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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7천만원 아끼려다 팬심(心) 잃은 롯데 자이언츠

by 카이져 김홍석 2011. 1. 21.



올 겨울 야구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롯데 자이언츠와 이대호의 연봉조정 결과가 발표됐다
. 역시나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이상일 KBO 사무총장과 최원현 고문 변호사, 김소식 전 일구회 회장, 김종 야구발전연구원, 박노준 SBS 해설위원의 5명으로 구성된 조정위원회는 7억원을 요구한 이대호의 의견을 기각하고 63천만원을 제시한 롯데 구단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앞선 글(링크 : 이대호의 연봉조정 신청은 의리 있는 결단!)에서도 밝혔듯, 일단 이대호의 2011년 연봉이라는 눈앞의 사안만 놓고 보면 롯데 구단 측의 주장이 좀 더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롯데는 이대호에게 FA 이전 역대 최고액을 제시했고, 24천만원이란 인상폭 역시 역대 최고였기 때문이다.

 

2003년 당시 41천만원을 받던 우승팀의 타격 4관왕 이승엽의 연봉이 63천만원으로 책정되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39천을 받던 4위팀의 이대호에게 같은 연봉을 제시했다는 것은 타격 7관왕에 대한 보상도 충분히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연봉은 전년도 연봉과 비교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8년이란 시간 차는 이 비교에서 의미가 없다.

 

그리고 시간을 고려하더라도 마찬가지다. 8년 전의 그 액수가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었던 것은 그만큼 가치 있는 기록이었기 때문이며, 그렇다면 시간이 지났다 하더라도 그 가치는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물가상승률을 언급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적어도 이대호와 롯데, 양측의 관계만 놓고 보면 구단측에서 책정한 연봉이 좀 더 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롯데는 거기서 좀 더 인상할 수 있다는 제스쳐를 취했음에도, 이대호가 강경하게 7억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버틴 상황이다. 이만하면 아무리 이대호가 전대미문의 타격 7관왕을 차지했다고 하더라도, 이번 연봉조정에서 이길 가능성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연봉조정이 단순한 이대호와 롯데 구단 사이의 알력다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 사건에는 이대호의 자존심만이 아니라, 롯데 선수들 모두의 자존심과 염원이 함께 걸려 있었다. 지난 3년 동안 구단에 향해 쌓여 있던 선수들의 모든 울분과 원망이, 이대호의 연봉조정 신청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분출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롯데 선수들은 심정적으로 이대호의 승리를 기원했고, 그것은 다른 구단의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기왕이면 타격 7관왕을 차지한 이대호가 연봉조정 신청에서 승리해, 선수들 전체의 사기를 높여주길 바랐던 것이다. 그리고 팬들 역시 거기에 적극 동조했다. 구단이 제시한 액수가 설득력이 있고 없음을 떠나서, 절대다수의 팬들은 이미 심정적으로 이대호의 승리를 응원했고,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프로는 철저한 비즈니스의 세계다. 따라서 합리적인 의사 결정과 판단이 첫번째 운영 원칙이어야 한다. 하지만 사람은 냉철한 이성뜨거운 심장(감성)’을 함께 가진 동물이다. 때로는 차가운 머리로 생각하기 보단, 마음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는 뜻이다. 이성이 다른 동물과 인간을 구분해 주는 요소라면, 감성의 유무는 기계와 인간의 결정적인 차이를 나타낸다. 인간은 무조건 냉정하게 계산으로만 움직이는 컴퓨터와는 다르다.

 

그래서 때로는 비즈니스의 방향 역시 합리성보다는 감성에 치우친 결단을 내리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롯데의 비즈니스는 그다지 프로답지 못했다. 적어도 그들이 프로야구 구단이라면 패들의 마음을 먼저 읽고, 거기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좋았다.

 

아무리 자기들의 말이 설득력이 있고, 논리적으로 옳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되지 않는 세계가 있다. 바로 사람을 상대하고 사람을 대하는 일이 그렇다. 프로야구는 수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고, 그런 팬들이 많아야 더욱 성장하고 커갈 수 있는 비즈니스다. 롯데는 우리의 주장이 옳고 더 설득력 있는데, 왜 우리에게만 돌을 던지냐?”고 반문하기 전에 왜 팬들이 우리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것일까…?”를 먼저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지난 3년 동안 롯데 구단이 매년 겨울마다 연봉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태도는 팬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팀의 주축 선수인 이대호와의 협상은 늘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강민호와 김주찬도 구단이 제시한 첫 번째 금액에 시원하게 도장을 찍은 적이 없다. 지난 3년 동안 롯데의 주장으로 헌신하며 2번이나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조성환은 한국 나이로 35살이 된 올 시즌 연봉이 18천만원이다. 많다면 많은 돈이지만, 최근 프로야구 A급 선수들의 연봉을 고려하면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수준이다.

