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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메이저리그의 영원히 '안 깨질 것 같은 기록'들

by 카이져 김홍석 2010. 6. 1.

1. 사이 영(Cy Young)의 개인 통산 511

사실 정말 말도 안 되는 기록이죠. 25승씩 20, 혹은 20승씩 25년을 하고도 11승을 더해야만 이룩할 수 있는 기록. 사이 영은 1890년부터 1911년까지 22년 동안 그 기록을 이루어냈습니다. 그가 은퇴한지 100년이 지났지만, 기록이 깨지기는커녕 100승차 이내로 근접한 선수도 단 한 명(월터 존슨 417)뿐이지요. 사이 영이 기록한 19년 연속 두 자리 승수의 기록이 그렉 매덕스(20년 연속)에 의해 깨졌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랍습니다. 아마도 이 511승은 앞으로 영원히 깨지지 않는 불멸의 기록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2. 조 디마지오(Joe DiMaggio) 56경기 연속 안타

어떤 사람들은 1941 MVP 투표에서 디마지오(30홈런 125타점 .357)가 테드 윌리암스(37홈런 120타점 .406)를 제친 것을 이상하게 여기기도 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시 윌리암스의 4할 타율이 MLB 역사상 마지막 기록이 될 것이라고는 사실 상상하지 못했지요. 하지만 그 해 디마지오가 기록한 56게임 연속 안타 기록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깨지지 않을 거라고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기록의 희소성 측면에서 디마지오의 것이 더 대단하다는 뜻이죠. 그 이후 피트 로즈(1978 44경기 연속)를 제외하면 40경기 이상을 기록한 선수조차 없었습니다.

 

3. 타이 캅(Ty Cobb)의 통산 타율 .366

요즘은 .366이면 보통 리그 타율 1위를 할 수 있는 수치죠. 하지만 3번의 4할 타율을 기록한 타이 캅은 그 수치를 24년의 선수생활의 평균으로 기록했습니다. 그가 은퇴한 이후 .366이상의 타율은 총 50번 나왔는데요, 토니 그윈이 가장 많은 4회를 기록했습니다. 캅도 공의 반발력이 적은 시절에 활약한 선수였죠. 그래서 일부러 중심 부분이 넓은 방망이를 사용해 정확도를 높였다고 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현대 야구에서 통산 .333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거포알버트 푸홀스의 기록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4. 리키 핸더슨(Rickey Henderson)의 한 시즌 130도루

대도리키 핸더슨은 1982년에 무려 130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8년 전 루 브룩이 기록한 118개를 넘어섭니다. 사실 메이저리그 역대 기록은 1887 Hugh Nicol이란 선수가 기록한 138개인데요, 메이저리그 역사상 100도루를 넘긴 21번의 기록 가운데 13번이 19세기에 작성되었을 정도로 당시의 도루에 대한 개념은 지금과는 좀 많이 달랐죠. , 20세기 이후의 현대 야구를 기준으로 하면 핸더슨의 기록이 최고라는 뜻입니다.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을 거치면서 도루에 대한 시각이 또 한 번 크게 변했는데요. 이제는 그 효용성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죠. 덕분에 최근 20년 동안은 80개 이상을 기록한 선수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아마도 핸더슨의 이 기록도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깨지지 않을 것 같네요.

 

5. 베이브 루스(Babe Ruth)의 통산 장타율 .690

'천재 투수'에서 '천재 타자'로 변신한 베이브 루스는 22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며 다양한 기록을 남겼는데요. 그 중 장타율이야말로 불멸의 기록으로 남을 가능성이 가장 커 보입니다. 역대 2위인 테드 윌리암스(.634)와도 상당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죠. 루스가 은퇴한 이후 .690 이상의 장타율을 단 한 번이라도 기록한 선수는 14명에 불과합니다. 통산 6할 이상의 장타율을 기록하고 은퇴한 선수는 루스와 윌리암스를 포함해 총 6,  알버트 푸홀스(현재 .623)가 과연 7번째 선수가 될 수 있을까요?

 

6. 배리 본즈(Barry Bonds)의 한 시즌 232볼넷

사실 베이브 루스가 1923년에 얻어낸 170개의 볼넷 기록도 80년 가까이 깨지지 않았던 놀라운 기록이었습니다. 헌데 배리 본즈가 2001년에 177개로 그걸 깨더니, 2002 198개에 이어 2004년에는 마침내 앞자리 숫자를 바꿔버리며 232번이나 걸어나갔습니다. 전체 타석의 38%에서 볼넷을 얻었고, 그 중 120개는 고의사구였습니다. , 지금에 와서야 약물로 얼룩진 부끄러운 기록이 되고 말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본즈는 야구의 신으로 추앙 받았었죠. 기록의 순수성이야 어쨌든, 일단 어지간해선 깨지지 않을 놀라운 기록임에 분명합니다.

