼치고도 시즌 2패째(방어율 2.19)를 당했다. 유독 홈경기에서 강한 모습(평균 5.23득점-NL 2)을 선보여 온 플로리다의 강타선도 할러데이의 '팔색조 투구'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했다.

 

지난 5 20(현지시간 19)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소속의 댈러스 브레이든(27)이 사상 19번째 위업을 달성한지 꼭 20일 만에 나온 역대 20번째 퍼펙트게임. 그 주인공이 다른 누구도 아닌, 로이 할러데이이기에 팬들의 관심이 더욱 크다.

 

그도 그럴 것이 할러데이는 전문가와 팬들이 특히 높게 평가하는 리그 최고의 우완 에이스이기 때문이다. 매 이닝을 적은 공으로 끝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 크게 무리하지 않은 투구수로도 완투를 밥 먹듯이 하는 현존 최강의 이닝이터가 바로 할러데이다. 이번의 퍼펙트게임을 포함해 올 시즌 등판한 11경기에서의 총 투구이닝이 무려 86이닝에 이른다. 9회까지 완투한 시합이 벌써 5번째고, 그 중 3번은 완봉승이었다.

 

할러데이는 현존하는 메이저리거들 가운데 가장 다양한 구질을 모두 수준 높게 구사하는 투수로 유명하다. 로저 클레멘스의 포심과 그렉 매덕스의 투심, 그리고 케빈 브라운의 싱킹 패스트볼과 마이크 무시나의 너클 커브를 동시에 장착하고 있다. 물론 체인지업과 커브, 슬라이더는 기본 옵션 사항이다.

 

저렇게 다양한 구질을 하나 같이 리그에서도 손꼽힐만한 수준으로 구사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놀라운 일이다. ‘마스터라 불렸던 매덕스가 은퇴한 이후, 그만큼 공을 쉽게 던지는 투수는 할러데이가 유일하다. 현 메이저리그의 팬들이 할러데이를 보면서 지금은 은퇴하여 팬들 곁을 떠나간 저 선수들을 추억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사실 할러데이의 대기록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5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지명된 할러데이는 애초부터될 성 부른 나무였다. 21세가 된 1998년에 메이저리그에 올라와 신고식을 치렀는데, 그 두 번째 경기가 아주 극적인 경기로 기억에 남아 있다.

 

메이저리그에서의 첫 선발 등판을 5이닝 2실점의 좋은 투구로 마무리한 할러데이는 두 번째 등판에서 디트로이트를 상대로 놀라운 일을 행하기 시작했다. 9 2아웃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노히트노런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었던 것. 그것도 야수의 실책으로 인한 출루가 하나 있었을 뿐, 할러데이 자신은 볼넷이나 몸에 맞는 공을 하나도 허용하지 않은무사사구 노히트노런이었다.

 

제아무리 유망주라 해도 2전째의 신인에게 대기록의 희생양이 될 위기에 처한 디트로이트는 9회말 2아웃이 되자 마침 그날 경기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주전 3번 타자 바비 히긴슨을 대타로 내보낸다. 그리고 할러데이는 대기록의 목전에서 히긴슨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하며 노히트노런과 완봉승을 모두 날려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기록이 깨진 상황에서도 마지막 타자를 침착하게 처리하며 개인 통산 첫 번째 완투승을 거두는 장면에서 할러데이의 밝은 미래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것이 그의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두 번째 선발 등판에서 남긴 기록이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지금, 할러데이는 당시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튼튼한 수비를 자랑하는 필라델피아의 야수들도 이번에는 할러데이를 도와주었다. 그렇게 탄생한 대기록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2003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로이 할러데이는 통산 155 79패 방어율 3.37을 기록 중이며, 올해는 내셔널리그 소속으로 개인 통산 두 번재 사이영상을 노리고 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메이저리그 홈페이지 메인화면 캡쳐]


P.S. 제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투수가 드디어 대기록을 달성했군요. 무려 13년째 지켜보던 투수의 퍼펙트게임 달성이라 그런지 개인적으로도 너무나 기쁩니다. 그렉 매덕스의 퍼펙트를 그토록 원했었는데... 그 아쉬움을 할러데이가 달래주는군요. 오늘은 정말 기분 좋은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