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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왜 롯데는 시범경기에만 유독 강할까?

by 카이져 김홍석 2011. 3. 14.

드디어 2011년의 봄이 야구와 함께 찾아왔습니다. 역시 야구를 하지 않는 날은 별다른 감흥이 없네요. 거의 4달이 넘는 시간을 다소 밋밋하게 보냈었는데, 이제서야 제 심장도 힘차게 펌프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시범경기 최강 봄데자이언츠!

 

언제부터인가 3월에 시범경기가 시작되면 야구팬들은 이런 말을 합니다. “올해도 롯데가 1위를 할까?”라고 말이죠. 그런 물음이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봄의 롯데는 유독 강했습니다. 물론, 그것이 정규시즌이나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진 적이 많지 않아서 문제이긴 했지만 말이죠.

 

그럼 롯데가 지금껏 시범경기에서 얼마나 강했는지를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겠네요. 단순히 느낌상으로만 롯데가 봄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시범경기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의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는지를 말입니다.

 

위의 표는 2005년부터 2010년까지의 6년간 시범경기 성적을 모두 종합해 놓은 결과입니다. 이것만 봐도 봄데 자이언츠라는 호칭이 결코 과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가 있지요. 팀 별로 적게는 69경기에서 많게는 75경기까지 치른 상황에서 나온 저 68푼 이상의 압도적인 승률, 2위인 KIA를 엄청난 차이로 따돌리고 1위에 올라있습니다. 1~2위 간의 차이가 2~7위보다 그 격차가 더 심하니 말 다 한 거죠.

 

롯데는 해당 기간 동안 시범경기 1 3, 2위와 3위를 한번씩 기록했고, 그 이하로 떨어진 적은 2006년에 6위를 기록한 것이 전부입니다. 그리고 지난 2년 연속 시범경기 1위를 차지, 올해 3연패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죠.

 

물론, 롯데가 항상 시범경기 때마다 강했던 것은 아닙니다. 4년 연속 꼴찌를 기록하며 암흑기의 절정을 달렸던 2001년부터 2004년까지는 시범경기에서도 맥을 추지 못하고 3번이나 꼴찌를 기록하며 암울한 정규시즌을 예고하기도 했었지요. 하지만 2005년에 시범경기 1위를 차지하더니, 이후로는 매년 봄만 되면 막강한 전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것이 정규시즌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죠. ‘정규승률이라고 표시된 항목은 그 기간 동안 각 팀의 정규시즌 승률(넥센은 현대시절 포함)을 나타낸 것입니다. 편차는 정규승률-시범승률을 나타낸 것이고요. 롯데는 놀라운 수준의 시범경기 승률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정규시즌 승률을 기록하며, 무려 2할에 가까운 편차를 보였습니다.

 

반면 시범경기만 되면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인 SK는 정규시즌에서 6년 통산 6할에 가까운 고승률을 기록,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높은 정규시즌 승률을 기록했고, 편차 역시 1할 이상의 차이로 최고치를 나타냈습니다. 그 다음으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두산과 삼성이 비교적 높은 승률을 기록했고, 나머지 5개 구단은 다 고만고만한 수준입니다.

 

암흑기를 보낸 --의 비애

 

흥미롭게도 정규시즌 승률이 시범경기 승률보다 떨어지는 팀이 딱 3팀인데요, 그 주인공이 다름 아닌 엘롯기 동맹의 세 팀입니다. 대체 왜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그 첫 번째 이유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아주 간단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시범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해야 했기 때문이지요.

 

이번에 사직에서 벌어진 롯데와 SK의 시범경기 1차전에서 SK는 주전 선수들의 대부분을 쉬게 했습니다. 김강민과 최정, 박재상 정도만이 선발로 출장했을 뿐, 팀의 핵심인 박정권, 정근우, 박경완, 이호준, 박진만, 정상호 등은 모두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어 있었죠. 그들을 대신해 생소한 이름들이 전광판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당연한 현상이죠. 시범경기는 말 그대로 시범경기, 넓게 보면 스프링캠프의 연장선상에서 정규시즌을 대비해 마지막 담금질을 하며 다양한 선수들을 시험해 보는 기회의 장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나란히 암흑기를 겪은 세 팀은 다른 팀들처럼 저런 여유를 부릴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당장 최상의 전력으로 시범경기에 임하여, 다가올 시즌의 청사진을 그려볼 필요가 있었던 것이죠. 그래서 이들 세 팀은 항상 시범경기에서도 정규시즌처럼 진지하게 임했던 겁니다. 그러니 팀이 지닌 진짜 전력에 비해 시범경기에서의 결과가 좋을 수밖에요.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의 차이 감독의 역할과 능력

 

그것 말고 또 다른 이유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건 바로 정규시즌에서의 감독의 역할과 능력이죠. 시범경기는 순수한 힘 대 힘의 대결입니다. 비교를 하자면 오히려 메이저리그 스타일에 가까운 경기가 벌어지죠. 선수들의 능력이 극대화되어 나타날 뿐, 감독의 역할은 최소화되는 시합이 바로 시범경기입니다.

