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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추신수의 올해 연봉은 MLB 최고 수준!

by 카이져 김홍석 2011. 1. 20.



추신수 본인과 클리블랜드 구단
, 그리고 우리나라와 현지의 야구팬들 사이에서도 큰 이슈가 되었던 추신수의 2011시즌 연봉이 결정됐다. 추신수와 클리브랜드는 연봉조정을 피하고 3975천 달러에 서로 도장을 찍었다. 현재 환율로 환산하면 약 45억원에 가까운 액수다.

 

그런데 이 결과에 대한 국내 팬들의 반응이 각양각색이다. 우리나라의 일부 언론에서 워낙 추신수의 계약을 두고 이리저리 부풀려 놓은 결과, 터무니 없이 적다고 불평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꽤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 금액은 이미 충분히 예상이 되었던 액수이며, 추신수와 구단 모두가 충분히 납득하고 만족할만한 결과다. 이 액수는 A급으로 평가되는 4년차 선수가 받을 수 있는 최고 대우에 가깝기 때문이다.

 

▲ 메이저리그의 연봉시스템

 

우선 이를 설명하기 위해선 메이저리그의 연봉체계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메이저리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크게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바로 프리에이전트(FA) 전과 후로 나누는 것이다. 빅리그에서 풀타임 6년을 채우면 FA 자격을 획득하게 되며, 그때부터는 경력이나 연차와는 아무런 관계없이 오직 실력과 성적만을 놓고 몸값이 책정된다.

 

FA가 되기 전의 6년도 3년씩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현재 메이저리그의 최저연봉은 40만 달러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1~3년차 때까지는 아무리 잘해도 50만 달러 이상을 받기가 어렵다. 2009년에 3할 타율과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한 추신수조차 42만 달러에서 46만 달러로 아주 소폭 상승했을 뿐이다. 류현진처럼 1년차 때 괴물 같은 성적을 거두고 리그 MVP를 수상한다 하더라도 갑자기 2년차 때 400%의 연봉 인상은 메이저리그에서 불가능한 일이다.

 

3년을 채우고 4년차가 되면 그때부터는 연봉조정 신청자격이 주어진다. 그리고 이때부터는 어느 정도 자신의 실력에 따라 연봉이 큰 폭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메이저리그에서 주전급 선수라면 보통 이때부터 1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A급으로 분류되는 팀의 핵심 선수들은 3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아 자신의 가치를 서서히 인정받기 시작한다.

 

연봉조정 신청자격을 얻은 후 FA가 되기 전까지인 4~6년차의 메이저리그 A급 선수들은 보통 4년차때는 300~400, 5년차는 500~700, 6년차는 700~800만 달러 정도를 연봉으로 받는 편이다. FA가 되기 전에 미리 구단으로부터 장기계약을 약속 받거나, 정말 특별한 일부 케이스를 제외하면 대부분 이 범주에 속한다. 그리고 추신수는 이러한 기준에서 거의 최고 대우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다른 선수들과의 비교

 

실제로 2011년의 추신수는 장기계약을 맺은 선수들을 제외하면 메이저리그의 전체 4년차 선수들 가운데 최고연봉을 받게 될 전망이다. 추신수와 더불어 좋은 성적을 거뒀던 선수들이 모두 그보다 낮은 금액에 사인을 했기 때문이다.

 

