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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4위 싸움, 롯데가 LG보다 유리한 5가지 이유

by 카이져 김홍석 2011. 8. 11.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4강 싸움은 올 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화젯거리다. 시즌 초반만 해도 승승장구 하며 9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물론, 내친김에 우승에도 도전할 것처럼 보였던 LG는 갑자기 모든 면에서 삐걱거리더니 5위로 내려앉았다. 반대로 올 시즌 시작과 동시에 급격히 흔들리던 롯데는 7월 이후 갑작스런 상승세를 타더니 어느덧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며 4위로 올라섰다.

 

아직 두 팀은 39~41경기, 그러니까 시즌의 30% 정도를 남겨두고 있다. 승차도 1.5경기에 불과해 얼마든지 뒤집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벌써 롯데는 4위를 굳힌 것 같은 분위기고, LG 쪽에서는 당장 반격에 성공하지 못하면 4강에서 탈락할 것 같은 조급함이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도 앞으로의 4강 싸움은 LG보다는 롯데가 좀 더 유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선발진의 우세

 

올 시즌 중 LG는 팀 내 최고의 선수를 잃었다. 바로 지난 3년 동안 팀을 이끌어온 봉중근이 그 주인공이다. 어쩌면 봉중근 없이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 자체가 착각이었는지도 모른다. 박현준-주치키-리즈의 1~3선발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선두경쟁을 펼칠 때만 해도 봉중근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주키치(7 4 3.31)와 박현준(11 7 4.16), 그리고 리즈(8 11 4.07)는 분명 좋은 투수들이지만, 박종훈 감독이 쉴 틈 없이 5일 로테이션을 돌리는 동안 어느덧 체력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박현준의 풀타임 선발 시즌은 올해가 처음이고, 주키치와 리즈도 한국 무대에서의 첫 시즌이다. 실제로 이들 세 명의 평균 투구이닝은 6이닝 정도에 불과하다.

 

롯데는 장원준(9 4 3.60)과 사도스키(8 5 3.49), 그리고 고원준(5 6 3.87)의 삼각편대가 로테이션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셋 모두 LG 1~3선발보다 이닝소화 능력이 뛰어나고, 더욱 안정적인 피칭을 기대할 수 있는 투수들이다. 장원준은 2006년 이후 기준으로 류현진 다음으로 많은 승수와 투구이닝을 기록 중인 검증된 선발투수고, 사도스키와 고원준도 지난해의 경험이 소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

 

게다가 송승준(8 8 4.42) 7월 이후에 등판한 6경기에서는 2.2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면서 부활을 알리고 있다. 송승준과 부첵의 4~5선발 조합은 LG의 김광삼(4 3 4.58)-김성현(3 6 5.47)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정적이다. 롯데는 KIA 다음으로 강한 선발진을 구축하고 있는 팀이며, 장원준과 송승준의 경험은 LG가 가지지 못한 최고의 장점이다. 봉중근의 공백이 더 없이 뼈아픈 이유다.

 

2. 안정적인 선발 라인업

 

최훈 님의 카툰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처럼 LG 박종훈 감독은 상대 선발에 따라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많이 주는 편이다. 흔히 말하는 -우 놀이에 심취해 있는데, 이것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LG의 선발 라인업은 최근에도 계속해서 바뀌고 있으며, 그 결과 공-수에서 혼란만 초래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플래툰 시스템은 성공을 거뒀을 때는 감독의 가치를 드높일 수 있는 하나의 증거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선수들의 불만만 증폭시킬 뿐이다.

 

그에 비해 롯데는 전준우()-김주찬()-손아섭()-이대호(1)-홍성흔()-강민호()-조성환(2)-황재균(3)-문규현()으로 구성된 선발 라인업이 확실하다. 컨디션에 따라 홍성흔과 강민호의 타순이 바뀌기도 하고, 조성환의 몸 상태에 따라 약간의 변동이 있을 때도 있지만 기본 뼈대 만큼은 변함이 없다. 저들 중 좌타자는 손아섭 한 명이지만, 놀랍게도 우타자 일색인 이 팀이 올 시즌 리그 1위의 타격 팀이다.

 

상대 투수와의 상성에 굳이 신경 쓰지 않고 기존 선수들을 신뢰했다는 것, 바로 이것이 올 시즌 양승호 감독이 가장 잘한 부분일 것이다. 안정된 선발 출장이 선수들의 타격을 상승세로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이대호는 7월 이후 그다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데도, 그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이 펄펄 날면서 롯데를 4강으로 견인하고 있는 것은 선수들이 그만큼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 것이다.

