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mbn 뉴스를 통해 KBO와 통합 창원시(창원+마산+진해) 간의 제 9구단 창단을 위한 구체적인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었습니다. KBO와 창원시가 곧 구단 창단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계획이라는 것이 그 뉴스의 주요 골자였습니다.
곧이어 KBO에서도 “한국야구위원회(총재 유영구)와 창원시(시장 박완수)는 오는 26일(화) 16시 야구회관 7층 기자실에서 신규구단 창단시 창원시에 유치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갖는다. 이날 있을 협약식의 주요 내용은 창원시와 KBO는 프로야구 신규구단 유치를 위해 상호 협력하며, 창원시는 프로야구단 유치 후 현 마산야구장 시설을 보완하고, 마산야구장과 별도로 프로 경기가 가능한 신규 야구장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다.”라는 내용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습니다.
KBO가 기업이 아닌 지자체와 양해각서를 체결하여 신생 구단의 창단을 도모한다는 것은 놀랍지만,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기업의 참여는 생각보다 수월하게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일의 진행상황을 보고 한 기업이 자신들이 주체가 되겠다고 나설 수도 있고, 그게 아니면 기업은 넥센 히어로즈처럼 스폰서 형식의 참여만 하게 되고 ‘시민 구단’ 형태의 창단이 될 수도 있겠지요.
이를 두고 야구계는 물론 팬들 역시 찬성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장차 10개 구단을 갖추어 양대 리그제의 도입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대전제에 동감하는 이들은 모두 쌍수를 들고 환영할만한 소식이었죠. 통합 창원시에는 그 동안 롯데가 제2구장으로 사용해왔던 마산구장이 있어 계획만 확실하게 이루어진다면 일의 진행은 훨씬 빨리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후에 롯데 구단에서 또 하나의 보도자료가 메일로 날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이 각종 매체를 통해 기사화되면서 롯데 구단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죠. 롯데가 창원이 연고지가 되면 자신들의 밥그릇을 빼앗길 까봐 제9구단의 창단에 딴죽을 걸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먼저 잘못을 한 쪽은 KBO입니다. 그들은 순서를 어기고 도의적 책임을 져버렸습니다. 적어도 잡음이 없이 원활한 제9구단의 창단을 원했다면, 일을 이런 식으로 진행시키진 말았어야 했습니다. 아래는 롯데 측에서 보내온 보도자료의 전문입니다.
롯데 자이언츠(代表理事 蔣炳守)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창원시의 제9구단 창단과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한다는 발표에 다음과 같이 구단의 입장을 밝힌다.
1982년 부산-경남 지역을 연고로 출범한 롯데 자이언츠는 이 지역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KBO와 창원시가 사전에 롯데 구단과 아무런 협의를 거치지 않고 양해각서를 교환하기에 이른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는 바이다.
프로구단 창단은 지난한 과제들을 안고 있다. 따라서 KBO와 창원시는 참여 대기업의 선정 등 구단 창단의 구체적인 토대를 마련치 않은 상태에서의 양해각서 체결은 재고되어야 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2010년 10월 21일 주식회사 롯데 자이언츠 대표이사 장병수
롯데는 보도자료를 통해 KBO와 창원시의 양해각서 체결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두고 “롯데가 창원시에서의 신생 구단 창단을 반대한다”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요. 롯데 측은 어디까지나 “참여 대기업의 선정 등 창단의 구체적인 토대를 마련치 않은 상황에서의 양해각서 체결”을 재고해달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보다 앞서 두 번째 문단의 “KBO와 창원시가 롯데 구단과는 아무런 협의 없이 양해각서 교환을 결정했다”는 부분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거듭되는 무개념 행정으로 팬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KBO가 이번에도 원칙과 순서를 벗어난 일방통행식 행정을 하고 있음을 이 부분을 통해 알 수 있으니까요.
물론 지금 현재의 프로야구는 ‘지역 연고제’가 아닌 ‘도시 연고제’입니다. 2007년을 기점으로 과거의 지역 연고제 개념은 사라지고, 도시 연고제로의 전환이 이루어졌죠. 따라서 부산이 연고인 롯데가 창원시에 대한 연고권을 주장할 규약상의 권리는 없습니다. 그렇게만 보면 롯데의 이번 입장 표명은 ‘월권’ 혹은 ‘오버’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실질적으로 롯데의 영향력은 부산을 넘어 경남 지방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경기수가 지속적으로 줄긴 했지만, 당장 올해까지도 롯데는 마산구장에서 6경기를 치렀습니다. 경남지방 팬들을 위한 배려였고, 사실상의 연고권을 행사하며 그에 대한 의무도 이행하고 있었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롯데의 마산구장 경기는 그 동안 많은 잡음이 있었습니다. 창원시(마산시)에서는 그것이 지역 경제의 활성화 등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경기수를 늘려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지만, 사실 롯데는 오히려 마산구장에서의 시합이 경제적인 손해만 가져오기에 곤란하다는 입장이었죠. 덕분에 구단과 창원시 사이에 잡음이 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롯데는 그러한 잡음 속에서도 경남 지방의 팬들을 완전히 외면하지는 않았습니다.
