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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롯데는 '검은 메시아'에 자부심을 가져야한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0. 9. 13.

롯데 자이언츠는 프로 원년부터 팀명과 연고지를 한 번도 바꾸지 않으며구도부산을 대표하는 상징이자 프로야구 최고의 인기구단으로 자리매김해왔다. 하지만 그 인기에 비하여 걸어온 역사는 자못 파란만장하다.

 

롯데는 84년과 92, 두 번의 우승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정작 페넌트레이스 1위는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92년을 끝으로는 지난 17년간 더 이상 우승과 연을 맺지 못하여, 현재 프로야구 8개 구단 중 가장 오랜 시간 우승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는 팀이기도 하다. 2000년대에는 프로야구 사상 전무후무한 4년 연속 꼴찌(2001~2004)와 함께 7년이나 가을잔치에 참여하지 못하는 암흑기도 있었다.

 

‘흑갈매기’ 제리 로이스터 감독(58)은 지난 2008, 오랜 시간 지치고 병들어있던 자이언츠에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외국인 감독으로 깜짝 등장하며구원의 메시아로 떠올랐다.

 

사실 그가 처음 한국 프로야구에 등장했을 때만해도 국내 야구계는 물론이고 심지어 자이언츠 팬들의 반응도 시큰둥했다. 강병철, 백인천 등 국내에서 나름 명장소리를 듣던 베테랑 감독들도 구원하지 못했던 자이언츠의 성적이다. 말도 통하지 않는 이방인 감독, 여기에 화려한 선수생활을 보낸 것도 아니고 미국 출신이라고 해도 정작 메이저리그에서의 감독 경력도 길지 않았던 인물이 갑자기 나타난다고 무엇이 바뀔까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하지만 그가 부임한 이후 3년째, 지금의 자이언츠는 몇 년 전까지 '8888577'로 조롱당하던 그때의 그 팀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화려하게 변신했다. 자이언츠는 2008시즌 무려 8년 만에 가을잔치에 귀환하는 감격을 누렸고, 지난 2009년에도 2년 연속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올해도 4위를 사실상 확정지으며 3년 연속 가을잔치 출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3년 연속 포스트시즌(PS) 진출은 자이언츠 구단 사상 최초의 대기록이다. 자이언츠는 91년과 92, 99년과 2000년에 연이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으나 3년 연속은 아직까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나마 2000년은 양대 리그제가 도입된 덕분에 플레이오프에는 올랐지만 단일리그 승률로 계산했더라면 8개 구단 중 5위에 불과했다. 그만큼 팀 성적이 안정적이지 못했다는 증거다.

 

재임기간 내내 자이언츠를 100%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감독은 로이스터가 유일하다. 로이스터가 자이언츠 지휘봉을 처음 물려받을 당시만 해도 선수구성이나 전력 면에서는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똑같은 선수들을 이끌면서도 로이스터는 자이언츠를 매년 4강 이상을 노리는 팀으로 바꾸어 놓았고, 결과보다 과정이 더 재미있는 야구로 구도 부산의 야구열기를 부활시키는데 앞장섰다.

 

또한 로이스터 감독은 눈앞의 성적만이 아니라 한국야구에 이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스타일의 자율야구를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로이스터 야구의 핵심은두려움 없는(No Fear)’야구다. 로이스터 감독이 한국야구에 전파한 것은, 어떤 기술이나 전술적 차원이 아니라 곧 야구를 대하는 의식의 변화였다. 암흑기를 거치는 동안 머릿속에 뿌리박힌 패배에 대한 공포감, 과정보다 결과에만 연연하는 집착, 기계적이고 수동적인 야구에 대한 자기반성이었다.

 

물론 로이스터 감독의 자율야구는 종종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훈련량이 적다. 수비가 허술하다. 단기전에 약하다.” 등은 첫해부터 계속 지적되어온 메뉴다. 일부에서는문제점을 알고서도 고치지 않으려는 게 자율야구의 한계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로이스터 감독이 추구하는 진정한 자율야구란방목이 아니라선수들 스스로가 생각하고 책임지는 야구.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나가라는 말이 앞뒤 가리지 않고 덤비라는 의미가 아니라, “좋은 볼이라면 초구라도 놓치지 마라.”는 의미인 것처럼, 로이스터의 자율야구는 단지 그것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선수들의 마인드에 달려있다.

 

눈앞의 결과보다 시즌 전체를 놓고, 경기마다 승패에 집착하기보다는 큰 흐름을 먼저 본다. 그리고 매 경기 선수들이 자신의 역량을 100% 발휘할 수 있는 최선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바로 감독의 임무라는 게 로이스터의 철학이다.

 

지난달 24일과 25일 부산 지역의 모 일간지 1면에는 로이스터 감독의 연임을 지지하는 광고가 실리기도 했다. 3,000명에 이르는 자이언츠 팬이 인터넷 카페 개설과 모금운동을 통하여 자발적으로 게재한 광고다. 프로야구사에 감독의 연임을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일은 전례가 드문 일이기도 하다. 로이스터의 야구가 이제는 선수들만이 아니라 팬들에게도 공감대를 형성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준PO라는 또 하나의 도전무대를 앞두고 있다. 지난 2년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가을잔치에서의 부진으로 의미가 다소 퇴색되었듯이, 이번에도 준PO의 관문을 넘지 못하면 또 어떤 평가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미 3년 연속 PS진출만으로도 검은 메시아는 구도 부산에 새 역사를 만들었고 잊을 수 없는 행복한 추억을 남겼다.

 

로이스터 감독의 계약은 올해로 만료된다. 하지만 자이언츠 구단의 반응은 아직 미적지근하다. 모든 결정은 시즌이 끝난 후로 미루겠다는 입장이다. 구단 운영이 여론의 영향에 좌우되지 않겠다는 뜻과 취지는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자이언츠의 발전을 위하여 무엇이 가장 필요한 것인지는 그간의 과정을 통하여 충분히 입증되었다. 이제는 자이언츠 구단이 로이스터가 남긴 업적과 팬들이 원하는 요구에 대답을 할 차례가 아닐까.

 

// 구사일생 이준목[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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