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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너무나 기대되는 이대호의 ‘1년 후’

by 카이져 김홍석 2011. 2. 19.

현재 한국프로야구 최강의 타자는 단연 이대호(롯데). 2010년 전대미문의 타격 7관왕에 오르며 절정의 기량을 과시한 이대호는 타격에 관한 현재 한국야구에서 가장 완벽한 타자로 꼽히고 있으며, 이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 받는 선수로 급부상했다.

 

그런 이대호의 야구인생에 있어 2011년은 또 한번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이대호는 2011시즌을 마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게 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어디로든 자유롭게 이적할 수 있다. 어느 팀으로 가든지 간에, 내년 시즌 이대호에게 자기네 유니폼을 입히고 싶은 구단은 천문학적인 거액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는 것이 야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대호는 최근 롯데와의 연봉조정신청에서 패했다. 이대호가 지난 시즌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데다 FA 1년 앞둔 시점에라 올 시즌 몸값이 어느 정도로 책정될지는 다음 FA 시장에서 이대호의 주가와 행선지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었다. 당초 요구했던 7억원을 받는 데는 결국 실패하고 말았지만, 63천이라는 금액도 FA 이전 기준으로 역대 최고 액수다.

 

오히려 연봉조정신청에서의 패배는 팬들을 분노케 했고, 이는 KBO의 조정제도에 대한 모순과 이대호의 주가를 재평가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대호가 2011시즌 평년치만큼의 활약만 보여준다면 FA 시장에서 국내 리그 잔류를 선언하더라도 최소한 프로야구 역대 최고연봉 신기록(현재 75천만원) 경신은 무난하리라는 예상이다.

 

1년 뒤, 이대호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일단 국내에서도 해야 할 숙제는 많이 남아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데뷔 이래 아직 맛보지 못한 소속팀 롯데의 우승이다. 롯데는 92년을 끝으로 지난 18년간 정상에 올라보지 못하고 있는데, 이것은 프로야구 사상 가장 오래된 기록이다.

 

롯데가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역시 올 시즌에도 이대호가 얼마나 꾸준한 성적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 지난 시즌 모든 부문에서 커리어 하이를 찍었던 만큼, 이를 능가하는 성적을 기대한다는 것은 사실 욕심이다. 그래도 이름값과 기대치를 감안할 때 3-30홈런-100타점 정도가 마지노선이 될 전망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부상 없이 시즌을 완주하는 것이다. 이대호는 풀타임 주전으로 올라선 2004(4년차) 이후 매년 120게임 이상을 꼬박꼬박 소화했다. 지난해는 연말까지 계속된 시상식과 방송 등 각종 행사 참여, 연봉문제 줄다리기 등으로 재활을 할 시간이 부족해서 잔부상을 다소 안고 스프링캠프를 시작했다는 게 불안하지만, 워낙 자기관리에 철저한 선수인만큼 갑작스러운 슬럼프가 올 가능성은 적다는 게 야구계의 중론이다.

 

건강하게 FA 자격을 얻을 경우, 이대호에게 가능한 선택은 크게 세 가지다. 롯데 잔류와 국내 타 구단으로의 이적, 그리고 해외진출이다. 이중 가장 설득력 높은 시나리오는 역시 롯데 잔류다. 이대호는 일찍부터 고향팀인 롯데 구단에 대한 깊은 애정을 숨기지 않았으며, 톱스타로 올라선 이후에도 합당한 대우만 이뤄진다면해외진출보다는 롯데에 남아 우승과 함께 국내야구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는데 관심이 있다고 공공연하게 밝힌 상태다.

 

하지만 지난 연봉조정신청 과정에서 남긴 롯데 구단과의 앙금은 적어도 이대호에게 좀더 생각해볼 여지정도는 남겼다. 당시 롯데 구단이 보여준 움직임과 태도는 2012년에 몸값이 폭등할 이대호를 잡으려는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자아낼만했다.

 

만일 올해 우승이라도 차지한다면 양측 모두 서로에 대한 동기부여는 그만큼 줄어든다. 연봉문제와는 별도로 고향팀에 대한 애정은 변함이 없는 이대호로서도 이전처럼 자신이 앞장서서 롯데에 대한 충성만을 고집할 이유는 사라진 셈이다.

 

그러나 이대호가 롯데와의 관계가 틀어진다 할지라도 국내 타 구단으로의 이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주된 전망이다. FA 규정상 이대호에게 따라붙는 천문학적인 몸값과 보상문제도 그렇지만, 이대호는 단지 롯데를 떠나 부산의 지역 프랜차이즈스타라는 특별한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

 

부산에서의 이대호는 이미 광주의 이종범이나 대구의 양준혁에 맞먹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이대호가 해외진출이 아닌 국내에서 타 팀으로 이적한다면 그 충격이 주는 여론의 후폭풍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대호로서도 결코 기왕 국내에 잔류한다면 굳이 롯데가 아닌 다른 팀을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

 

롯데 잔류가 아니라면 차선의 길은 역시 해외진출이다. 이 경우 미국보다는 일본 쪽에 더 무게가 기운다. 선배 이승엽이나 동갑내기 김태균의 사례에서 보듯, 지리적으로 가깝고 엄청난 몸값과 좋은 환경이 보장되는 일본야구는 국내 정상급 스타들에게는 매혹적인 무대다.

 

고교졸업 이후 곧장 미국에 도전장을 던진 추신수의 경우, 정상급 선수로 자리잡는데 근 10년이 걸렸다. 물론 이미 국내 무대를 평정한 이후의 진출이라 처음부터 시작한 추신수와는 입장이 다르지만, 처음부터 기회가 폭넓게 주어진다는 것뿐, 진출 이후에 곧바로 적응에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또한, 추신수와는 달리 수비문제로 포지션에 제약이 있는 이대호로서는 타격으로만 승부해야 하는 상황이라 경쟁의 문이 더욱 좁다.

 

실제로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최근 임창용, 김태균 등의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FA를 앞둔 한국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신 등 몇몇 구단들이 이미 이대호에 대하여 완벽하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상세한 조사를 마쳤으며, 올 시즌이 끝나자마자 즉시 영입제의를 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한 상황이다. 올 시즌 후 이대호가 일본에 진출한다면 지명타자제가 있는 퍼시픽리그 쪽이 더 낫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아무리 최고대우를 받는다고 한들 김태균이나 추신수같은 동기들이 해외진출을 통하여 국내 프로야구에서와 비교도 안 되는 부와 명예를 거머쥐는 모습을 지켜보는 이대호로서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년 후, 과연 이대호는 어느 곳에 서 있을까?

 

// 구사일생 이준목[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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