 

시범경기에서는 섬세한 투수교체 타이밍도 필요 없고, 미묘한 신경전도 벌어지지 않습니다. 승부처에서 빛을 발하는 감독의 개입이 거의 없는 시합이죠. 그러니 시범경기에서는 좋은 선수를 보유한 팀(혹은 팀의 주력을 아끼지 않고 출장시킨 팀)’이 승리할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정규시즌은 다르죠. 메이저리그와 달리 동양권 야구에서는 단순히 선수들의 힘으로만 시합이 진행되지 않습니다. 특히 최근의 한국 야구는 일본에 비해서도 한층 더 감독의 역할이 중요시되고 있는 실정이죠. 감독의 다양한 역할, 즉 그것을 실행하는 능력에 의해 단순히 보유한 전력 이상으로 큰 차이가 날 수도 있음을 뜻합니다.

 

결국 저 정규시즌과 시범경기 승률의 편차 중 일부는 바로 그 감독의 역량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SK가 시범경기에서도 주력 선수들을 대거 출장시킨다면, 저보다는 훨씬 좋은 결과를 냈겠지요. 하지만 어쨌든, 그런 기본 전력에 김성근이란 감독이 더해짐으로 인해 SK는 비로소 최강이라는 칭호에 어울리는 팀이 되는 겁니다.

 

김경문 감독의 두산이나 선동열 전 감독이 이끌었던 삼성도 마찬가지죠. 또한, 김시진 감독과 김인식 감독이 왜 명장혹은 뛰어난 감독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지도 잘 알 수 있습니다.

 

반면, --기 세 팀은 해당 기간 동안 지휘봉을 잡은 감독들의 평균적인 역량이 수준 이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수년째 감독 문제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KIA LG는 당연한 일이고, 롯데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롯데의 경우는 최상의 재료(선수)를 가지고 있음에도 요리사(감독)가 그것을 잘 조리하지 못한 결과가 특히 두드러진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로이스터가 이끌던 롯데는 시범경기에서 3-1-1를 기록했지만, 정규시즌에서는 3-4-4위에 그쳤습니다. 시범경기에서는 통하던 메이저리그 스타일이 정규시즌에서는 생각만큼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물론, 그 결과 재미있는 야구를 부산팬들에게 선물했지만, 그럴수록 우승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것이 로이스터의 한계인지, 아니면 반대로 한국 야구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에 의한 달갑지 않은 결과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올해는 봄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올해도 롯데는 시범경기에서부터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SK 2진급으로 꾸린 1차전 경기에서 롯데는 올 시즌 가장 자주 사용될 것으로 보이는 주전 라인업(김주찬-손아섭-조성환-이대호-홍성흔-강민호-전준우-이승화-황재균)을 들고 맞섰죠. 말 그대로 팀의 주력 멤버가 총출동했고, 그 결과가 11-3이라는 스코어입니다. 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제 예상으론 아마 롯데는 올해도 시범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지난해 4강 팀이 시범경기에서부터 전력을 투입하고 있으니 성적이 나쁘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겠지요. 문제는 이것이 정규시즌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것이고, 거기에 가장 큰 역할과 책임을 안고 있는 인물이 바로 양승호 신임 감독입니다.

 

적어도 양승호 감독은 시범경기 만큼혹은 그 이상의 성적을 정규시즌에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게 아니면 팬들이 그토록 사랑하던 로이스터 감독을 떠나 보낸 보람이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시범경기 1차전부터 주력 멤버를 총출동 시킨 그의 모습에서 여유보다는 조급함이 먼저 느껴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과연 올해의 롯데는 봄데 자이언츠가 아닌 가을 갈매기가 될 수 있을까요?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P.S. 개인적으로는 양승호 감독을 무척 좋아하고, 또한 그 능력도 상당히 높게 평가합니다. 올해의 롯데가 작년보다 잘할 거라고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하지만, 양승호 감독이 부임 첫해에 지닌바 실력을 100%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네요.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벌써부터 6개월 후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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