 

3. 전임 감독이 남긴 긍정적인 유산

 

호랑이가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면, 로이스터 감독은 떠나면서 롯데에 ‘No Fear’를 남겼다. 양승호 신임 감독은 당초 로이스터의 색깔을 지우고 자신만의 색을 롯데라는 팀에 칠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이 실수였다는 것이 시즌 초에 드러났고, 이후로는 생각을 달리했다. 로이스터의 색을 그대로 유지한 채, 자신의 색깔은 빈 곳에만 채우기로 한 것이다.(로이스터의 야구라고 해서 빈 곳이 전혀 없진 않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의 성과로 드러나고 있다. 로이스터의 야구에 길들여져 있는 롯데 선수들은 적어도 타격에 있어서 만큼은 특유의 컬러를 잊지 않았다. 양승호 감독도 잦은 작전구사나 교체를 하기 보다는 선수들에게 믿고 맡기는 방식을 택했다. 그러자 롯데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리그에서 가장 강한 공격력을 보여주는 팀이 되었고, 그 힘을 바탕으로 4위까지 올라왔다. 로이스터 감독의 능력을 새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지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전임감독의 야구를 계승한 양승호 감독의 결단도, 어느 정도는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LG의 전임감독은 바로 김재박 감독이었다. 그렇다면 김재박 감독의 유산은? 딱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바로 ‘DTD 징크스. 원래 이 말은 김재박 감독이 현대의 사령탑이던 시절, 롯데를 향해 한 말이었지만, 지금에 와선 LG의 징크스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박종훈 감독은 2년째인 올해까지도 자신의 색이 묻어나는 팀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모 대부업체의 광고에 출연해 “8888”을 외치고 있는 김재박 감독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불쌍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4. 팀 분위기 : 홍성흔과 박용택-이병규의 차이

 

시즌 초 롯데가 7~8위를 전전하고 있을 당시, 롯데의 신임 주장 홍성흔은 인터뷰 때마다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그리면서도 항상 자신이 롯데 선수여서 행복하다는 말을 했다. 롯데 팬들이 부진한 성적으로 인해 팀 프런트와 감독에게 실망하면서도, 선수들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언제나 팬들을 생각하는 홍성흔의 노력 때문이기도 했다.

 

특유의 미소와 파이팅은 선수단의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 효과가 있으며, 때로는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강인한 리더의 역할도 수행했다. 홍성흔이 팀 선수들의 SNS를 금지시켰다는 것은 자칫 선수들의 자율성을 해칠 수도 있지만, 그 덕에 롯데 선수들이 구설수에 오르는 빈도가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고참급 선수들의 노력 속에서, 팀이 상승 모드로 접어들자 현재 롯데의 팀 분위기는 정점을 달리고 있다.

 

반면 LG는 시즌 초의 오상민부터 시작해 예상치 못한 사건이 팀 분위기를 흐리곤 했다. 게다가 이번의 청문회 소동때는 일부 선수들이 팬들을 향해 적절치 못한 행동을 해 원성을 사고 있다. 더욱이 그 중심에 주장 박용택과 최고참 이병규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현재 LG의 팀 분위기를 그대로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청문회 소동을 일으킨 일부 팬들의 행동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선수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다면 정신 차리고 야구해라가 아니라 우리는 당신들을 믿습니다라고 외쳤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울고 싶은데 뺨까지 때려준 격이랄까? DTD 징크스가 LG 선수들을 위축시키는 계기가 되어 위기를 맞았다면, 이번 일부 LG 팬들의 청문회 소동 LG를 침몰시키는 결정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아쉽게 느껴진다.

 

5. 경험

 

LG는 지난 8년 동안 매번 4강 싸움에서 이기지 못했다. 늘 시즌 초반엔 잘 나가다가 후반으로 가면서 주저앉는 일이 일상처럼 되었고, 올해도 일시적인 위기가 찾아오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감독과 선수는 물론, 팬들마저도 조급해 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다. 아직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고, 기회가 있음에도 필요 이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것, 이건 과거의 암울했던 경험이 가져다 주는 심리적인 함정에 빠진 것일 수도 있다.

 

롯데는 로이스터 감독이 부임한 첫해인 2008년에는 완전히 달라진 팀 컬러로 4강에 안착했다. 그렇게 징크스를 떨쳐냈기 때문일까, 2009년과 2010년에는 치열한 4강 다툼을 벌인 끝에 2년 연속 막차를 타고 4강에 합류할 수 있었다. 그렇게 롯데는 지난 2년간 항상 시즌 초중반까지 고전했지만, 여름 이후 상승세를 타며 경쟁팀을 따돌리고 가을잔치에 진출한 경험이 있다. 바로 이 경험이 힘이 되어 선수단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고, 막상 7월 들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자 선수들 모두가 그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일시적인 위기가 닥쳐오자 역시 우리는 안 되는구나라고 생각하는 팀과,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자 역시 우리는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는 팀. 그 차이가 지난 몇 년 동안의 경험과 더불어 양 팀의 정신력에서 큰 차이로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커 보인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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