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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명품 조연’ 두산, 올해는 주인공 될까?

by 카이져 김홍석 2011. 1. 27.

두산 베어스는 프로야구계의 ‘스테디셀러(Steadyseller). 폭발적인 화려함은 없었지만 매년 별다른 기복 없이 포스트시즌을 노크했고, 인기 면에서도 꾸준한 성과를 거두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두산에게우승하지 못하는 강팀이라는 꼬리표는 지우고 싶은 아킬레스건으로 남아있다. 두산에게는 2000년대 최다 준우승팀(4)이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두산은 2000년대 들어 5번이나 한국시리즈에 올랐으나 10년 전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 전 감독이 이끌던 2001년을 제외하면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베이징올림픽 우승을 이끌며 명장의 반열에 올라선 김경문 감독도 정작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해보지 못했다는 것은 두고두고 한으로 남아있다. 김경문 감독이 취임한 이래 두산은 한번도 5할 승률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포스트시즌에 나가보지 못한 것도 2006(5) 단 한 차례뿐이었다.

 

두산은 김인식과 김경문, 두 명장을 거치며 2000년대가 시작된 이후 삼성(10) 다음으로 많은 9차례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두 감독은 나란히 두산 사령탑을 거치며 한국야구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김인식 감독이 선수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극대화시키는 선 굵은 믿음의 야구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면, 김경문 감독은 매년 끊임없는 실험을 통하여 세대교체와 함께 유망주를 발굴해는 화수분 야구를 창조했고, 전통적인 두산의 컬러에 기동력을 극대화하는 발야구를 도입하는 등, 항상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승 여부를 떠나 팬들에게 어쨌든 두산 야구는 재미있다는 이미지를 안겨줬다는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2001년을 제외하면 밀레니엄 이후 두산이 가을잔치에서 남긴 이미지는 화려한 조연에 가깝다. 무한도전에서의 정형돈이나, 12일에서의 이수근의 역할을 상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페넌트레이스이건 포스트시즌이건 비록 마지막에 웃는 주인공은 두산의 몫이 아니었지만, 두산이 아니었으면 2000년대 한국 프로야구를 보는 재미는 훨씬 떨어졌을 것이다.

 

특히 가을잔치에서 두산의 미친 존재감은 더욱 빛을 발했다. 2000년 한국시리즈에서 당대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던 현대 유니콘스를 맞이하여 초반 3연패 이후 내리 3승을 따내는 저력을 과시하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려, 한국시리즈 사상 초유의 리버스 스윕에 가장 근접했던 것은 잊을 수없는 사건이다.

 

SK 3년에 걸친 포스트시즌 악연도 빼놓을 수 없다. SK 3년 연속 1차전 이상을 이기고도 이후 내리 스윕을 당하며 역전패를 당했던 것은, 두산 입장에서는 괴로운 추억이지만 그만큼 드라마틱한 승부도 없었다.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벌어진 빈볼 시비와 김동주-채병용의 신경전 등 경기외적인 볼거리도 풍성했다.

 

지난 2010년 가을잔치의 진정한 주인공도 두산이었다. 우승은 SK가 차지했지만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이미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이 다 차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가 이어졌다.

 

PO에서는 롯데에 2연패 뒤 내리 3연승을 거두는 뚝심은 곰다운 근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고,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는 5경기 모두 1점차 승부를 펼치는 진기명기를 이어가기도 했다. 비록 마지막 5차전의 벽을 넘지 못하고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며 또 한번 화려한 조연으로 만족해야 했던 두산이지만, 팬들은 SK나 삼성 못지않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두산의 투혼에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2001년 마지막 우승 이후 올해로 10년째를 맞이한다. 한마디로 그간 가을잔치마다 우승 빼고는 모든 것을 다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산보다 우승 기억이 더 가물가물한 LG, 롯데, 한화 같은 팀들도 있지만, 이들에 비하여 두산이 매년 기복 없는 성적으로 몇 번이나 우승에 근접했던 전력임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크다.

 

우승에 간절히 목말라있는 것은 올해로 두산과의 계약이 만료되는 김경문 감독이나 두산 선수들도 모두 마찬가지다. 김경문 감독이 올해를 우승의 적기로 보고 있는 것은 단지 자신의 거취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해는 모처럼 전력보강에도 불구하고 팀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두산이지만, 올 시즌엔 지난해 미완성으로 끝난 기동력 부활과 선발마운드의 안정을 이룬다면 충분히 패권에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역시 끝판왕으로 꼽히는 SK를 넘는 것이 숙원이다. 올 시즌 SK의 독주를 막을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꼽히는 것도 역시 두산뿐이다. 두산이 올해는 ‘명품 조연이 아니라 당당한 주인공으로 한 계단 올라설 수 있을까? 폭넓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만큼,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주길 기대해본다.

 

// 구사일생[사진제공=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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