점포에 세를 들어 장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 장사가 잘 되면 그로 인해 파생된 권리금은 가게 주인이 아닌 세입자의 것이 됩니다. 아무리 전체의 큰 판으로 봤을 때 롯데가 KBO에 세를 들어 사는 입장이라 하더라도, KBO가 몇 년 동안 포기한 곳을 돌보고 있었다면 그에 대한 최소한의 권리는 인정해야 마땅하죠. 적어도 도의적인 차원에서의 기본적인 ‘배려’를 잊어선 곤란합니다.
KBO는 창원시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롯데 측에 아무런 양해도 구하지 않았습니다. 창원시가 야구단에 대한 갈망함이 있고, 그 기초가 잘 되어 있다면, 그건 롯데 구단의 공입니다. 적어도 그 공을 인정했다면, 사전에 롯데 구단과의 조율은 있어야했죠. “규약상의 권리가 없다”는 말로 일축하며 독단적으로 일을 진행시키는 것은 올해까지 마산구장을 제2의 홈구장으로 사용하며 경기를 치른 구단에 대한 올바른 처우가 아닙니다.
순서를 무시한 일 처리이며, 도의적으로도 자신들의 파트너이기도 한 롯데 구단을 배려하지 않은 행정이죠. 롯데에 앞서 KBO의 무개념 행정이 일을 크게 만든 겁니다. 세입자가 키워 놓은 점포를 다른 사람에게 팔면서, 그 권리금까지 주인이 같이 챙긴 꼴이죠. 아무리 좋은 의도에서 비롯된 일이라 하더라도, 과정이 이래서는 곤란합니다. 우선 롯데 측에 이야기를 하고, 그들의 동의를 먼저 구해야 했습니다. 설령 그것이 ‘형식적인 절차’라 하더라도 말이지요.
상황이 그러니 롯데 입장에서 기분이 좋을 리 없지요. 사업상의 파트너였던 KBO도, 그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던 창원시도, 자기들끼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자 롯데를 모른 척한 겁니다. 롯데 구단의 입장에서는 뒤통수를 맞은 셈이니, 분통이 터지는 것이 당연하지요. 솔직히 말해 어찌되었건 자기들이 지키고 있던 밥그릇을 일방적으로 빼앗긴 셈이니 속도 상했을 테고요.
물론 롯데 구단 역시 대승적인 입장에서라도 제9구단의 창단을 반대해선 안됩니다. 특히 그 연고도시가 자기들의 제2의 연고나 마찬가지였던 창원이 된다고 하여 노골적으로 거부 의사를 드러내는 것은 곤란하죠. 당장은 자신들이 지켜온 밥그릇을 빼앗기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전체의 판이 커지면서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이니까요. 괜히 반대하는 액션을 지속적으로 취하면, 팬들에게 외면을 당할 뿐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동안의 공로는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권리금을 받겠다고 나선다면 그건 문제가 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지금까지 그 곳을 제2의 연고로 해온 팀으로서 일이 추진되기 전에 그 내용을 알고 있어야 했습니다. 형식상의 절차라 하더라도 KBO는 롯데의 동의를 먼저 구해야 했습니다. 그 단계부터 롯데가 반대했다면, 그때는 규약을 이유로 롯데를 외면해도 상관 없었을 겁니다. 그때는 ‘구단 이기주의’로 몰고갈 수 있는 명분이 생기니까요.
KBO가 모처럼 잘 한 일에 롯데가 딴죽을 거는 듯한 모양새가 되면서 욕을 먹고 있지만, 이번 문제는 KBO의 무개념 행정이 근본적인 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리 ‘탁상공론’과 ‘일방통행’에 익숙한 KBO라 하더라도 이런 식은 도를 지나친 행동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설령 롯데가 창원시를 내주는 것을 배 아파하며 반대할 것이 예상된다 하더라도, KBO는 도의적인 면에서 그 순서를 지켰어야 했습니다. 파트너에게까지 이런 식이라니, 하루 이틀 일도 아니지만 KBO의 행정엔 정말 실망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유진,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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