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선동열 감독이 이승엽 복귀에 시큰둥한 이유는?

by 카이져 김홍석 2010. 9. 24.

‘국민타자’ 이승엽의 내년 시즌 이후 행보는 어떻게 될까. 최근 요미우리와의 4년 계약 만료가 임박해오며 이승엽의 거취를 놓고 국내 야구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이승엽은 1군에 복귀해있는 상황이지만 이변이 없는 한 요미우리와의 재계약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요미우리는 올 시즌 이승엽을 사실상 전력 외 선수로 분류하고 거의 중용하지 않았다. 시즌 막바지에 그의 경험과 장타력을 믿고 한시적으로 기용한다고 할지라도 앞으로 팀 내 입지에 큰 변수는 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국내에선 벌써부터 이승엽의 향후 진로를 놓고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이승엽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크게 국내 복귀와 일본 잔류 중 하나인데, 두 가지 선택 모두 이승엽의 높은 몸값이 변수다.

 

그런데 이승엽의 전 소속팀으로 국내 복귀시 우선협상권을 갖고 있는 삼성의 태도는 시큰둥하다. 이전에 일본에 진출했던 한국 프로야구 스타들의 국내 복귀를 추진할 당시, 모두 소속팀이 앞장서서 두팔 벌려 환대하던 분위기와는 영 딴판이다.

 

특히 선수 영입에 가장 큰 결정권을 지니고 있는 선동열 삼성 감독은 이승엽이 일본에 진출해있던 2005년부터 이승엽의 국내 복귀 가능성이 거론될 때마다 초지일관 부정적인 반응으로 일관해왔다. “이승엽이 돌아와도 현재 팀 내에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많은 팬들은 여기에 의문을 갖고 있다. 자타공인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국민타자인 이승엽의 복귀를 선 감독은 왜 항상 부정적으로 바라볼까. 이승엽의 가세는 현재 리빌딩의 완성단계로 가고 있는 삼성 타선의 극대화와 함께, 이승엽의 티켓파워를 통한 인기중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도 있다.

 

사실 이것은 최근의 반응만은 아니다. 이승엽이 일본진출 초기이던 지바 롯데 시절에 부진을 겪어 일시적으로 국내 복귀 가능성을 타진할 때도 선동열 감독과 삼성 측은 난색을 표시한바 있다.

 

선동열 감독의 발언은 좋게 보면 선배로서이승엽이 일본야구에서 당당히 명예회복하고 돌아오라.”는 애정 어린 고언 같지만, 실은 감독으로서 여러 가지 속사정이 숨겨져 있다. 현재 삼성에 이승엽의 포지션인 1루수나 지명타자 자리에는 각각 채태인과 최형우 등이 있다. 이들은 선동열 감독의 리빌딩에서 핵심적인 비중을 차지했던 선수들이고, 몇 년에 걸쳐 겨우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이승엽이 복귀할 경우 연쇄적인 포지션 이동이 불가피해진다. 이승엽의 기량도 기량이지만, 향후 팀 개편에 있어서 혼란을 부채질할 소지가 많다. 더구나 올 시즌 들어 세대교체가 완성단계에 진입한 시점이어서 이제 노장 반열에 접어들며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받는 이승엽에게 거액을 안겨주며 영입하기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이승엽이 삼성이 아닌 국내 다른 구단과 협상을 하려고 해도 높은 몸값이 걸림돌이다. 삼성 외 구단이 이승엽을 영입하려면 이승엽의 일본 진출 직전인 2003년 삼성에서 받은 연봉(63,000만원)의 최대 450%(283,000만원)를 보상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몸값도 몸값이지만 일본진출 이후에도 여전히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 이미지가 강한 이승엽이 굳이 대구를 떠나면서까지 국내 복귀를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

 

삼성 역시 이승엽에 대한 대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이승엽이 돌아온다고 했을 때 현재의 팀 사정이나 선수구성을 감안하면 그를 잡기도 어렵지만, 막상 현실적으로 이적조건을 충족한다 할지라도 그를 쉽게 다른 팀으로 놓아주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과거 이만수나 올 시즌 양준혁의 은퇴과정에서 보듯,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홀대한다는 팬들의 반발여론이 가져올 후폭풍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이만수의 경우는 구단과 프랜차이즈 스타 간에 있었던 최악의 결별 사례로 지금도 거론되고 있으며, 양준혁 역시 성대한 은퇴식으로 잘 포장되기는 했지만 삼성과의 오랜 애증과 올해 은퇴를 결심하기까지 과정의 이면에는 수많은 해프닝이 있었다.

 

선동열 감독 역시 올 시즌 좋은 성적과 세대교체에도 불구하고, 간판스타인 양준혁의 은퇴과정에서 대구 홈팬들의 거센 비난을 한 몸에 받은바 있다. 이래저래 삼성과 선동열 감독이 안고 가자니 부담스럽고 버리자니 아까운 이승엽의 복귀를 마땅찮게 생각하는 속사정이다.

 

// 구사일생 이준목[사진=삼성 라이온즈]

 

 

추천 한 방(손가락 모양)은 글쓴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로그인 없이도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