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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LG 트윈스, 올해도 풀지 못한 ‘김성근의 저주’

by 카이져 김홍석 2010. 9. 21.

LG 트윈스의 가을 꿈이 올해도 멀어졌다. 올 시즌 신인 박종훈 감독 체제가 들어서며 야심찬 새출발을 선언했던 LG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로 중반까지 롯데, KIA와 치열한 경쟁을 펼쳤으나 결국 번번이 고비를 넘지 못하고 주저 않고 말았다.

 

LG는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던 2002년 이후 벌써 8시즌째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다. 야구계에선 흔히 이를 김성근의 저주라는 농담으로 부른다. LG 2002년 시즌 중 팀 성적이 부진하자 2군에 있던 김성근 감독에게 SOS를 요청하여 1군 감독대행으로 승격시켰다.

 

당시 김성근 감독은 정규리그 4위에 이어 포스트시즌에서도 팀을 준우승으로까지 이끌며 기적적인 한 해를 보냈다. 김성근 감독에게 야신(야구의 신)’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바로 이때부터였다.

 

하지만 팀 운영에 있어서 철저한 원칙주의자이며 소신이 강한 김감독은 LG 프런트와 융화하지 못했다. LG 구단은 시즌이 끝난 뒤 김성근 감독이 LG가 추구하는 신바람야구와는 스타일이 맞지 않는다며 해임을 결정했다. 상식을 벗어난 인사에 팬들의 반발이 거셌지만 구단의 결정을 뒤집을 수는 없었다.

 

이후 김성근 감독은 2007 SK 사령탑을 맡은 이후 팀을 두 시즌 연속 팀을 정상에 올려놓으며 무관의 한을 풀고 지도자로서 황금기를 맞이했다. 반면 신바람야구를 하겠다고 야신을 쫓아냈던 LG에는 바람은 바람이되 풍파만 끊이지 않았다.

 

2006년엔 창단 이후 첫 꼴찌를 기록했고, 2008년에도 또 꼴찌로 추락했다. 지금도 LG 팬들 사이에서 공공의 적으로 평가 받는 이순철 전 감독에서부터 현대에서 네 차례 우승을 일군 김재박 감독까지 영입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2000년대 이후 LG는 프로야구계의 사고다발지역으로 악명이 자자하다. 프랜차이즈 스타들과의 석연치 않은 결별, 선수단의 무한 이기주의, 프런트의 갈지자 행보 등은 어느새 LG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이미지가 됐다.

 

특히 김재박 감독이 맡았던 마지막 시즌이었던 지난 2009년은 사건사고의 하이라이트였다. 포수 조인성과 투수 심수창이 경기 중 마운드 위에서 공개적으로 언쟁을 벌이다가 2군으로 동반 강등됐고, 서승화는 2군 훈련장에서 후배들을 야구배트로 구타한 사건이 밝혀져 파문을 일으켰다. 심지어 시즌 막바지에 벌어진 박용택 타격왕 만들기논란은 김재박 감독에게까지 불똥이 튀어 구설수에 오르내려야 했다.

 

올해 들어 LG는 그 어느 때보다 변화의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1군 감독 경력이 일천한 박종훈 감독에게 5년 장기계약을 제시한 것은 팀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위한 강력한 의지로 읽혀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2010시즌은 지난해보다 더욱 업그레이드된 평지풍파의 종합선물세트였다. 이보다 더한 막장은 없을 것 같았던 이순철의 2006년과 김재박의 2009년을 체험하여 강인해진 LG 팬들이지만, 에이스 봉중근과 그의 아내, 은퇴선수 이상훈과 LG 이영환 단장, 서승화와 이형종 등으로 줄줄이 이어지는 논란과 설화러시는 막장드라마에 한계는 없다는 진리만을 뼈저리게 체감하며 또 한번 좌절에 빠뜨렸다.

 

새롭게 시작해보려는 신임감독과 구단의 변화의지는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번번히 공수표가 되기 일쑤였다. 큰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 선수와 이적생들의 영입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고, 박명환은 또다시 병상과 마운드를 오락가락했다. 봉중근, 조인성, 작은 이병규 등의 활약은 그나마 위안을 남겼지만 전체적으로 LG는 여전히 모래알 군단, 각자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팀이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했고, 좀처럼 정돈되지 못한 어수선한 모습은 시즌 막바지에 이르기까지 계속됐다.

 

결과적으로 LG는 시즌 전 리빌딩을 통한 근본적 체질개선과 당장의 팀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 사이에서 방향성을 잡지 못한 것이 시즌 기획의 가장 큰 실패로 지적된다. 리빌딩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정작 선수영입이나 구성은 오히려 성적에 대한 부담을 부추기는 쪽으로 흘러갔다.

 

국가대표급 선수들로만 구성되어 기대감만 높였던 외야진의 '5'는 한번도 제대로 된 전력을 가동해보지 못했고, 정작 무늬만 화려한 타선에 비하여 근본적인 문제이던 마운드는 올해도 양과 질에서 모두 기대이하였다. 오지환, 김광삼, 작은 이병규 등 비주전급 선수들에게 꾸준히 기회를 주면서 한 단계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많은 시행착오에 허덕였고, 전체적으로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팀 전력으로 응집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올 시즌의 부진은 박종훈 신임감독과 LG 프런트에 또 한 번 많은 교훈을 남겼다. 리빌딩이 선수의 이름값이나 막연한 기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며, 단체스포츠에서의 팀워크와 내부 결속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깨우쳤을 것이다.

 

매년 이맘때쯤 흘러나오는 그래도 희망을 봤다. 다음 시즌을 기약하자.’는 포장용 멘트는 이제 식상하다. LG가 올 시즌 치른 수많은 시행착오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과 개선의지가 없다면 다음 시즌도 가을잔치는 남의 집 구경이 되고 말 것이다.

 

// 구사일생 이준목[사진=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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