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간 프로야구의 주인공은 단연 롯데 자이언츠였습니다. KIA와의 시리즈에서 밀리고, 또 홍성흔이라는 리그 최고의 타자를 잃어버린 후 1위 SK와 3위 두산을 연거푸 만나야 하는 가혹한 일정. 일주일이 지나면 5위 추락이라는 최악의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던 최대의 위기에서 롯데는 극적인 반전드라마를 그려내며 프로야구의 판도를 뒤바꾸어 놓았습니다.
삼성에 이어 올 시즌 1위인 SK에게 스윕을 기록한 두 번째 팀이 되었고, 두산을 상대로 3연전 싹쓸이를 한 첫 번째 팀이 되었습니다. 거칠 것 없는 6연승을 달린 롯데는 마침내 5할 승률에 도달하여 부끄럽지 않은 4위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고, 5위 KIA와의 승차를 무려 6.0게임으로 벌리면서 사실상의 4강 진출을 확정지었습니다.
롯데의 반전드라마로 그 반사이익을 가장 크게 누린 팀은 다름 아닌 2위 삼성입니다. 롯데가 SK와 두산을 연달아 잡아준 덕분에 1위와의 승차를 단숨에 2.0게임으로 줄일 수 있었고, 3위 두산과의 승차는 4.5게임으로 벌어졌으니까요. 물론, 삼성도 KIA를 스윕으로 제압하면서 롯데에게 도움을 주긴 했지만, 준 것보다는 받은 것이 좀 더 크죠. 사실상 2위 자리를 굳힌 상황에서, 이제 1위를 향한 거센 추격만 남았습니다. 남아있는 일정은 삼성이 SK보다 훨씬 유리합니다.
이제 남은 정규시즌 동안 프로야구 팬들의 눈은 SK와 삼성의 1~2위 싸움, 그리고 넥센과 한화의 꼴찌 탈출 전쟁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KIA와 LG도 앞으로의 결과에 따라 5~6위 간의 순위가 바뀔 수 있지만, 거기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요.
자,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MLBspecial.net만의 계산법으로 산출한 8월 넷째 주의 ‘스페셜 랭킹’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8월 넷째 주의 프로야구 스페셜 랭킹~!
1. 삼성 라이온즈 – 두산과의 3연전에서 1승 2패로 밀리며 위기를 맞았으나, KIA와의 주말 3연전에서는 최형우가 완벽하게 부활하며 싹쓸이했다. 사실상의 2위 자리를 굳힌 상황. 8개 구단 중 가장 작은 18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는 터라 남은 일정에도 다소 여유가 있다. 장원삼과 차우찬의 컨디션이 시즌 중반만 못하다는 게 걱정이지만, 그걸 불펜의 운용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포스트시즌에 돌입하기 전까진 장원삼-레딩-차우찬의 3각 편대를 확실하게 완성해놓을 필요가 있다. 상대하기 껄끄러운 SK-두산과는 1경기씩만 남아 있다. 남은 기간 동안 1위 탈환에 성공할 가능성이 아무리 낮게 잡아도 70% 이상으로 보인다.
2. 롯데 자이언츠 – 롯데가 SK와 두산을 연거푸 스윕으로 제압할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덕분에 롯데는 더 이상 SK 앞에서 기죽지 않게 되었고, 준PO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두산과의 상대전적에서 10승 6패로 앞서 나가며 자신감을 얻게 됐다. 5할 승률로 올라섰다는 것도 긍정적인 요소. 연승은 끊긴다 하더라도 지금의 좋은 팀 분위기와 경기 내용을 쭉 이어갈 수 있다면, 가을에 대형사고를 칠 가능성도 있다. 이대호는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한 달’을 보내고 있으며, 전준우와 손아섭이 앞뒤에서 잘 받쳐주고 있다. 이재곤과 김수완의 활약으로 선발진이 다시금 안정되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소득이다. 특히 8월 한 달 동안 4승 무패 방어율 0.99의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는 김수완은 남은 등판 결과에 관계없이 류현진을 제치고 ‘8월의 투수’로 선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롯데는 ‘럭키 보이’ 김수완이 선발 등판한 7경기에서 지금까지 모두 이겼다.
