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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류현진을 향한 ‘오해’와 ‘맹신’을 풀어보자!

by 카이져 김홍석 2010. 8. 18.

류현진이 또 다시 멋진 피칭을 선보이면서 시즌 23경기, 지난해부터 29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QS) 기록을 이어가는데 성공했습니다. 비록 승수를 추가하진 못했지만, 다행히(?) 김광현도 15승 달성에 실패하면서 다승 단독 선두를 유지했고요.

 

17일 경기에서 보여준 LG 타자들의 방망이는 상당히 날카로웠습니다. 어쩌면 류현진의 QS가 여기에서 멈출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요. 개인적으로도 류현진의 전 경기 QS를 기대하고 있었기에 무척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거듭되는 위기, 왠지 모르게 100%가 아닌 것 같은 류현진의 몸 상태, 점점 분위기는 안 좋은 쪽으로 흐르더군요.

 

하지만 류현진은 괴물이었습니다. 정말 인간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놀라운 피칭을 위기 때마다 보여주더군요. 엄청난 부담이 되었을 텐데, 그 위기 상황에서 그렇게까지 침착하고 대담할 수 있다니요. 타자의 몸쪽과 바깥쪽을 번갈아 공략하는 류현진의 피칭에 망설임이란 찾아볼 수 없었고, 팬으로서 류현진이 보여주는 놀라운 위기관리 능력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7회를 마친 후 한대화 감독이 류현진을 교체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류현진은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고, 9회에도 계속해서 던지더군요. 게다가 10회를 앞둔 시점에서 몸을 푸는 장면까지 보여주었습니다. 살짝 불안한 맘도 없잖아 있었기에 교체를 해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었는데, 한대화 감독과 류현진의 머리 속에는 그런 것이 전혀 없었나 봅니다.

 

한대화 감독은 류현진이 반드시 막아줄 것이라 철썩 같이 믿고 있었고, 류현진 역시 기록 자체보다는 팀의 승리에 더욱 가치를 두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대호가 연속 홈런 기록을 경신했음에도 불구하고, 팀의 패배 때문에 인터뷰에서 보여줬던 시무룩한 모습은 많은 야구팬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번 류현진의 모습도 마찬가지지요. 개인의 기록보다 팀의 승리를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프로의 모습, 팬들이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다. 한대화 감독과 류현진, 둘 다 멋있었습니다.

 

류현진과 이대호의 MVP 경쟁이 본격화 되면서 두 선수를 지지하는 팬들이 완전히 갈려버렸는데요. 그들이 긍정적인 방향에서 두 선수의 경쟁을 지켜보고 응원한다면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하고 추한 모습을 보이는 이들도 꽤나 많더군요. 특히 상대방의 기록을 폄하하기 위해 근거 없는 주장들을 쏟아내는 것을 보면 기가 막힐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그러한 오해와 의문에 대해서 한 번 살펴보려 합니다. 아래 내용에는 류현진을 공격하는 사람들의 주장에 대한 반론도 있고, 반대로 류현진이 무조건 최고라 주장하는 이들에 대한 반론도 있습니다. 그래 봤자 2개에 불과하지만요. 어쨌든 나름대로 균형 잡힌 시각을 가져보려고 최대한 노력했다는 점만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 무조건 류현진을 까는 글, 혹은 무조건 류현진을 추켜세우는 글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여기서 윈도 창을 닫아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하죠.

 

오해 - 류현진의 올 시즌 기록은 한대화 감독이 관리해준 덕분이다?

 

한대화 감독은 올 시즌 류현진을 기본적으로 ‘6일 로테이션으로 기용하고 있습니다. 그가 등판한 23경기 중 5일만에 등판한 경기는 5번에 불과하죠. 나머지 18경기는 5일 이상의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의 등판이었습니다. 일단 이 로테이션이라는 것부터 좀 살펴보죠.

 

로테이션은 선발투수를 돌아가며 사용하는 패턴을 뜻합니다. 크게 5인 로테이션과 6인 로테이션, 그리고 5일 로테이션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편입니다.

 

5인 로테이션은 메이저리그에서 자주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1~5선발을 확정한 후, 경기에 따라 그냥 순서대로 투입하는 것이지요. 그쪽은 정해진 휴식일이 없고, 기껏해야 한 달에 2~3일을 쉴 뿐이기에, 선발투수들이 거의 5일마다 한 번씩 등판하게 됩니다. 어쨌든 가장 중요한 건 ‘5명의 선발을 차례대로 투입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상황이 급하거나 하면 중간에 휴식일이 있을 때는 에이스가 5선발의 차례를 건너 뛰고 먼저 출격하기도 합니다.

 

6인 로테이션은 일본에서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지요. 일본도 휴식일이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6명의 선발을 정해놓고 순서대로 돌리지요. 이것 또한 중간에 휴식일이 끼어 있는 경우에는 6선발의 차례를 건너 뛰고 바로 에이스가 등판하기도 합니다.