파워 하나는 예술인 넬슨 크루즈(22홈런 78타점 .318) 365만불로 추신수 다음으로 많은 액수를 받을 뿐, 2008시즌 신인왕 출신인 포수 지오반니 소토(17홈런 .280) 300만 달러에 계약한 것을 비롯해 작년에 올스타로 뽑히기도 했던 마틴 프라도(100득점 15홈런 .307) 310만 달러에 그쳤다. 지난 2년 동안 연속해서 3할을 기록하며 평균 18홈런 86타점을 기록한 빌리 버틀러가 430만 달러를 요구하며 340만 달러를 제시한 구단측과 맞서며 연봉조정 신청까지 갔지만, 추신수의 계약이 알려진 이상, 그보다는 조금 낮은 레벨인 버틀러가 승리할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2009년부터 살펴봐도 추신수보다 많은 액수를 받은 4년차 선수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아메리칸리그 최정상급 마무리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던 조나단 파벨본과 바비 젠크스가 2009년에 각각 625만불과 560만불에 계약했고, 작년에는 마무리계의 떠오르는 별브라이언 윌슨이 444만 달러에 사인했다. 메이저리그의 차세대 특급 에이스로 꼽히는 제러드 위버도 작년에 426만불을 받았으며, ‘홈런치는 2루수로 유명한 댄 어글라가 2009년에 받은 연봉이 535만 달러로 추신수보다 많았다. 최근 3년 동안 추신수보다 많은 연봉을 받은 4년차 선수는 이들 5명이 전부이며, 어글라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은 모두 빅마켓 소속의 선수들이다.

 

호타준족의 외야수로 추신수와 아주 비슷한 스타일인 헌터 펜스가 작년에 350만을 받았고, 타점왕 경력이 있는 자쉬 해밀턴도 작년에 325만 달러를 받는데 그쳤다. 이미 에이스급으로 성장한 펠릭스 에르난데스(2009 380)나 채드 빌링슬리(2010 385), 맷 가자(2010 335) 등이 받은 액수를 고려해 보더라도 추신수의 올 시즌 연봉이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물론, 지극히 예외적인 선수들도 있다. 그 대표적인 선수가 2010시즌 내셔널리그 MVP에 빛나는 조이 보토(37홈런 113타점 .324). 보토는 올해 4년차가 되어 처음으로 연봉조정 신청자격을 얻은 선수 중 추신수와 더불어 가장 주목 받던 선수였다. 그리고 보토는 3년간 3,800만 달러라는, 정말 상상치도 못한 액수에 소속팀과 장기계약을 맺으며 메이저리그에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이 계약 때문에 추신수의 올해 연봉이 터무니없이 적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FA가 되기까지 아직 3년이 남았음을 고려하면 사실 구단 측에서 굳이 그렇게 많은 돈을 내놓아야 했나 싶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것이 최근 메이저리그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단순한 A급이 아닌, MVP 레벨인 특급 선수의 경우 FA 시기와는 관계없이 천만달러급의 대우를 해주는 것이 어느 순간부터 관례처럼 되고 있으며, 실제로 연봉조정 신청까지 간다 하더라도 선수가 이기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사실 이 시절(4~6년차)에 받는 연봉은 최근 10년 사이에 큰 폭으로 상승했다. 10년쯤 전만 하더라도 메이저리그에서는 FA가 되기 전에는 소위 대박이라 불릴만한 계약이 성공되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굳이 연봉조정 신청까지 가며 구단과 씨름을 하기보다는, FA가 되어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봐주길 기다리는 편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MVP 레벨의 특급 선수들은 현 시점에서의 최고 대우를 받길 바라고 있고, 또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MLB 연봉 트렌드의 변화

 

이러한 경향은 모두 10년쯤 전에 두 명의 선수가 기존의 전통을 완전히 파괴해버린 덕분이다. 그 두 주인공은 바로 데릭 지터와 박찬호다. 두 번의 10년짜리 계약으로 돈벌레라는 이미지를 얻은 알렉스 로드리게스조차 4~6년차(98~00시즌) 시절 받은 연봉 합계가 1000만 달러가 안 되던 그 시절에, 이들 두 선수는 기존의 관례를 뒤엎어 버린 ‘파격’의 주인공들이었다.