 

그래서 롯데 선수들은 이대호를 응원했다. 자신들은 차마 그러지 못했지만, 대신 이대호가 나서서 구단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길 기대했던 것이다. 만약 이번 연봉조정에서 이대호가 승리했다면, 나머지 롯데 선수들은 간접적으로나마 통쾌함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팬들 역시 결과에 만족했을 테고, 그랬다면 롯데를 향한 차가운 시선의 정도가 지금보다는 훨씬 덜 했을 것이다.

 

대체 롯데 구단은 왜 이토록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끝내 이대호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던 것일까? 조정을 신청한 날부터 최종 결정이 나기까지는 10일 간의 유예기간이 있고, 이 기간 동안 구단과 선수가 합의를 하면 조정 신청을 철회할 수 있다. 하지만 롯데는 끝까지 자신들의 주장을 밀고 나갔다.

 

행여 중간에 이대호의 요구를 수용해 7억원에 계약을 하게 되면 나쁜 선례라도 남기게 된다고 생각한 것일까? 하지만 때로는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 될 때도 있다. 그냥 7천만원을 아끼지 않고 이대호에게 더 주기로 결정했다면, 오히려 그 결과는 7천만원 이상의 값어치 있는 효과로 나타날 수도 있었다. 합리적인 판단이고 뭐고를 떠나서, 이번에는 그냥 팬들의 여론을 수렴하여 이대호의 요구를 들어주는 게 훨씬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공교롭게도 연봉조정 결과가 발표되기 하루 전에 방송된 <MBC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이대호는 은퇴할 때까지 영원히 롯데 선수로 남고 싶다는 일종의 폭탄발언을 했었다. 빠져 나갈 구멍조차 없이 확실하게 못을 박은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방송에서 그가 한 말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해외에 진출하기 보다는 롯데에 남아 팀의 우승을 이끌고,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사실 이 발언은 다소 위험한 면이 있었다. 하루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인간사에 1년 후를 확신하여 이야기하는 것은 그다지 지혜롭지 못한 행동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대호라면 분명 FA 시기를 맞추어 일본 프로야구에서 거액의 배팅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며, 국내에서도 지금까지의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금액을 제시할 구단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때 가서 갑자기 이대호가 롯데를 떠난다고 하면, 방송에서의 그 약속이 문제가 되어 팬들의 공분을 살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문제가 단 하루만에 연봉조정 결과를 통해 해결되고 말았다. 팬들은 이미 이대호의 발언을 잊었다. 수많은 팬들, 심지어 롯데 팬들 조차도 이대호를 향해 “1년 더 수고한 후 돈 많이 주는 구단으로 떠나라고 말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단 측의 아쉬운 처사와 불만스런 연봉조정 결과가 팬들의 인식을 완전히 돌려 놓은 셈이다.

 

롯데 구단에선 돈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과 구단 내부의 연봉책정 기준을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말하지만, 팬들이 보기엔 ‘7천만원 아끼려다 최고 스타플레이어의 자존심을 꺾은 격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프로야구를 먹여 살리는 건 논리설득력이 아니라 바로 팬들이다.

 

롯데는 7천만원을 아끼기 위해 이대호의 자존심을 꺾고, 선수들을 실망 시켰으며, 팬심()까지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만하면 모든 걸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은 구단 내의 원칙을 지키는 것보다 팬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더 중요하며, 팬들의 마음을 읽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것을 알았어야 했다.

 

로이스터 감독의 해임과 신임 감독의 선임, 고원준 트레이드, 9구다 창단의 반대 등으로 이미 집중포화를 맞은 롯데는 이번 이대호의 연봉조정까지 더해지면서 역대 그 어느 때보다도 극심한 비난을 받고 있다. 대체 뒷감당을 어찌하려고 이러는 것일까? 과연 2011년의 롯데에 희망을 가져도 되는 것인지, 심히 의문스럽기만 하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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