 

7. 놀란 라이언(Nolan Ryan)의 통산 5,714탈삼진

랜디 존슨(4,875)과 로저 클레멘스(4,672)도 넘지 못한 5,000탈삼진의 벽을 넘어선 유일한 한 사람. 27년의 선수 생활 동안 연평균 200개 이상의 삼진을 잡아내며 이룩한 대단한 기록이죠. 사실, 개인적으로는 저 기록보다는 마찬가지로 라이언이 보유하고 있는 역대 최다 볼넷(2,795)’이 더 깨지기 어려운 기록이라고 봅니다. 이 부문 2위는 1,833개의 스티브 칼튼입니다. 비율상으로 봤을 때, 삼진의 1-2위 격차보다 볼넷의 1-2위 격차가 훨씬 크죠. 무려 두 배씩이나...

 

8. 잭 체스브로(Jack Chesbro)의 한 시즌 48완투

사실 역대 최고 기록은 1879년의 윌 화이트와 1883년의 퍼드 갤빈이 기록한 75회입니다. 하지만 보통은 20세기 이후를 기준으로 삼죠. 그리고 그 20세기 최고 기록이 1904년 잭 체스브로가 기록한 48회입니다. 요즘은 선발이 많아야 1년에 35번 등판하는 것이 고작이니, 기록 경신은 꿈도 꿀 수 없겠지요. 개인적으로는 라이브볼 시대(1920년 이후) 최고 기록인 1946년 밥 펠러가 기록한 36완투가 좀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록으로서의 의미는 있지만, 가치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네요.

 

9. 테드 윌리암스(Ted Williams)의 통산 출루율 .482

타율은 타이 캅, 장타율은 베이브 루스라면, 출루율은 바로 이 남자, 테드 윌리암스로 대변됩니다. 19시즌을 뛰면서 기록한 .482의 출루율은 사실 다소 현실감이 떨어져 보이기까지 하죠. 종전 베이브 루스가 가지고 있던 통산 기록(.474)을 윌리암스가 깰 것이라고는 쉽게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윌리암스가 은퇴한 1960년 이후 저 기록보다 높은 수치의 출루율을 단 한 번이라도 기록한 선수는 모두 4명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중 본즈만이 유일하게 두 번 이상(총 4번)을 기록했지요. 본즈가 볼넷 신기록을 세우면서 더불어 기록한 .609라는 단일 시즌 최고 출루율 기록(2004)도 황당한 기록이지만, 역시나 그 순수성 때문에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10. 행크 아론(Hank Aaron)의 통산 25회 올스타전 출장

행크 아론은 23년의 선수 생활 동안 총 25번이나 올스타전에 출장했습니다. 어라? 뭔가 이상하죠? 23년 동안 25번이라니!! 그 이유인즉슨 그가 활약하던 시기 중 1959~62년까지의 4년 동안은 올스타전을 2번씩 치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루키시즌과 은퇴시즌을 제외한 21년을 올스타로 뽑힌 아론은 총 25번이나 올스타전에 출장할 수 있었지요. 25년 동안 뛰기도 어려운 마당에, 25회 출장을 넘본다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레전드인 윌리 메이스와 스탠 뮤지얼이 24회씩으로 2위이며, 현역 선수들 중에서는 퍼지이반 로드리게스가 14회로 최다 출장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SI.com]


P.S.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 이 글의 제목과 10개의 기록 선정, 그리고 사진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com)>의 포토뉴스-깨지지 않을 야구 기록(Unbreakable Baseball Records)’을 참고로 한 것입니다. , 각 항목별의 내용은 90% 이상 제가 직접 작성했습니다. 사진에만 신경 쓰느라 그런지 몰라도 SI.com의 포토뉴스는 기록의 오류가 많기로 유명하거든요. 그래서 예전부터 내용은 잘 보지도 않는 편이고, 보더라도 꼭 다시 검증 과정을 거치는 편이지요.

 

그나저나 예전부터 SI.com은 꼭 한가지씩 아주 중요한 것을 놓치는군요. 이번에도 칼 립켄 주니어의 2632경기 연속 출장 기록이 빠졌습니다. 저 같으면 잭 체스브로의 완투 기록보다는 립켄의 기록을 포함시켰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