3. 두산 베어스 – 좋은 기세를 이어가며 삼성과의 주중 3연전을 2승 1패로 가져갈 때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2위 탈환은 물론 남아 있는 5번의 맞대결 결과에 따라 내심 1위도 내다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롯데에게 뼈아픈 스윕을 당하면서 모든 꿈이 사라졌다. 여름이 시작되며 안정을 되찾기 시작한 마운드는 6월부터 롯데와 만나기 전까지 3.82의 좋은 팀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었으나, 롯데와의 3경기에서 무려 30점을 허용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아직도 롯데와 3경기를 더 치러야 하고, 준PO에서 만날 생각을 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믿을 건 히메네스와 김선우뿐이다. 후반기 들어 팀 타율이 .263으로 폭락하며 타선의 전반적인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남은 기간 동안 타자들의 컨디션을 전반기 수준으로 회복하는데 성공하지 못하면, 정말 오랜만에 준PO에서 떨어지는 충격을 맞볼 수도 있다.
4. SK 와이번스 – 마침내 스페셜랭킹에서의 순위가 4위로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롯데와의 3연전을 모두 내주면서 시즌 첫 6연패를 맛보았고, 한화와의 주말 2경기를 잡으며 간신히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투타의 전반적인 난조로 9승 12패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불펜의 극심한 피로도는 더 이상 김성근의 마법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고 계속되는 특타는 타자들의 체력마저 갉아먹고 있다. 가장 많은 24경기를 남겨두고 있어 삼성이 남은 일정을 여유롭게 소화하는 동안에도 SK는 계속해서 평소와 다름 없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난적’ 두산과 5경기를 남겨두고 있다는 것도 커다란 부담이다. 지금의 상황으론 1위 수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만약 한국시리즈에 직행하지 못한다면 현재 투수진의 상태로는 우승을 장담할 수 없다.
5. LG 트윈스 – 빅5가 각성한 LG 트윈스는 무서웠다. 시즌 초반에는 이대형을 제외한 나머지 4인방이 기대 이하였으나, 현재는 이대형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이 펄펄 날고 있다. 여기에 ‘사상 최초의 포수 100타점’을 노리는 조인성의 대포도 연일 불을 뿜고 있다. 한화-넥센으로 이어진 6연전에서 46득점 16실점하며 4승 1무 1패를 기록한 것은 사실 자랑거리도 아니지만, 어쨌든 꼴찌 탈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한 주였다. 특히 김광삼의 완봉승은 정말 예상치 못한 성과였다. 최성민의 선발 테스트도 나름 합격점을 줄만했다. 문제는 이미 버스가 떠나간 뒤라는 것. 조용히 팀의 내실을 다지며 남은 기간 동안 내년 시즌을 위한 다지기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 좋겠다.
6. KIA 타이거즈 – 기분 좋게 꿈을 꾸고 있던 상황에서 한 순간에 냉혹한 현실로 돌아왔다. 삼성과의 주말 3연전에서 공-수-주 모든 면에서 열세를 드러내며 3연패하고 말았다. 그와 더불어 4강을 향한 부푼 꿈도 저 멀리 사라졌다. 지난해 우승팀의 4강 탈락, 굴욕이다. 로페즈가 지난해의 모습으로 다시금 돌아왔지만, 양현종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삼성과의 경기에서 양 팀의 힘의 격차가 너무나 뚜렷하게 드러났다. 남아 있는 롯데와의 3경기를 모두 잡아낸다면, 실낱 같은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일단은 그것만 바라보고 현실을 외면하는 편이 낫다. 김상현과 최희섭의 부진 같은 건 외면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다.
7. 넥센 히어로즈 – 참으로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투수들은 기대 이상으로 분전해주고 있지만, 타선에선 답이 없다. 지난주에도 6경기에서 고작 16득점에 그쳤고, 후반기 22경기에서의 평균득점이 3.6점에 불과하다. 정들었던 클락을 내치면서까지 데려온 니코스키는 4경기에서 11.2이닝 동안 15실점하며 4전 전패,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알 수가 없다. 김시진 감독의 투수 조련 능력은 분명 탁월하지만, 그것이 투수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지면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 넥센의 젊은 투수진에는 굳이 용병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 내년 시즌엔 두 외국인 선수를 모두 타자로 구성한다면, 4강 진출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8. 한화 이글스 – 더 이상 한화의 야구에선 재미도, 감동도 느낄 수 없다. 감독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류현진을 121구나 던지게 했지만, 그 경기에서도 결국 승리를 챙기지 못했고, 김광현과의 맞대결은 감독이 또 다시 피해갔다. 선수는 의욕이 넘치는데 감독은 소심한 겁쟁이가 되어 과잉보호를 하는 중이다. 딴에는 류현진의 MVP를 도와주기 위해 그런다고 하는데, 오히려 그런 식의 기용이 MVP 수상의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김태완은 ‘김태균의 후계자’로서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고, 최진행은 홈런보다는 정확도 향상에 좀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유일한 볼거리라곤 류현진의 눈부신 피칭뿐인데, 그것조차 감독이 상대를 가려가며 올릴 생각이라니 관심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류현진의 20승을 도와준답시고 예전에 김영덕 감독이 1992년에 했던 짓을 되풀이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 8월 넷째주의 프로야구 전망
이번 주부터는 원래의 주중 3연전과 주말 3연전으로 나뉘는 6일 경기 후 하루 휴식의 일정이 아닌, 남아 있는 일정을 상황에 맞게 배치한 ‘잔여 경기 일정’으로 치러지게 됩니다.
