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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정우영 캐스터와 턱돌이의 동병상련?

by 카이져 김홍석 2010. 9. 18.

지난 며칠 동안 인터넷 상에서는 정우영 야구 캐스터와 한만정 해설자의 '말싸움 중계논란'이 화제가 되었다. 15 MBC Life에서 중계한 한화와 넥센의 경기도중 두 중계진이 타석에 서있던 넥센의 오윤을 두고 '닮은꼴'에 대하여 한동안 언쟁을 벌인 것이 발단이 되었다.

 

경기가 끝난 후 이미 정우영 캐스터와 한만정 해설자의 발언은 인터넷을 타고 팬들 사이에서 큰 이슈가 되어있었다. 네티즌들은 두 사람의 말싸움 동영상을 각종 게시판과 커뮤니티에 퍼 나르며 검색어 상위권에 랭크 될 정도였다. 이를 각 인터넷 언론매체들이 대거 기사화하며 말싸움 공방은 순식간에 중계진의 '자질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팬들은 관련 동영상만 보며 두 사람이 중계진으로서의 본분을 저버렸다며 질타하기도 했다.

 

일이 커지자 정우영 캐스터와 한만정 해설자는 당시 발언을 두고 "단지 농담을 주고받은 것뿐인데 지나치게 와전됐다"고 해명했다.

 

물론 농담이건 진담이건 방송 중에 '실없는 소리'를 한 것이 잘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발언이 과연 '자질부족'이나 '방송사고' 소리를 들어야 할 만큼 심각한 사안일까.

 

당시 두 사람이 주고받은 발언은 "넥센의 오윤이 심정수를 닮았냐, 정수빈을 닮았냐"하는 내용이었다. 물론 야구경기 중계와는 큰 상관이 없는 내용이었지만 당시 경기흐름이 그렇게 긴박한 상황도 아니었고, 두 사람은 오랫동안 야구중계에서 호흡을 맞춰오며 이전에도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은 전례가 있다.

 

두 사람의 관계나 경기흐름을 모르고 단지 편집된 동영상만 접한 많은 대중들은 중계진의 개념상실을 비판하지만, 이전부터 두 사람의 야구중계를 접해온 팬들이라면 이런 상황이 큰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스포츠 중계는 뉴스보도가 아니다. 야구경기의 정확한 내용이나 상황전달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야구장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볼거리나 이슈를 포착해내고 이를 맛깔스럽게 살려내는 엔터테인먼트적인 감각도 필요하다. 특히 야구경기는 농구나 축구와는 또 달라서 경기 중에 유독 '여백'이 많은 스포츠다. 그 여백 내내 단지 경기내용만 전달하고 기록만 읊어대는 중계진이라면 그보다 더 지루한 중계는 없을 것이고, 더더욱 자질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프로스포츠 중계가 더욱 발달된 미국만 하더라도 캐스터와 해설자가 짓궂은 농담을 주고받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심지어 한 특정선수의 별명이나 습관을 놓고 10분 가까이 별 의미 없는 입씨름만 주고받는 경우도 있다. 물론 중계의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되지만 경기전달 사이사이 끼어드는 '만담'은 스포츠 중계의 여백을 채워주는 필수적인 요소다.

 

또한 기계적인 중립성에 연연해 하지 않고, 선수나 팀의 잘한 플레이와 못한 플레이를 놓고 강도 높은 비판과 칭찬이 넘나드는 경우도 흔하다.

 

한국의 TV 스포츠중계는 예전보다는 많이 부드러워졌지만 여전히 엄숙주의에 대한 강박이 강하다. 조금만 '기준'에 벗어나는 멘트나 상황이 나오면 단번에자질부족이나수준미달이라는 꼬리표가 달라붙는다. 특정 선수나 구단에 대한 편파 논란이 나오기도 한다. 이래서는 틀에 박힌 중계가 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넥센의 마스코트 턱돌이는 경기 중 장난으로 여자 연예인을 끌어안는 장면이 추행 논란을 일으키며 곤욕을 치른바 있다. 팬들에게 즉흥적인 행동으로 재미를 주려고 벌인 행동이었지만, 이후 턱돌이는 한동안 자숙의 시기를 거쳐야 했다. 장난이 짓궂었던 면도 있지만, 장난을 장난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보수적인 시각 탓이다.

 

정우영 캐스터의 심정이 당시 추행 논란에 빠져 의기소침했던 턱돌이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그들의 잘못이라면 단지웃자고 한 이야기를 죽자고 덤비는 것처럼 보이게만들었다는데 있다. 그러나 이것은 중계진의 자질부족이라기보다는, 연기력과 유머감각의 부족이었을 뿐이다. 만일 유재석과 박명수, 혹은 신현준과 정준호였다면 그보다 더 농도 짙고 실없는 멘트를 했다 하더라도 오해를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연예인이 아니었고 그만큼의 예능감은 없었다. 단지 그게 애석할 뿐이다.

 

// 구사일생 이준목[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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