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나 일본 등 이른바 ‘큰 물’에서 놀다 온 선수들의 올 시즌 활약상은 어떨까. 일본생활을 정리하고 돌아온 이혜천이 계약금 6억원 등 총 11억원에 도장을 찍으면서 친정팀 두산으로 귀환했고,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하던 최향남도 롯데와 연봉 7천만원에 1년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비록 해외무대 진출에 있어 성공적인 케이스는 아니었지만, 다음 시즌 소속팀의 마운드 운용에 있어서 최대의 변수로 거론될 만큼 비중 있는 존재들이다.
그럼 여태까지 해외무대에서 활약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선수들의 성적표는 어땠을까. 김선우, 서재응, 봉중근, 최희섭, 송승준 등은 국내무대를 거치지 않고 해외에서 프로로 데뷔했다가 나중에 유턴한 케이스들이다. 봉중근과 송승준은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고, 김선우도 2년 연속 10승 이상을 달성하며 소속팀에서 에이스로 자리잡았다. 최희섭도 2009년 KIA의 우승을 이끌며 김상현과 함께 C-K포의 한 축을 담당했다. 빅리그에서 주목받던 잠재력이 결코 만만하지 않았음을 입증한 셈이다.
그렇다면 국내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다가 해외에 진출한 이후 다시 컴백한 케이스는 어떨까. 이들 역시 대체로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이상훈(LG), 정민태(현대), 구대성(한화) 등이 모두 해외무대에서 활약하다가 복귀한 이후에도 변함없는 활약을 선보였다.
해외무대 유턴 이후 첫 시즌 성적이 가장 좋았던 경우는 정민태다. 복귀 첫 해 그는 출장한 29경기에 모두 선발로 등판하여 17승 2패 평균자책점 3.31의 좋은 성적을 거두며 위력을 떨쳤다. 특히 ‘선발 23연승’이라는 세계기록까지 세웠다. 그 해 다승왕을 차지하며 통산 3번째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정민태는 한국시리즈에서도 3승 평균자책점 1.69로 맹활약하며 MVP와 더불어 현대의 세 번째 우승을 이끌었다.
일본 주니치와 메이저리그의 보스턴 레드삭스를 거쳐 2002년 친정팀 LG에 복귀했던 이상훈도 그 해 52경기에서 85⅔이닝을 소화하며 7승 2패 18세이브 평균자책점 1.68, 탈삼진 92개로 맹활약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구대성은 일본 오릭스와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를 거쳐 2006년 한화로 컴백했고, 그 해 59경기에 등판해 3승 4패 37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1.82로 한화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들은 복귀 첫 시즌에는 매우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대개 이듬해부터 성적부진과 급격한 노쇠화 조짐을 드러내며 아쉬움을 남겼다. 반대로 1999년 일본 요미우리에 입단했다 2년 만에 한화로 돌아온 정민철은 복귀 첫해는 7승 13패 평균자책점 5.35로 성적이 좋지 못했다. 하지만 이듬해 11승을 거두며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해외무대에서 뛰다가 복귀한 선수들은 이미 해외진출 전부터 국내에서 최정상급 선수들로 인정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해외에서의 성공 여부를 떠나 이미 국내무대에서 검증받은 선수들이 변함없는 클래스를 보여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는 평가다.
그런데 이혜천과 최향남의 경우는 다소 특이하다. 사실 그들은 국내무대에서 활약하던 시절에도 ‘괜찮은’ 투수이기는 했지만, ‘최정상급’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부족했다. 해외 진출 후에도 빅리그나 1군에서 꾸준히 활약한 것도 아니라, 해외에서의 경력도 그다지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이들의 귀환에 거는 기대치가 엇갈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향남은 이미 한차례 해외무대의 문을 노크했다가 돌아온 적이 있다. 2006년 미국 마이너리그 트리플A 버팔로 바이슨스에서 뛰다가 롯데에 돌아온 최향남은 2007년 24경기에서 5승 12패 평균자책점 5.00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이듬해 불펜투수로 전환해 37경기에서 2승 4패 9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3.58로 좋은 활약을 보이며 부활했다. 2009년부터 다시 미국무대에 도전장을 던진 최향남은 지난 2년간 트리플 A에서 호투했으나 결국 메이저리그 진입에는 끝내 실패했다.
이혜천은 일본진출 전 마지막 시즌이었던 2008년에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34경기에서 7승 5패 자책점 4.69를 기록했다. 2009년 일본 야쿠르트에 입단했지만 2년간 61경기에서 1승 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12의 저조한 성적을 남기고 한국무대로 돌아왔다. 첫해는 나름 준수했지만, 마지막 시즌에는 사실상 팀 내 주전경쟁에서 밀려 2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혜천은 다음 시즌 두산의 3~4선발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최향남은 롯데에서 셋업맨 혹은 마무리 보직을 맡을 유력한 후보다. 해외무대에서 그리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두 선수에게 있어서 2011년은 명예회복의 찬스라고 할 수 있다.
우승에 굶주려있는 소속팀들도 두 선수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두산은 마지막 우승을 차지했던 2001년 이후 올해로 10년째가 되었고, 롯데는 92년 이후 무려 18년 동안 프로야구 구단 중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우승을 맛보지 못하고 있다.
이들 두 팀의 공통적인 아킬레스건이 단기전에서의 마운드 운용에 있었음을 감안할 때, 두 선수의 복귀로 인한 시너지효과에 거는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과연 이혜천과 최향남은 좀더 ‘큰 물에서 경험한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을까?
// 구사일생 이준목[사진제공=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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