 

5일 로테이션은 우리나라에서 자주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말 그대로 선발 등판 후 4일을 쉬고 5일째에 다시 등판하는 것으로, 4명의 선발과 5선발 격인 스윙맨을 1명 두고 기용하는 형태이지요. 4명의 선발 투수 중 확실한 에이스나 원투펀치의 경우는 휴식일이 생겼을 때 5선발인 스윙맨의 차례를 건너 뛰고 먼저 등판합니다. 최근에는 그런 5일 로테이션을 적용하는 경우가 크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김성근 감독이나 김시진 감독의 경우는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모품이라 생각하는 외국인 선수들을 이런 식으로 자주 써먹지요.

 

국내 선수 가운데 이 5일 로테이션으로 기용되는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김광현입니다. 김광현은 올 시즌 23번의 선발 등판 가운데 14번이 5일만의 등판이었습니다. 그 차이가 류현진과의 등판 경기 회수의 차이로 드러나고 있지요. 김광현이 부상으로 인해 시즌 출발이 늦었음에도 류현진과 선발 등판 회수가 같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둘은 4 29일에 나란히 등판했는데, 이후 5월부터 류현진은 17경기, 김광현은 19경기에 등판했습니다. 기용방식의 차이가 등판회수의 차이를 만들어낸 셈이지요.

 

류현진은 이런 일반적인 패턴과는 달리 6일 로테이션으로 기용되고 있는 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3~4선발급 투수가 6일만에 등판하는 것은 일반적인 방식이지만, 때론 6선발의 기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에이스만 따로 6일 로테이션으로 돌리는 것은 정말 독특한 형태이지요.

 

한대화 감독은 사실상 5.5선발을 돌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류현진에게 때로 6일이나 7일의 휴식을 허용할 때도 있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류현진은 다른 에이스급 투수처럼 5일만에 등판하거나, 일반 3~4선발처럼 꼬박꼬박 5경기째에 등판하지도 않습니다. 물론 절반 이상은 5경기째에 등판을 하지만, 6경기만에 등판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요.

 

이것을 두고 한대화 감독이 류현진을 필요 이상으로 보호한다는 말들이 나오더군요. 하지만 이것은 한화의 팀 사정, 그리고 류현진이라는 투수의 능력과 연관하여 살펴봐야 합니다.

 

평균 6일마다 등판하고 있는 류현진은 경기당 113구 이상을 던지며 7.86이닝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사실 류현진은 이 투구수만 조금 줄여준다면 얼마든지 5일마다 등판할 수 있는 선수지요. 투구수를 100개 정도에서 조절한다 하더라도 매 경기 7이닝 정도를 던질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 한화의 타력과 불펜이죠.

 

한화는 타력이 약합니다. 불펜은 더 약하죠. 박빙의 점수차에서 류현진이 7회를 던진 후 마운드를 불펜에 물려준다면, 그 경기에서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됩니다. 바로 그 때문에 한대화 감독은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확실히 잡기 위해류현진을 조금 기형적인 방식으로 기용하는 것이지요. 류현진의 기록이 문제가 아니라, 팀의 승리가 문제인 겁니다.

 

사실 30경기에 등판해 매 경기 7이닝을 1실점으로 막는 투수 A 27경기에 등판해 매 경기 8이닝을 1실점으로 막는 투수 B가 있다고 칩시다. 두 선수 중 누구의 시즌 승수가 많을까요? 어차피 7이닝 1실점이나 8이닝 1실점이나 승리를 거둘 확률은 별 차이가 없지요. 결국 최소한 동률이거나 아니면 A 1승이라도 더 거둘 확률이 높을 겁니다.

 

오히려 류현진이 5일마다 꼬박꼬박 지금보다 더 많은 경기에 등판해 100구씩 던졌다면 적어도 다승 부문에서는 지금보다 1승은 더 챙기지 않았을까요? 물론 방어율은 조금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시즌 전체의 투구이닝 등은 별 차이가 없을 겁니다.

 

한대화 감독은 팀 사정에 따라 가장 어울리는 형태로 류현진을 기용하고 있고, 류현진 역시 그 기대에 100% 부응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류현진 역시 5일 로테이션으로 조금 빡빡하게 돌렸다면 1점대 방어율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투수 3관왕 부문에서 무난한 1위를 달리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전 경기 QS도 마찬가지지요.

 

반대로, 다른 선수보고 6일의 휴식을 줄 테니 매 경기 110개가 넘는 공을 던지면서 8회까지 던지라고 하면 몇 달 안 가서 어깨가 망가지지 않을까요? 지금 류현진을 기용하는 방식은 다른 선수는 흉내도 낼 수 없는 방식입니다. 뭐가 뭐 쫓아가다간 어디가 찢어진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지요.

 

처음에는 류현진의 투구수가 많다는 것 자체가 개인적으로 불만이었는데(혹시나 롱런하지 못할까봐), 올 시즌의 한대화 감독은 120구를 던진 후에는 6일의 휴식( 7일째 등판)을 보장해주는 등, 나름대로의 확실한 원칙을 가지고 류현진을 기용하고 있음을 확인한 후에는 어느 정도 안심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6일마다 등판해 8회까지 던지는 것이 몇몇 이들이 주장하는 관리라면, 다른 투수들은 모두 그런 관리는 받기 싫어할 것 같네요.

