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프로야구 감독에게 ‘나이’란?

by 카이져 김홍석 2011. 7. 15.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는 팔순의 잭 맥키언 감독이 현역 사령탑으로 복귀하여 화제를 모은바 있다. 1930 11 23일생으로 올해 81세인 잭 맥키언 감독은 미국에서는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 80세로 표기된다. 맥키언 감독은 지난달 21일 성적 부진으로 사임한 에드윈 로드리게스 감독 후임으로 플로리다 사령탑에 올랐다.

 

1973년 캔자스시티 지휘봉을 잡으며 감독 생활을 시작해 1,011 940(승률 0.518, 플로리다 부임전까지)를 기록한 백전노장 맥키언 감독은, 2003년에는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중소구단에 속하는 플로리다를 부임 첫해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이끌었던 명장이다.

 

능력도 능력이지만 워낙어르신이다보니 자연히 관심사는 나이와 건강에 쏠릴 수밖에 없다. 맥키언 감독은 고령을 우려하는 기자들의 질문에서도나이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간 집안에 틀어박혀 야구중계를 볼 때마다 마누라가 날 집 밖으로 쫓아내려고 했는데 오히려 잘됐다. 이참에 마음 같아선 한 95세까지도 감독을 할 생각이다.”고 녹슬지 않은 열정을 과시하며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플로리다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젊은 팀으로 꼽힌다. 맥키언이 한창 감독생활을 할 때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선수들이 대부분이고, 20대 초중반의 젊은 유망주들은 거의 증손자 뻘이다. 나름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들도 맥키언 감독 앞에서는 그저 얘기일 뿐이다.

 

자연히 세대차이는 어쩔 수 없다. 맥키언 감독 취임 후 11연패를 끊은 경기에서 말린스의 한 선수가 평소 취미로트위터(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즐긴다는 이야기를 하자, 알아듣지 못하고그건 무슨 새인가?”하고 되물었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역대 메이저리그 최고령 감독 기록은 고인이 된 코니 맥 감독이 보유하고 있다. 1950년 당시 필라델피아 어슬레틱스 감독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을 때 그의 나이는 88세였다. 19세기 후반 워싱턴 내셔널스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에서 포수로 선수 생활을 했던 맥 감독은 1896년부터 피츠버그에서 지도자 생활을 생각한 이래, 1901년 아메리칸리그 출범 때 필라델피아 어슬레틱스 감독으로 자리를 옮겨 무려 50년이나 지휘봉을 잡았다. 월드시리즈 우승은 5.

 

메이저리그 통산 7,755경기에 출전한 맥 감독은 3,731 3,948(승률 0.486)를 기록하며 재임기간을 비롯하여 감독 통산 출전게임, 승리, 패전 등에서 모두 역대 메이저리그 1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맥 감독에 이은 두 번째 고령 감독이 바로 잭 맥키언이다.

 

국내야구 최고령 사령탑은 단연 SK 김성근 감독이다. 1942년생인 김 감독은 올해 69, 한국나이로는 칠순에 접어들었다.

 

현재 8개 구단밖에 없고 오랫동안 활약하는 노장들이 많지 않은 한국야구계에서 김성근 감독의 입지는 경이적이다. 한국에서 프로 감독들의 수명은 짧다. 보통은 코치를 거쳐 50대 초반, 조금 빠르면 40대 후반에 감독에 올라 50대 중후반쯤에 지휘봉을 내려놓는 게 보편적이다. 정년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메이저리그처럼 잭 맥키언이나 바비 콕스, 조 토리처럼 60세를 넘겨서도 거뜬히 현역으로 활동하는 감독들은 국내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는 김응용 감독은 프로필상 41년생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39년생이다. 2004년 삼성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날 당시 김응용 감독은 65세였다. 김감독은 한 팀에서 가장 오래 지휘봉을 잡은 감독으로도 기억되는데, 해태에서 83년부터 2000년까지 무려 18년 연속 팀을 이끌었다. 이후 삼성으로 자리를 옮겨 2004년까지 포함하면 22년 연속으로 한해도 쉼 없이 프로야구팀을 이끌었고, 이 역시 최장 기록이다. 김인식 감독 역시 2009 62세 때 한화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김성근 감독은 대기만성의 전형이다. 60세 전까지는 여러 팀을 전전했지만 한번도 우승을 차지해보지 못했다. 주로 약팀을 맡아 강팀으로 이끌고도 경기외적인 문제로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했던 경우가 빈번했다. 2002 LG에서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후로는 일본으로 건너가 2군 감독과 코치 생활을 하기도 했다. 국내 야구에서 5년의 공백기를 거쳐 2007 SK 감독으로 부임하며 첫 우승을 차지했을 때는 이미 65세로 김응용 감독이 은퇴하던 시기의 나이와 똑같았다.

 

나이가 많다고 야구를 보는 시각이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잭 맥키언 감독은 현역에서 물러나 야인 시절에도 하루에 야구 중계를 15시간 이상 보면서 요즘 선수들의 특성과 스타일을 꼼꼼히 분석했다고 한다. ‘독설가로 유명한 일본의 노무라 가쓰야 전 라쿠텐 감독(1935년생)은 지금도 다양한 언론에 칼럼을 기고하거나 저서를 집필하며 야구이론의 현대화에 앞장서고 있다.

 

나이든 감독들은 흔히 구시대적이라는 편견에 휩쓸리기 쉽다. 한국의 옛날 감독들은 흔히 권위적인 지도방식이나 선수혹사라는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의 성공은 노장 감독들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는데 기여했다.

 

찬반 양론이 분분하지만 김성근 감독의 성공으로, 불펜활용도와 스파르타 훈련에 대한 시각이 변화했고, 지금 김성근 감독이 지휘하는 SK는 프로야구 최강의 팀으로 꼽히며 한국야구의 트렌드를 바꾸는데 앞장서고 있다. 노장의 경륜과 열정이 다시 평가받아야 할 이유다.

 

// 구사일생 이준목 [사진=SI.com, SK 와이번스]

 

 

 블로거는 여러분들의 추천(View On)을 먹고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