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선수’와 관련된 각종 이슈다. 수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이 메이저리그 그라운드를 수놓았으며, 이들 중 특별한 일부는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기도 했다. 또한, 선수로서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어도 감독이나 코치, 혹은 단장으로 업적을 남긴 이들도 있었다.
메이저리그를 빛낸 선수들 중에는 루 게릭이나 미키 멘틀, 로베르토 클레멘테처럼 모범적인 생활을 바탕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은 선수들이 있었는가 하면, 특출한 소질을 가지고도 성격적인 문제 때문에 재능을 낭비한 선수들도 있었다. 그리고 팬들은 이들을 향하여 ‘악동’, 혹은 ‘기인’이라고 불렀다.
▲ ‘레전드’ 타이 콥, 그도 악동이었다!
무려 11번이나 리그 타격왕에 오르는 등 통산 4,191안타 117홈런 1938타점 등 역사에 길이 남을 어마어마한 기록을 남긴 타이 콥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최초 5인(월터 존슨, 크리스티 매튜슨, 호너스 와그너, 베이브 루스, 타이 콥)’중 하나였다. 라이브 볼 시대 이전에 활약했던 콥은 홈런 타자이면서도 주루 플레이에 능했고, 안타 제조 능력이 뛰어났던 선수였다. 그는 피트 로즈(4,256안타)와 더불어 4,000안타를 돌파한 단 두 명의 선수 중 하나이며, 3할6푼7리에 달하는 통산 타율은 여전히 역대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하지만 이렇듯 불멸의 기록을 남긴 콥은 선수 시절 내내 ‘악동’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굉장히 콧대가 높은 선수였으며, 선수 말년에는 베이브 루스를 향해 ‘반 검둥이’라고 놀리는 등 상당한 인종 차별주의자였다. 그는 루스의 홈런보다 자신의 정교한 타격이 더 고차원적인 야구라고 믿는 사람이었다.
그는 여러 차례 흑인을 폭행했고, 특히 1912년에는 자신을 야유한 장애인 관중을 찾아가 주먹을 휘두르는 바람에 10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은퇴 이후에도 그의 악동 기질은 계속됐다. 1946년, 왕년의 선수들을 모아 놓고 펼친 자선경기에서 그는 포수에게 “내가 늙어서 방망이를 놓칠 지도 모르네. 그러니 뒤로 좀 앉아 주지 않겠나?”라고 부탁한 뒤 기습 번트를 대고 1루로 쏜살같이 질주했다는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인간적인 측면에서의 결함 때문에 콥은 다른 야구인들의 존경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업으로 큰 성공을 일궈냈고, 애틀란타에 병원을 짓는 등 사회 발전에 큰 공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선수 시절 ‘악동’ 기질을 보였던 콥에 대한 야구팬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았고,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 장례식장에 찾아온 야구인은 단 3명에 불과했다.
▲ 박찬호와 동시대에 활약했던 여러 명의 ‘악동들’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승승장구하던 시기 미국은 물론 한국 야구팬들의 시선도 사로잡았던 희대의 ‘악동’이 있었다. 바로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에서 강속구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존 로커가 그 주인공이다.
1998년부터 중간계투로 활약하며 좋은 모습을 보였던 로커는 이듬해 팀의 주전 마무리 투수가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중책을 떠맡게 됐다. 갑작스러운 보직 변경에도 불구, 로커는 38세이브를 기록하며 새로운 ‘특급 마무리’의 탄생을 알렸다. 100마일에 육박하는 강속구로 타자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던 그는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마무리 투수 중 한 명으로 손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말 한 마디 잘못한 죄’로 한 순간 나락으로 빠져야 했다. 1999시즌 직후 CNN-SI와의 인터뷰에서 동양인을 포함한 유색인종 비하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2000시즌이 시작된 이후 애틀란타를 제외한 나머지 도시에서는 극심한 야유를 받아야 했고, 경기 외적으로 상당한 정신적 압박을 느껴야만 했다.(사진의 박찬호 오른쪽이 텍사스 시절 함께 뛰었던 존 로커다)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가 되어 로커 자신에게 돌아왔다. 결국 애틀란타는 2001시즌 도중 로커를 클리블랜드로 트레이드했고, 그 이후 로커는 성적마저 크게 하락하며 점점 설 자리를 잃어버리게 됐다. 그렇게 차세대 최고 마무리 후보였던 로커는 말 한 마디 잘못한 죄로 몇몇 팀을 전전하다가 2003년을 끝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보스턴과 텍사스 등지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칼 에버렛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악동이다. 오죽하면 별명이 ‘인간 탄저균’이었을까. 그는 1999년 휴스턴 소속으로 25홈런 108타점 타율 0.325의 훌륭한 성적으로 빛을 본 이후 FA 신분으로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했다. 그리고 34홈런 108타점을 기록하며 올스타에 선정되는 등 좋은 모습을 이어갔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다음에 일어났다. 후반기 경기 도중 심판에게 항의하다 퇴장 명령을 받자 이에 격분해 심판의 얼굴을 머리로 들이 받아 10경기 출장금지 처분을 받은 것이 그 시작이었다. 2001시즌에는 지미 윌리엄스 감독과 불화를 일으킨 것은 물론, 새로 부임한 조 캐리건 감독과도 좋지 않은 관계로 대립하면서 팀 분위기를 해치는 클럽하우스의 암적인 존재로 자리 잡았다.
결국 보스턴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2001시즌 후 에버렛을 텍사스로 트레이드 했는데, 공교롭게도 당대 최고의 악동이었던 로커와 한 팀에서 만나 한솥밥을 먹게 되었다. 이를 일컬어 일부 언론사에서는 텍사스에 대해 ‘말썽꾼들의 조합’이라는 달갑지 않은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텍사스는 이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말썽꾼’을 맞아들였는데, 그가 바로 루벤 리베라였다.
루벤 리베라는 사촌인 뉴욕 양키스의 주전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의 주선으로 2002년 양키스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는데, 여기서 리베라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범하고 만다. 양키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데릭 지터의 방망이와 글러브를 훔쳐 기념품 판매상에게 팔았던 사실이 발각되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는 양키스에서 쫓겨나 중견수 부재에 시달리던 텍사스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그가 양키스와의 경기에서 대주자로 2루에 나가면, 현지 카메라는 리베라의 모습과 지터의 모습을 함께 비춰주면서 오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불같은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주먹을 함부로 휘두르는 그라운드의 무법자들도 있다. 한때 최희섭과 LA 다저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외야수 밀튼 브래들리는 집단 난투극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단골 손님이다. 그는 최근 10년간 17번이나 퇴장을 당했을 만큼 그라운드의 싸움꾼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A.J. 피어진스키 역시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날 때 가장 먼저 그라운드로 뛰어가 주먹질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 유진 김현희 [사진=SI.com, 티스토리 뉴스뱅크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