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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MLB에서 탄생한 꿈의 선발진 ‘판타스틱 4’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2. 15.



상상 속에서나 이루어질 법한
, 아니 쉽사리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메이저리그는 지금 현재 아주 난리가 났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 속에서나 꿈꿔볼 수 있었던 환상적인 선발 로테이션이 한 팀에서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한 명도 모셔오기도 힘든 에이스급 투수 4명이 같은 팀에 모였다.

 

이번 FA 시장의 최대어로 꼽혔던 클리프 리(32)의 최종 행선지는 다름 아닌 필라델피아 필리스였다. 뉴욕 양키스와 텍사스 레인져스 간의 파워게임으로 예상했던 리의 영입전쟁은 예상치도 못한 필라델피아가 끼어들면서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그로 인한 파장은 어마어마할 전망이다.

 

2002년에 데뷔한 클리프 리는 쓸만한 좌완 선발에서 2008 22 3패 방어율 2.54의 성적으로 아메리칸 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하며 특급 좌완 에이스로 거듭났다. 작년에는 클리블랜드에서 필라델피아로 트레이드되어 필라델피아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견인했고, 올해는 시애틀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중간에 텍사스로 트레이드됐다. 그리고 리가 맹활약한 덕분에 텍사스는 창단 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비록 우승을 차지하진 못했지만, 지난 2년간의 포스트시즌에서 리가 거둔 성적은 7 2패 방어율 2.13으로 매우 훌륭했다. 선발 등판한 10경기에서 76이닝(3완투)을 소화했고, 무려 80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그는 가을 무대에서의 가장 위력적인 투수였고, 지금 현재 메이저리그 전체를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특급 에이스다.

 

뉴욕 양키스와 텍사스 레인져스가 6~7년의 계약기간과 13~16천만 달러급의 메가톤급 액수를 제시했지만, 리의 선택은 5년간 12천만 달러를 제시한 필라델피아였다. 그는 텍사스의 환경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뉴욕의 극성스런 언론이 싫었다. 그런 면에서 필라델피아는 리와 그의 가족들이 편하게 살며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필라델피아가 리를 잡은 것도 빅뉴스지만, 그로 인해 파생된 결과물이야말로 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팀에는 리를 제외하고도 리그 최정상의 에이스급 투수들이 이미 3명이나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 한 명은 작년 이맘때쯤 리가 필라델피아를 떠나게 된 원인을 제공한 현존 최고의 완투형 선발투수로이 할러데이(33).

 

지금으로부터 1년전, 메이저리그는 할러데이 쟁탈전이 한창이었다. 할러데이의 몸값이 부담스러웠던 토론토가 그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았고, 마켓에 나온 현역 최고의 투수를 향한 각 팀들의 움직임이 매우 분주했다. 그리고 그 할러데이 쟁탈전에서 승리한 것은 필라델피아였다. 당시 필라델피아-시애틀-토론토가 엮인 사실상의 3각 트레이드 과정 속에서 리는 시애틀로 보내졌었다.

 

할러데이는 올 시즌 21 10패 방어율 2.44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자신의 개인통산 2번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퍼펙트게임을 연출하는 등 자신을 선택한 구단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실력으로 증명했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할러데이-리의 원투펀치 조합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메이저리그의 현역 투수들 가운데 최강의 우완과 특급 좌완이 한 팀에서 뛰게 되는 것이다.

 

그게 다가 아니다. 필라델피아는 올 시즌 중반 트레이드를 통해 지난 10년 동안 휴스턴의 에이스로 활약해온 로이 오스왈트(33)를 영입했다. 비록 오스왈트가 사이영상 수상 경력은 없지만, 꾸준함에 있어서는 그 어떤 투수와도 비교를 불허하는 선수다. 그는 2000년대를 화려하게 장식한 최고의 에이스 중 한 명이었으며, 지금 현재도 열 손가락 안에는 넉넉히 들어가는 투수다. 필라델피아로 이적한 후 2선발로 활약하며 7 1패 방어율 1.74의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내년에는 이런 우완 에이스가 3선발로 나설 예정이다.

 

4선발은 좌완 콜 하멜스(27). 필라델피아가 키워낸 젊은 투수이며, 2009년 후반기에 리가 영입되기 전만 하더라도 하멜스가 자타가 공인하는 필리스의 에이스였다. 이미 2007년부터 정상급 좌완으로 인정받고 있었으며, 2008년 포스트시즌에서는 신들린 듯한 피칭(4승 무패 방어율 1.80)을 보여주며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견인한 주인공이다.

 

<판타스틱 4 2010시즌 성적>

할러데이 : 33경기 9완투 4완봉 250이닝 219탈삼진 30볼넷 21 10패 방어율 2.44

클리프리 : 28경기 7완투 1완봉 212이닝 185탈삼진 18볼넷 12   9패 방어율 3.18

오스왈트 : 33경기 2완투 2완봉 211이닝 193탈삼진 55볼넷 13 13패 방어율 2.76

콜하멜스 : 33경기 1완투 0완봉 208이닝 211탈삼진 61볼넷 12 11패 방어율 3.06

 