 

뉴욕의 황태자지터는 1~3년차 시절에도 자신의 요구와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다른 스타플레이어들보다 2배 이상 많은 연봉을 받았다. 그리고 1999 4년차가 되자마자 연봉조정 신청을 통해 320만 달러를 제시한 구단을 꺾고 500만 달러라는 거액을 손에 거머쥐었다. 그리고 2000년에 5년차가 되자 기어이 1,000만 달러를 받아내는 데 성공한다. 이는 당시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일 시즌 계약으로 최고액 기록이었으며, FA 이전을 기준으로 하면 종전의 기록을 두 배 가까이 경신한 놀랍고도 황당한 액수였다. 6년차 최고 기록은 지터가 세우지 못했다. 이렇게 미리부터 돈으로 팀을 압박한 결과, 양키스 구단이 FA가 되기 1년 전에 미리 그에게 10년짜리 장기계약(1억8,900만)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6년차 기록은 2001년에 박찬호가 새로 썼다. 박찬호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는 다저스와의 장기계약 협상이 실패하자, 당장의 연봉이라도 많이 받겠다며 본격적인 협상에 임했고, 그렇게 책정된 2001년 연봉이 990만 달러였다. 이 역시 당시 기준으로 역대 단일 시즌 계약으로는 투수 최고액이었다. 그 계약 내용에는 올스타 선발에 관한 10만 달러의 옵션이 걸려 있었고, 박찬호가 실제로 올스타에 뽑힘에 따라 당시 실질적인 수령액은 1,000만 달러로 지터와 같았다.

 

이들을 능가하는 새로운 기록이 나오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박찬호의 투수 최고액 기록은 2008년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가 1,000만 달러를 받으면서 7년만에 경신됐다. 하지만 옵션 10만불을 포함하면 올해 6년차가 된 조나단 파펠본이 1,200만 달러를 받기로 하면서 진정으로 새로운 기록이 작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찬호의 2001년 연봉은 새 기록이 탄생하기까지 무려 10년이란 세월이 걸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였다는 뜻이다.

 

지터의 야수 최고액 기록은 2008년 마크 테세이라가 1,250만 달러에 1년 계약을 하면서 경신됐다. 그리고 그 테세이라의 기록은 올해 1,550만 달러에 6년차 계약을 마친 프린스 필더에 의해 또 다시 새롭게 쓰여졌다.

 

그러나 정말 놀라운 계약은 따로 있다. 2006년 홈런-타점왕을 석권하며 리그 MVP까지 거머쥔 라이언 하워드는 2008년에 4년차가 되자마자 곧바로 연봉조정 신청을 불사한 끝에 구단제시안(700)을 꺾고 1,000만 달러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 계약 역시 모두에게 충격을 가져다 주었고, 이로 인해 MVP급 레벨의 선수들은 연차에 관계없이 어마어마한 연봉을 받게 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그 수혜를 톡톡히 본 것이 바로 올해의 보토다. 추신수도 한 팀을 대표할만한 정상급 기량을 같춘 A급 선수임은 분명하나, 아쉽게도 아직까지 MVP 레벨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기에 보토와의 비교는 적절치 않다. 보토와 하워드 등은 이미 리그의 상식과는 그 궤를 달리하는 한 차원 높은 선수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추신수 역시 당장 FA 시장에 나오면 연평균 1,200~1,700만 달러 규모의 엄청난 액수의 장기계약이 가능한 선수다. 올해의 계약은 끝났지만, 여전히 클리블랜드 측과의 장기계약 가능성은 남아 있고, 그 협상은 추신수가 FA가 되기 전까지 쉬지 않고 진행될 예정이다.

 

FA가 되기 전이라면 카를로스 곤잘레스(7 8,000)와 닉 마카키스(6 6,610), 저스틴 업튼(6 5,125), 제이 브루스(6 5,100) 등의 계약이 그 척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추신수의 나이(82년생)를 고려했을 때, 어설프게 지금 시점에 5~6년짜리 계약을 하는 것보다는 FA가 된 이후에 6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맺는 것이 더 대박을 치는 방법일 수 있다. 보라스도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장기계약을 서두르지 않고 있으며, 충분히 만족할만한 액수를 받아낼 때까지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이다.

 

당장 추신수가 올해 30홈런 100타점을 기록하며 MVP급 레벨로 한층 성장한다면, 당장 내년에는 1,0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아낼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추신수가 하기 나름인 셈이다. 일단 중요한 것은 현재 추신수가 4년차 가운데서도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으며, 올 시즌의 연봉은 충분히 만족할만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홍순국의 순스포츠, MLB.com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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