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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이해할 수 없는 한대화의 선택, 왜 김혁민인가?

by 카이져 김홍석 2011. 5. 5.



프로야구 감독들은 가끔 팬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리곤 한다
. 혹자는 그래도 프로야구 감독인데, 그들이 제일 잘 알지 않겠냐고 말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감독도 어디까지나 사람이고, 그러다 보니 선입견이나 편견에 물들어 상식적이지 않은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히려 곁에서 지켜보는 팬들의 시선이 정확한 경우도 많다는 뜻이다.

 

좋은 예가 지금 롯데 양승호 감독의 경우다. 롯데 팬들은 양승호 감독이 지닌 가장 큰 장점을 귀가 얇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양승호 감독이 오프시즌 동안 시행한 모든 변화는 실패로 돌아갔고, 결국 지금의 롯데는 팬들이 원했던 방식으로 모든 것을 선회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타선의 부활과 최근의 3연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감독이라고 하여 만능은 아니며, 팬들의 시각이 때로는 현장 지도자보다 날카로울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물론, 그렇다고 하여 팬들의 생각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프로 감독들이 가장 자주 범하는 실수 중 하나가 바로 경험에 대한 지나친 신뢰기록보다 자신의 눈을 더 믿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익숙한 이름을 먼저 선택하게 되는 습성도 포함되어 있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 아무리 좋은 스윙궤적과 배트스피드를 가졌다 해도, 그것이 실제 성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투수 역시 위력적인 구위와 컨트롤이 실전에서 실제 성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한,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좋은 스윙폼이나 부드러운 투구폼을 가진 선수가 실력이 좋은 게 아니라, 기록이 좋은 선수가 좋은 실력을 지닌 선수인 것이다.

 

2군에서 선수를 발굴할 때도 마찬가지다. 당장의 투구 스피드나 타격 자세가 아닌, 기록이 최우선적인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모든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원칙이 무시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5 5일 어린이날에 펼쳐지는 한화 이글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에서 한화 선발로 예고된 선수는 김혁민이다. 데폴라가 불펜으로 강등되면서 생긴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한대화 감독은 2군에 있던 김혁민을 불러 올렸다.

 

대체 왜 김혁민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할 수 없는 기용이다. 그냥 아는 이름이니까 불러 올린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김혁민의 1군 발탁은 의외의 결정이고, 또한 이해할 수 없는, 아니 이해하기 싫은 결과다.

 

김혁민은 2009최악의 선발투수였다. 7.87이라는 평균자책점이 이를 잘 설명해 준다. 실력이 모자라 24번의 선발등판을 포함해 33경기에 출장했음에도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116.2이닝만 던졌고, 그 덕에 역대 최악의 평균자책점(1982년 삼미 김동철 7.06)을 갈아치우는데 실패했을 뿐이다. 무려 160개의 안타와 81개의 사사구를 남발해 매 이닝마다 2명 이상의 주자를 출루시켰고, 24개의 홈런을 허용했다. 이만하면 1군 무대에 어울리지 않는 배팅볼 투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에도 그러한 부진(9경기 4 6.92)은 계속됐고, 결국 부상으로 시즌을 접었었다.

 

그런데 한대화 감독이 그런 김혁민에게 다시 기회를 준 것이다. 김혁민이 2군에서는 최상급의 기량을 보여주는데, 1군만 오면 이상하게 부진한 경우라면 이해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도 않다는 점이 문제다. 올 시즌 2군에서 시즌을 출발한 김혁민은 현재까지 4경기에 등판했지만, 경기당 5이닝도 채 버티지 못하고 평균자책점 6.52를 기록 중이다. 19.1이닝 동안 18개의 안타와 15개의 사사구를 허용했고, 무려 18(14자책)을 내줬다.

 

이만하면 ‘2군에서도 통하지 않는 투수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의 김혁민은 1군 마운드에 오를 만한 자격을 갖췄다고 볼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기회는 김혁민에게 돌아갔다.

 

한화의 2군에 인재가 없어서 그랬다면 그러려니 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KIA에서 다시 돌아온 안영명은 지금까지 10.1이닝을 소화하면서 1피안타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구원으로 8경기에 등판해 거둔 성적이지만, 원래 선발로 뛰던 선수이니 보직전환이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2005년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 출신인 윤근영 5경기에 등판해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85(남부리그 1)의 매우 뛰어난 성적을 기록 중이다. 그 외 윤기호(3.66)안영명의 형안영진(3.75) 등도 김혁민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 중이다. 그런데 왜 김혁민인 것일 까?

 

한대화 감독은 데폴라를 불펜으로 내리면서 김혁민을 한 번 체크해 보고, 기회를 줄지 결정하겠다고 밝혔고, 안영명에 대해서 구위가 조금 더 올라와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감독의 선택은 김혁민이었고, 이는 당장 2군의 성적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다. 기록보다 자신의 눈을 믿은 선택인데, 과연 이 선택이 옳았을까?

 

김혁민이 1군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다른 2군 선수들이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무리 잘해봤자 결국 감독이 익숙하게 알고 있던 선수가 아니면 1군으로 올라가지 못한다는 생각에 희망을 잃지는 않았을까? 잘하는 선수부터 1군에 올려준다는 원칙이 있어야 2군 선수들도 희망을 가지고 더 잘하게 된다. 이런 식의 기용이라면 안영명은 몰라도 윤근영 등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작년에도 이맘때 이와 아주 비슷한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당시 롯데에서 사도스키가 부상과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가자, 로이스터 감독이 2군에서 마구 두들겨 맞고 있던 진명호를 1군으로 불러 올렸기 때문이다. 당시 롯데의 2군에서는 이재곤과 김수완이 좋은 피칭을 선보이고 있었고, 왜 이들이 아닌 진명호에게 기회를 준 것이냐는 의문 섞인 질타가 담긴 포스팅이었다. 결국 진명호는 1군 무대에서 또 다시 무참히 난타당했고, 이재곤과 김수완은 뒤늦게 1군에 올라와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일조했다.(관련 포스팅 - 이해하기 힘든 로이스터의 선택, 대체 왜 진명호인가?)

 

원칙 없는 선수 기용은 다른 경쟁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지양해야 할 처사다. 단지 익숙하다는 이유로, 감독이 보기에는 저 선수의 피칭이 제일 나아 보인다는 이유로, 지금 겉으로 드러나는 기록을 무시한다면 누가 열심히 하려고 하겠는가. 결국 김혁민의 1군 무대 선발 등판은 대입 시험의 면접관이 시험 결과를 무시한 채 자신이 아는 사람을 인맥으로 뽑은 부정입학이나 다름 없다.

 

개인적으로는 현직 프로야구 감독 8명 중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 바로 한대화 감독이라 생각한다. 경기를 이끌어가는 능력은 물론, 류현진의 기용 방식에서도 그렇다. 항상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을 벌이지만, 그 결과는 항상 나쁘기만 하다. 어쩌면 한대화 감독이야 말로 프로 1군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한화가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 무능력한 프런트의 잘못이 가장 크지만, 감독의 무능력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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