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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무승부는 야구가 아니다? 고정관념을 깨라!

by 카이져 김홍석 2011. 1. 9.

무승부제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프로야구계의 오랜 골칫거리였다. 기본적으로 승부를 가리는데 의미가 있는 스포츠에서 무승부만큼 모순적인 제도도 없다. 무승부를 승률에 반영하기도 그렇고 빼기에도 애매하다. 심지어 지난 2년간은 패배로 반영하는 괴상한 승률제를 채택해보기도 했지만, 현장과 팬들에게 모두 욕만 실컷 먹었을 뿐 그리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무승부제도의 효율성을 바라보는 야구계와 팬들의 시각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야구계에서는 실질적으로무승부를 승률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팬들은야구에서 왜 무승부가 필요하나며 그 존재 자체에 불만이 있다. 말하자면 야구계는 무승부가 달갑지는 않아도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필요악으로 본다면, 팬들은 무승부 자체를 부정하고 무조건 끝장승부를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 무승부는 야구가 아니다?

 

KBO 2011시즌부터 그간 논란이 되었던무승부=패배규정을 폐지하고 무승부를 승률에서 제외하는 대신, 승률을 승수와 패수의 합으로 나누는 일본식 승률제로의 환원을 결정했다. 하지만 팬들은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무승부를 패배로 규정하는 모순적인 제도보다는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무승부 자체가 존속되었다는데 불만이 있는 것이다. 팬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2008년에 실시했던 끝장승부(동점일 경우 무제한 연장제)의 부활이다.

 

야구계는 현실적으로 얇은 선수층과 혹사론 등을 내세워 끝장승부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팬들은 이에 대하여 모 영화의 대사처럼비겁한 변명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1년에 끝장승부가 몇 경기나 나온다고 그러느냐혹은미국이나 일본도 한국과 경기당 엔트리는 큰 차이도 없다. 근데 왜 우리만 혹사 타령인가?”라고 주장한다. 무엇보다프로스포츠는 팬 서비스가 아닌가. 팬들이 원한다는데 무슨 핑계가 그리 많으냐며 불만을 터뜨리는 이들도 있다.

 

무승부제도를 바라보는 야구계와 팬들의 상반된 시각에는 모두 나름의 일리가 있지만, 한편으로 양측 모두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있다는 느낌도 강하다. 일단 기본적인 전제는 양측 모두야구, 그리고 스포츠에 무승부라는 제도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무승부에 0.5승을 주든 패배로 규정하든 아예 승률에서 빼든 마찬가지다.

 

하지만 무승부의 대안이 무엇인가 하는 방법론에서는 의견이 갈린다. 여기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 무승부제도의 반대말이 꼭끝장승부여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끝장승부의 방식 또한무제한 연장전만 있는 것도 아니다.

 

오직 끝장승부만을 지지하는 팬들이 놓치기 쉬운 오류는, 과연 무제한 연장전식의 끝장승부가경기의 질을 담보하느냐의 문제다. 2008년 무제한 연장전을 도입했을 때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이닝이 한없이 길어지다 보니 심지어 무박 2일 경기 같은 해프닝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미디어나 포털에서는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수준 높은 경기도 아니었고 중계상의 문제와 늘어진 경기시간으로 인하여 끝장승부의 재미를 직접적으로 느낀 팬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스탯 챙기기 좋아하는기록 덕후나 골수 마니아 팬들에게는 흥미로울지 몰라도 다수의 팬들에게는 끝장승부는 그냥가십거리로나 회자되는 특이한 경기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 무조건 끝장승부? 왜 끝장승부가 필요한지부터 생각하라!

 

무박 2일 경기 같은 경우는 아주 특수한 상황이라 치더라도, 기본적으로 시간제한이 없는 야구라는 스포츠에서 벌어질 수 있는 무제한 연장전의 단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정체된 흐름에서 의미 없이 이닝만 계속 늘어날 경우, 선수들만 지치고 자칫 다음날 경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식의 끝장승부는 트결히재미있는것도 아니고경기의 수준을 높이는 것과도 아무 상관이 없다. 그렇다고 결론을 내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

 

야구에서 무승부제도를 없애고 싶다면 여러 가지 대안적 실험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승부치기같은 룰도 그 중 하나다. 축구의 토너먼트처럼 일정한 시간이나 이닝 동안은 연장전을 치르게 하고, 여기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 승부치기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축구에서는 정규경기시간 90분의 1/3에 해당하는 30분을 전-후반으로 나뉘어 연장전에 배당한다. 야구도 비슷하다. 정규이닝을 소화한 선수들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3이닝 정도가 적당하다. 사실상 어지간한 경기라면 연장까지 가도 12~15회 안에는 대부분 승부가 갈리기 마련이다. 만일 여기서도 승부가 나지 않는 경기라면 굳이 경기시간이나 이닝을 더 늘려봐야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져서 수준 높은 경기가 나오기도 어렵고 선수들만 지치기 마련이다.

 

승부치기의 룰은 만들기 나름이다. 지난 베이징올림픽에서처럼 무사에 주자 1,2루를 배정하고 다득점 싸움을 벌이건, 올스타전이나 축구의 승부차기처럼 전담 타자를 정해놓고 홈런포 경쟁으로 승부를 결정짓건 아이디어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기록관리상의 어려움이 있다면 승부치기의 기록은 공식 기록에서 제외하면 그만이다. 오히려 승부치기 자체가 하나의 이색적인 볼거리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2008년 끝장승부에 대한 논란이 나왔을 때 승부치기 도입에 대한 의견도 야구계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했지만, 무승부제도가 부활하면서 흐지부지되었다. 우스운 것은 무승부제도를 극력 반대하는 이들은 승부치기 같은 제3의 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는 점이다.

 

무승부제도건 끝장승부건 승부치기든, 결과적으로 모두가 만족할 완벽한 제도란 없다. 결국 차선의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최선인데, 여기서 가장 장애가 되는 것은야구는 ~해야 한다.” 그리고 “~는 야구가 아니다.”와 같은 식의 고정관념이다.

 

야구란 결국 인간의 편의를 위하여 만들어진 오락이고, 야구의 룰 역시 인간의 손에 의하여 시대에 따라 변화하여왔다. 축구공으로 야구를 하거나 골프채로 방망이를 대신하는 게 아닌 이상, 인간의 편의에 의하여 제도는 언제든 바뀔 수 있고, 그게 야구의 룰에 위배되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지명타자제도가 있는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투수가 타석에 서지 않지만, 미국의 내셔널리그에서는 투수도 타격에 선다. 어느 제도가 더 좋고 나쁘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방식의 차이일 뿐이다.

 

무승부제도와 끝장승부를 바라보는 시각도 그런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 스포츠의 미덕에 위배되는 무승부제도가 필요악이라는 명분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막무가내로 무제한 연장전식의 끝장승부만이 진리인 것처럼 고집하는 주장들 역시 편협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대안을 실험해볼 필요가 있다.

 

// 구사일생 이준목[사진=2008 6 12일 히어로즈-KIA 간의 1 2일 경기, 제공=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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