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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곰의 뻬이스볼리즘

두산의 새 용병이 좌완이어야 하는 이유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2. 4.

당초 두산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테스트를 받기로 예정되어있던 ML출신 외국인 선수 오달리스 페레즈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테스트를 미룬 뒤 잠수를 타는 바람에, 두산의 외국인 선수는 개막을 두 달여 앞둔 현재까지 더스틴 니퍼트 한 명만이 확정된 상태다.

 

하지만 잠수를 타던 페레즈도 양심은 있었는지 고맙게도(?) 두산 측에 다른 선수를 알아봐도 좋다는 선심을 베풀어 주었고, 그 덕분에 두산은 새로운 외국인 선수 영입에 착수하게 됐다.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시피 두산은 이전부터 꾸준히 고집해왔던 좌완이 아닌 우완 정통파 외국인 투수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팀의 이러한 선택 의지를 납득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해 다소 부진했지만 선발로 10승 이상을 기록할 수 있을만한 기량을 갖춘 좌완 이현승과 지난 2년간의 일본생활을 청산하고 팀으로 복귀한 이혜천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김경문 감독은 일찌감치 이혜천에게 선발로써의 기회를 주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올 시즌 감독의 구상에 이혜천이 로테이션에 포함되어 있음을 알렸다.

 

이러한 감독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이현승과 이혜천이라면 어떤 팀이라도 탐낼만한 좌완 투수들이기 때문이다. 만약 투수의 가치가 선발로 나올 때만 그 가치를 드러낼 수 있다면 이 선수들을 무조건적으로 선발로 기용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혜천은 선발이 아닌 위치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는 그런 선수다.

 

이혜천은 좌완으로는 드물게 사이드암으로 공을 던지는 투수다. 거기다 구속은 무려 시속 150km에 육박한다. 국내에서 날고 긴다는 좌타자들이 이혜천만 만나면 빌빌거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승엽, 양준혁, 장성호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좌타자들도 이혜천과의 대결은 꺼려했다. 심지어 장성호는 이혜천이 없어지길 바란 적도 있었다.”고 털어놓았을 정도.

 

하지만 이렇듯 이혜천에게 두려움을 갖고 있는 상대는 하나같이 모두 좌타자들이다. 국내 최고의 우타자라 할 수 있는 이대호가 이혜천을 두려워한다는 말은 들어본 기억이 없다. 이것은 비단 이대호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우타자들이 이혜천을 버거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수치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일본으로 떠나기 직전인 08시즌 이혜천의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1932할도 채 되지 않는 반면,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283로 큰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국내 우타자들이 충분히 이혜천을 만만히 볼 수 있을만한 성적이다. 결코 지나친 비약이 아니다.

 

좌타자에게 특화된 폼을 지닌 이혜천이 불펜에 합류하게 된다면 두산의 불펜은 더욱 강력해 질 수 있다. 이미 고창성, 정재훈, 이용찬 그리고 다시 불펜으로 복귀하는 임태훈까지, 탄탄한 불펜진을 보유한 두산이지만 딱 한 가지 아쉬운 것이 바로 좌완 불펜투수였기 때문이다. 좌완인 이혜천이 불펜으로 투입된다면 접전 상황에서 좀 더 효율적인 불펜 운용이 가능해진다.

 

이혜천을 선발로 기용할 것이기 때문에 남은 외국인 투수 한 자리도 우완으로 채울 계획이라 밝힌 김경문 감독이지만, 만약 이혜천이 로테이션에 합류하게 된다면 당장 마땅히 불펜에 투입될 좌완 투수가 없다. 기존의 지승민(방출), 유희관(군입대)의 공백과 더불어 김창훈, 원용묵, 진야곱 등 하나같이 1군에서 검증을 마치지 못한 선수들뿐이다. 이혜천이 불펜에 합류해야 하는 이유다.

 

굳이 선발진에 좌완이 두 명 이상일 필요는 없다. SK같은 경우는 워낙 좋은 왼손 투수들이 많기 때문에 굳이 거론하지 않겠다. 당장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 준우승 팀인 삼성만 봐도 그렇다. 분명 삼성은 로테이션에 두 명의 좌완 선발투수(장원삼, 차우찬)을 보유하고 있지만 삼성은 불펜에도 권혁이라는 확실한 카드와 함께 가능성을 보인 백정현을 두고 있다. 단 한 명의 좌완 불펜 투수도 검증되지 않은 두산과는 엄연히 다른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지난해 김경문 감독은 시즌 종료 뒤 팀 내 좌완 유망주인 김창훈을 좀 더 활용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바 있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감독 탓일까? 아니다. 그저 팀 내에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좌완이 부족했을 뿐이다. 두산은 김경문 감독 부임 이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우승권에서 노는 팀이라는 이야기다. 확실치 않은 카드를 필승조로 활용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이혜천과 같은 위력적인 카드가 필요하다.

 

최근 언론에서 이번에 새로 영입된 외국인 투수인 니퍼트를 가르켜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두산의 우승을 위해 필요한 것은능력 있는 좌완투수가 아닐까? 두산이 외국인 투수의 남은 한자리를 좌완으로 뽑아야 하며, 또 그렇게 되길 바라는 이유다.

 

// 버닝곰 김성현[사진=이혜천, 더스틴 니퍼트, 제공=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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