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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LG 봉중근이 올해 잡아야 할 '세 마리 토끼'

by 카이져 김홍석 2011. 2. 14.

은퇴한 삼성 양준혁은 야구인생 내내 자신에 대한 가장 굴욕적이었던 평가로 팀을 우승시키지 못하는 4번 타자라는 표현을 꼽았다. 양준혁이 프로데뷔 이후 한창 전성기를 보내던 시절에 삼성은 공교롭게도 한번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고, 90년대 중반에는 포스트시즌조차 나가지 못하는 극심한 암흑기를 겪기도 했다.

 

양준혁은 매년 꾸준한 성적을 올렸음에도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아야 했고, 결국 99년 해태로 부당하게 트레이드되는 명분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트라우마는 2002년 삼성으로 복귀하여 구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치유되었지만, 여전히 양준혁에게는 가장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야구는 단체스포츠다. 차라리 농구나 배구라면 어느 정도는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는 것도 가능하지만, 야구는 절대 혼자 잘한다고 이길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단체스포츠이면서도 가장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스포츠 역시 야구다. 개인성적은 좋아도 정작 팀 성적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그 활약이 바랠 수밖에 없다.

 

LG 2002년 이후 8시즌 동안 포스트시즌에도 나가지 못하면서 구단 역사상 최악의 암흑기를 보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LG에서 가장 꾸준한 성적을 선수를 한 명만 꼽으라면 역시 봉열사봉중근이다. 2007년 국내 무대로 유턴한 봉중근은 2년차이던 2008시즌부터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며 LG 마운드의 든든한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3년 연속 10승 이상은 LG 투수로서는 김용수 현 중앙대 감독(96-98) 이후 무려 12년만이었다. 역대 LG 투수 중 연속 두 자릿수 승리 기록은 정삼흠이 지난 1991∼1994년까지 기록한 4년 연속이다. 하지만 98~99시즌 손혁을 끝으로 2000년대 들어 LG에서 두 시즌 이상 연속으로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한 선수는 오직 봉중근 한 명뿐이다. 2000년대 이후 빈약한 마운드가 LG의 고질병으로 평가 받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봉중근의 활약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봉중근의 활약은 공헌도에 비하여 높은 평가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역시 초라한 팀 성적 때문이다. 야구전문가들은 입버릇처럼 “LG가 살려면 봉중근이 잘해야 한다고 외쳤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결론은 봉중근 혼자 잘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이었다. 에이스는 있었지만 에이스를 받쳐줄 수 있는 2~5선발과 불펜이 너무나 무기력했다.

 

봉중근은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하는 동안 11-11-10승을 기록했다. 두 자릿수 승리는 돌파했지만 매번 턱걸이하는 수준에 그쳤다. 통산 평균자책점이 3.54로 매우 훌륭하고 데뷔 첫해를 제외하면 매년 172이닝 이상을 소화한 것에 비하면 만족스럽지 못한 수치다.

 

봉중근은 선발투수의 척도인 퀄리티스타트만 2009년에 19차례, 2010년에도 18차례나 기록했으나 타선과 불펜의 지원을 받지 못해 승리를 날리는 경우가 많았다. 약체팀 에이스의 설움을 톡톡히 맛본 셈이었다. 이러다 보니 자연히 봉중근의 성적도 크게 돋보이지 않았고, 포스트시즌에서 더욱 큰 위력을 발휘하는 특급 에이스로서의 존재감을 뽐낼 기회는 더더욱 없었다.

 

봉중근의 모습을 보면서 연상되는 또 하나의 선수가 바로 손민한이다. 롯데의 프랜차이즈스타인 손민한은 자이언츠의 암흑기 시절 유일한 등대 역할을 해주었던 불운한 에이스였다. 전성기 시절 3년 연속 2점대 평균자책점과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우완 에이스로 한 시대를 호령했으나, 그의 전성기는 롯데의 중흥기와는 미묘하게 엇갈려있었다. 최근 들어 롯데는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달성하며 강호로 부활했으나, 이미 손민한은 더 이상 팀의 중심이 아니었다.

 

봉중근도 국내 프로 연차는 짧지만 나이로는 이미 30대를 넘긴 베테랑의 반열에 접어들었다. 롯데와 달리, 지금의 LG는 아직까지 봉중근이 이끌어가야 하는 팀이다. 봉중근이 앞으로 최전성기의 기량으로 마운드를 호령할 수 있는 시간이 3~4년 정도라고 했을 때, 이 기간 내에 반드시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으며 약체팀의 불운한 에이스라는 수식어를 떼어낼 필요가 있다.

 

봉중근에게 2011년은 개인적으로나 LG에게 있어서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봉중근 개인적으로는 94년 정삼흠 이후 무려 17년 만에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에 도전한다. 데뷔 이후 최다승이 11승에 그치고 있는 봉중근으로서는 내심 에이스의 상징인 15승 고지 돌파도 노려볼만하다. LG 투수 중에 단일시즌 15승 이상을 기록한 것도 무려 10년 전인 2001년의 신윤호가 마지막이다. LG 에이스의 계보를 잇는 봉중근에게는 마땅히 도전할만한 목표다.

 

그러나 더 큰 과제는 역시 소속팀에게 9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기쁨을 안기는 것이다. 봉중근 같은 최정상급 에이스의 가치는 장기레이스인 정규시즌보다는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에서 더욱 빛이 난다. 정민태가 그랬고, 배영수가 그랬으며, 또한 최근의 김광현이 그랬다. 물론 봉중근 혼자서만 잘해서 이룰 수 있는 목표는 결코 아니다.

 

이제 봉중근에게는 에이스인 동시에 팀의 고참이자 투수진의 리더로서 후배들을 이끌어가야 할 막중한 책임이 주어졌다. 에이스로서 연승을 이어가고 연패는 끊어줘야 한다. 또한 모래알 같은 팀워크를 한데 묶어 더욱 강한 LG를 만드는데 구심점이 되는 리더십도 스타플레이어 봉중근에게 걸 수 있는 기대다. 과연 2011년의 봉중근은 이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하여,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자신의 위력을 만천하에 알릴 수 있을까?

 

// 구사일생 이준목[사진제공=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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