 

물론 SK 김성근 감독도 나름대로의 팀 사정에 따라 김광현을 기용하고 있는 겁니다. SK는 불펜과 타력이 좋으니까요. 만약 김광현도 좀 더 여유를 두고 6일마다 등판시켰다면, 평균 7이닝의 투구이닝과 좀 더 낮은 방어율을 기록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것이 팀에 도움이 되진 않을 겁니다. SK SK에 맞게, 한화는 한화에 맞게 그들의 에이스를 써먹는 것뿐이지요.

 

맹신 - 류현진이 SK나 롯데에 있었다면 지금쯤 20?

 

류현진은 분명 대단한 선수입니다. 류현진을 좋아하는 분들 중에 심각한 착각에 빠져 있는 분들이 있더군요. 롯데처럼 타격이 좋은 팀이나 SK처럼 불펜과 타력이 모두 수준급인 팀에 있었다면 류현진이 지금쯤 벌써 20승은 했을 거라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류현진의 승운이 없음을 심각하게 한탄하시던데요.

 

그 주장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지요. 단순한 추측만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야구라는 스포츠의 특성을 잘 알지 못한 주장이기도 합니다.

 

한화가 아무리 득점력이 저조하다 해도 경기당 평균득점이 4.1점입니다. 그리고 롯데는 5.8, SK 5.3점입니다. 물론, 그 차이가 꽤나 큰 편이지요. 하지만 류현진의 방어율은 1점대 중반입니다. 팀이 4점을 뽑던, 6점을 뽑던 승리를 챙길만한 충분한 차이를 낼 수 있다는 뜻이지요. 방어율 3~4점대의 어중간한 투수들이라면 득점력의 영향을 많이 받겠지만, 류현진 급이라면 이미 팀의 득점력에는 별 영향을 받지 않는 레벨입니다.

 

류현진이 좋은 피칭을 하고도 승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건 야구라는 스포츠가 가지는 어쩔 수 없는 특성이지요. 유원상 정도의 투수가 완봉승을 거두기도 하고, 김광현 같은 에이스가 8실점하며 두들겨 맞기도 하는 스포츠가 바로 야구입니다. 팀의 득점도 평균득점과 관계없이 언제나 롤러코스터를 타기 마련이지요.

 

아주 무식하고도 단순한 방법으로 설명을 드려볼까요? 류현진과 김광현의 올 시즌 등판은 23번으로 똑같습니다. 그럼 선발 등판 순서에 따라 김광현이 등판한 SK 경기의 박스스코어에 류현진의 성적을 그대로 한 번 덧입혀 보시지요. 그럼 몇 승이 나올까요? 20? 아니면 지금의 15승보다는 많은 18승 정도?

 

정답은 14(4)입니다. 류현진의 올 시즌 성적(15 4)보다 오히려 1승이 부족하지요. 거짓말인 것 같으면 직접 수작업 해보시기 바랍니다. 시간은 꽤 걸리겠지만, 야구라는 스포츠의 특성을 조금이나마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SK 같은 팀의 득점력도 꽤나 롤러코스터를 탄다는 것도 아실 수 있을 테구요.

 

동일한 방법으로 롯데 사도스키가 등판한 롯데 경기의 박스스코어에 류현진의 성적을 그대로 덧입혀 보면 어떻게 될까요? 롯데는 역시 타격이 강하더군요. 16 2패라는 성적이 나왔습니다. 패가 줄긴 했지만, 승수는 고작 1승이 늘었을 뿐입니다. 경기당 평균득점이 1.7점이나 많은 팀이라 하더라도 1점대 방어율을 자랑하는 투수가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승수는 1승이 고작이라는 뜻입니다. 물론 패는 줄었지만, 20승을 쉽게 할 수 있다는 말은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점대 방어율을 기록하고 매 경기 8이닝 정도를 던지고, 승계주자가 하나도 없는 특급 에이스라 하더라도 23경기에 등판했을 때 정상적으로 얻을 수 있는 승수가 14~16승 정도인 스포츠, 그게 야구입니다. 원래부터 그렇게 생겨먹은 스포츠이니 너무 억울해하진 마시라는 뜻입니다.

 

물론 저도 가끔은 류현진이 롯데의 타력과 삼성의 불펜, 그리고 두산의 수비력을 모두 갖춘 팀에서 5일마다 등판해 7이닝씩만 던지고 승수를 쓸어 담으면 어떨까를 상상해보곤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운 좋은 투수가 되기보단, 그냥 지금처럼 운 나쁜 투수의 이미지를 유지하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좀 더 멋있어 보이지 않을까요?

 

어제 하일성 해설위원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오히려 부족한 팀 동료들 덕분에 류현진의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일지도 모른다”라고요. 창공을 높이 나는 독수리는 언제나 험난한 절벽에서 태어나기 마련이지요.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한화 이글스,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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