SK의 일정을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각각 넥센-KIA-롯데와 2경기씩을 치르기 위해 문학-광주-사직으로 이어지는 가혹한 일정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죠. 이러한 체력적인 부담은 지쳐 있는 SK 투수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에 비하면 삼성은 수요일까지 3일을 푹 쉰 후 두산과 시즌 최종전을 치르고 LG와 주말 3연전을 가질 예정이죠. 까닥하다간 다음주 이맘때는 두 팀의 순위가 바뀌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한 주 동안 잠실-대구-사직-대전을 왔다갔다하며 6경기를 치러야 하는 두산의 일정도 험난하기만 합니다. 2위 추격은 사실상 물 건너 갔다고 봐야겠죠. 반대로 롯데는 홈에서 느긋하게 4경기만 치르게 되어 있습니다. KIA와의 화요일 경기만 제압한다면, 더 이상의 걱정거리는 없을 것 같네요.
올 시즌 프로야구는 이렇게 3~4위가 고정된 가운데 1~2위, 5~6위, 7~8위 간의 막판 순위 싸움만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도 8개 구단 모두가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멋지고 재밌는 경기를 해주길 기대해 봅니다. 그럼 다음주에 다시 뵙도록 하죠. 즐거운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 참고 : MLBspecial의 '스페셜 랭킹' 산정 방법
스페셜 랭킹은 승률과 팀의 총득점-총실점에 기반하여MLBspecial.net의 쥔장이 마음대로 만든 아주 간단한 포인트 계산법으로 매겨집니다.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공식 보다는, 다소간의 허점이 있더라도 이해하기 쉽고 계산하기 편리한 기준을 설정하였습니다.
이주의 랭킹점수 = [지난 한 주간 동안의 승률 + {총득점/(총득점+총실점)}] X 50
위의 공식에 의해 계산된 이주의 랭킹점수를 지난주 스페셜 랭킹에서의 최종 점수와 1:2의 비율로 반영해 이주의 최종 점수를 산출합니다. 기존 점수의 반영비율이 높은 것은, 그렇게 해야 강팀이 한 주 정도 부진했다고 순위가 대폭 하락하거나, 약팀이 한 주 동안 연승을 기록했다고 하여 대폭 상승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 LG 트윈스, 기록제공=Statiz.co.kr]
참고 : 1992시즌 막판, 송진우(빙그레)는 18승으로 이강철(해태)과 나란히 다승 공동 1위에 올라 있었습니다. 그리고 빙그레와 해태는 시즌 마지막 2경기에서 맞대결을 펼치게 되어 있었죠. 당시 김응용 해태 감독은 김영덕 감독에게 시즌 최종전에서 둘을 맞붙여서 다승왕을 가리자고 제안했고, 김영덕 감독 역시 이를 수락했습니다. 하지만 1차전에서 빙그레가 경기 초반부터 앞서가자 김영덕 감독은 잘 던지던 선발투수를 내리고 5회에 송진우를 마운드에 올렸고, 송진우는 ‘1이닝 투구 양아치 승’을 거두고 19승으로 단독 다승왕에 오릅니다. 반면 시즌 최종전이었던 2차전에 등판한 이강철은 8이닝 완투패를 기록하고 말았죠. 당시 송진우가 다승왕과 구원왕을 동시에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고도 투수부문 골든글러브를 염종석에게 빼앗긴 이유가 바로 이 사건으로 인한 비난 여론 때문이었습니다. 한대화 감독이 저 당시 김영덕 감독이 남긴 “비난은 잠시고 기록은 영원하다”는 명언(?)을 따라 그런 비슷한 짓을 하진 않을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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