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한화)과 김광현(SK),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두 슈퍼 에이스의 맞대결이 2011년에는 성사될 수 있을까?
류현진과 김광현은 2010년 나란히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개인성적은 류현진의 우세다. 류현진은 25경기에 등판하여 16승 4패 평균자책점 1.82를 기록했고, 192⅔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무려 187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정규이닝 한 경기 최다 탈삼진 17개와 세계 기록에 해당하는 29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5완투, 3완봉)도 포함되어있었다.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골든글러브 역시 류현진의 몫이었다.
김광현 역시 남부럽지 않은 한 시즌을 보냈다. 다승(17승)에서 류현진을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을 비롯하여 탈삼진(183개)과 평균자책점(2.37)에서는 모두 리그 2위에 올랐다. 선발등판회수(30게임)와 투구이닝(193.2이닝)까지 포함하면 모두 김광현의 개인통산 역대 최고기록이었다. 류현진이 워낙 화제의 중심에 있었기에 상대적으로 가려졌을 뿐, 김광현도 MVP급으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는 한 시즌이었다.
하지만 김광현에겐 류현진이 거머쥐지 못한 ‘우승’이라는 프리미엄이 있다. 김광현은 지난해 2007년과 2008년에 이은 3번째 우승을 맛 보았고,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였던 4차전에서는 마무리투수로 등판하여 마운드 위에서 직접 우승확정의 기쁨을 누리는 행운도 누릴 수 있었다. 당대 최고의 에이스로 꼽힘에도 불구하고 한국시리즈 우승과는 아직 인연이 없는 류현진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대신 류현진은 국내에서 못다한 우승의 한을 국제무대에서 풀고 있다. 류현진은 지난해 열린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여 대만과의 1차전-결승전 선발을 도맡으며 한국에 8년만의 금메달을 안기는데 수훈갑 역할을 했다. 지난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09 WBC 준우승에 이어 국제무대에서 거둔 또 한 번의 쾌거다. 올림픽에서 류현진과 원투펀치를 구축했던 김광현은 아쉽게도 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안면마비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류현진과 김광현은 서로에게 있어서 좋은 경쟁자인 동시에 동반자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원투펀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7년생과 88년생으로 이제 겨우 20대 중반에 접어드는 나이에 불과한데다, 올림픽 우승으로 군특례라는 프리미엄까지 있다. 더욱 두려운 것은 이들에겐 아직도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다.
앞으로 10년이 지난 뒤에도 그들은 한창 나이다. 부상 없이 철저한 자기관리만 뒷받침된다면 선동열-최동원-김시진-송진우 같이 위대한 투수들이 세운 업적을 모조리 경신할 수 있는 유력한 후보로 두 선수가 거론되기에 충분하다. 또한 동시대에 한 명도 아니고 이처럼 두 명의 걸출한 에이스들이 함께 등장했다는 것은 한국야구에 있어서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개인의 성장에 있어 라이벌이란 존재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선수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몸값 경쟁에서도 두 선수간의 추격전은 계속된다. 올해 5년차인 김광현의 2011시즌 연봉은 전년도 연봉 1억7천5백만원에서 9천500만원(54.3%) 인상된 2억7천만원이다. 이것은 1년 선배인 류현진이 바로 지난해 받았던 프로 5년차 역대 최고 연봉타이기록이라는데 상징성이 있다.
한편 김광현의 연봉 계약 소식이 확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류현진이 지난해 2억7천만원에서 1억3천만원(48.1%)이나 오른 4억원에 2011년 연봉계약을 맺었다. 지금까지 6년차 최고 연봉이던 이승엽(당시 삼성)의 3억원을 또다시 갈아치운 새로운 기록이다. 몸값에 있어서도 한쪽이 새로운 길을 개척하면 그 뒤를 바짝 추격하는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처럼 동시대를 호령하고 있는 두 에이스 투수지만 명성이 무색하게 정작 같은 그라운드 위에서 맞대결을 펼쳐본 경험은 아직 없다. 지난 시즌에도 기회는 몇 차례나 있었지만, 그때마다 묘하게 일정이 어긋나거나 소속팀의 ‘눈치작전’등으로 인하여 번번이 맞대결이 무산되곤 했다.
팬들의 바람과는 달리, SK와 한화 모두 에이스들을 ‘승패가 불확실한 경기’에 투입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1위 팀이건 8위 팀이건 마찬가지다. 1승이 귀한 꼴찌 팀은 확실한 승리보증수표를 함부로 낭비할 수 없고, 1위 팀도 굳이 에이스를 함부로 등판시켰다가 행여 사기가 꺾이면 팀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경계한다.
하지만 소속팀 감독들의 눈치작전과는 별개로, 정작 류현진과 김광현, 두 투수는 맞대결을 학수고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승패를 떠나 한번쯤 조건 없이 붙어보고 싶다는 젊은이들 특유의 경쟁심리도 한몫을 담당한다. 뛰어난 선수들일수록 훌륭한 경쟁자의 존재는 동기부여를 위한 좋은 자극이 된다. 서로가 자신에게 없는 매력(우승이건, 기록이건)을 가진 상대를 보면서 승부욕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다.
또한 프로야구의 인기를 위한 대승적인 관점에서 볼 때 스타성을 갖춘 두 걸출한 투수의 맞대결은 팬들의 구미를 당기에 만드는 최고의 빅 이벤트다. 다가오는 2011시즌에는 한화와 SK의 맞대결에서 같은 날 마운드에 등판해있는 두 에이스의 모습을 기대해도 될까?
// 구사일생 이준목[사진제공=SK 와이번스,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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