그야말로 게임 속에서나 한번쯤 만들어 봄직한 그러한 선발 로테이션이다. 할러데이와 리는 빅마켓 팀들도 한 명 가져보기 힘든 초특급 레벨이며, 오스왈트와 하멜스 역시 포스트시즌 진출팀에나 어울릴법한 수준의 에이스들이다. 그런 그들이 모두 한 팀에 모여 있다. 그것도 완벽한 우---좌의 균형까지 맞춰서 말이다. 그야말로 ‘판타스틱 4’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이쯤 되면 상대팀은 경기를 하기 전부터 기가 죽을 수밖에 없다. 이들은 하나같이 완성형 투수들이다. 긴 이닝을 소화하며, 많은 탈삼진을 잡아낼 수 있는 구위를 지니고 있는데, 컨트롤까지 좋아서 볼넷도 많이 허용하지 않는다. 상대하는 입장에선 악몽도 이런 악몽이 없다. 참고로, 이 팀의 5선발은 지난 6년 동안 4.30의 통산 방어율로 연평균 12승을 거둔 조 블랜튼(30)이다. 이 친구 역시 팀을 잘 만나면 2선발, 못해도 3선발은 되는 선수다.

 

매년 시즌 초반이 되면 흔히 볼 수 있었던 최고의 원투펀치를 보유한 팀은 어디일까요?’라는 설문은 의미가 사라져버렸다. 우리나라로 치면 류현진, 김광현, 윤석민, 봉중근이 모두 한 팀에 모여 있는 셈인데, 여기에 무슨 설명이나 수식어가 더 필요하단 말인가!

 

할러데이-오스왈트-하멜스의 조합만으로도 이미 상식을 벗어난 수준이었다. 헌데, 여기에 클리프 리가 더해졌다. 이쯤 되면 사상 최고의 지구방위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비슷한 수준의 선발 로테이션을 찾으려면 17년 전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90년대 초반 애틀란타는 자체적으로 톰 글래빈, 존 스몰츠, 스티브 에이브리라는 3명의 유망한 선발투수를 길러냈다. 그들이 바로 애틀란타 영건 3인방이다. 그리고 1992 12, 그 해 사이영상 수상자인 그렉 매덕스가 FA 계약으로 팀에 합류했고, 그렇게 구성된 당시 젊은 에이스 4인방은 1993년의 메이저리그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 넣었다.

 

매덕스 : 36경기 8완투 1완봉 267이닝 20 10패 방어율 2.36

글래빈 : 36경기 4완투 2완봉 239이닝 22   6패 방어율 3.20

스몰츠 : 35경기 3완투 1완봉 243이닝 15 11패 방어율 3.62

스티브 : 35경기 3완투 1완봉 223이닝 18   6패 방어율 2.94

 

네 명은 도합 142경기에 선발 등판하여 972이닝을 책임졌고, 무려 75승을 거뒀다. 이때 23살에 불과했던 스티브 에이브리가 혹사로 인해 어깨와 팔꿈치가 망가지면서 애틀란타 투수 4인방의 꿈은 사라지고 3인방만 남게 되었지만, 이들 4명이 그 1년 동안 보여준 파괴력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했다.

 

어쩌면 필라델피아의 판타스틱 4가 유지되는 것도 1년으로 끝일 수 있다. 내년에 950만 달러를 받게 되는 하멜스가 2011년을 끝으로 FA 자격을 획득하기 때문이다. 1600만 달러를 받는 오스왈트도 계약 종료지만, 구단이 원하면 같은 금액으로 1년 더 잡아둘 수 있다. 할러데이 역시 연봉 2000만 달러로 2013(2014년은 옵션)까지 계약되어 있다.

 

하멜스가 FA가 되면 그 역시 최소 연평균 15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보장해줘야 한다. 이미 할러데이--오스왈트의 연봉만 해도 6000만 달러인 필라델피아가 아무리 프렌차이즈 스타라고 해도 하멜스에게까지 그만한 투자를 할 지는 미지수다.

 

그렇다면 판타스틱 4의 임무는 명확하다. 곧장 내년 시즌에 당장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다. 재계약은 그 이후의 문제다. 그리고 이만한 투수진을 구축했는데도 우승하지 못한다면, 그것 또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1993년의 애틀란타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에서 커트 쉴링을 앞세운 필라델피아에게 패했었다.

 

홈런왕라이언 하워드(31)를 필두로 채이스 어틀리(32), 지미 롤린스(32), 쉐인 빅토리노(30) 등이 버틴 필라델피아의 타선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강타자 제이슨 워스(31) FA 대박을 터뜨리며 워싱턴으로 옮겨갔고, 필라델피아는 그 공백을 보강하기 보단 또 한 명의 특급 에이스를 데려오는 선택을 했다.

 

야구팬에게 있어 저런 선발투수들이 한 팀에 모인 것은 NBA 마이애미 히트에 르브런 제임스와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보쉬라는 특급 빅3’가 함께 뛰고 있는 것만큼이나 충격적이다. 하지만 그 결과가 반드시 우승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마이애미는 시즌 초반에 9 8패로 이름값에 비해 심각하게 부진했지만, 이후로 점점 선수들의 손발이 맞으면서 현재 9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승을 장담할 수준은 아니다.

 

야구는 농구보다 훨씬 더 의외성이 큰 스포츠다. 과연 필라델피아는 2011년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일단 저들 판타스틱 4명의 화려한 피칭을 기대해 보자. 그들이 함께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2011년의 필라델피아는 지켜볼 가치가 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SI.com, M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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