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의 팀의 3루에 에반 롱고리아가 있고, 우익수 자리에 추신수가 있다면? 경쟁이란 단어 자체가 무의미 할 것이다. 그들은 이미 최고 수준의 실력을 검증받은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때로 이러한 라인업에서도 조용한 변화가 일어나기도 하는데,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존 선수들로 하여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하기 위함이지 그들을 실제로 ‘여차하면 라인업에서 제외하겠다!‘는 생각으로 하는 행동은 아니다.
만약 두산의 3루 자리에 전성기 시절의 김동주가 버티고 있고, 우익수 자리에는 그와 함께 두산의 최강 클린업을 구축했던 심정수가 있었더라면 두산의 핫코너와 라이트 역시 경쟁이 무의미한 자리라 해도 무방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데에 있다.
현재 두산의 3루는 이원석, 우익수는 정수빈으로 어느샌가부터 굳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야말로 감독의 스타일이 확연히 드러난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현재 이원석과 정수빈은 해당 포지션에서 주전으로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할 만큼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들의 해당 포지션에서의 입지는 놀라우리만큼 확고하다.
그렇다고해서 이들이 경쟁자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이미 이성열, 윤석민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존재함에도 그들은 부동의 3루수, 부동의 우익수로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다. 기록을 살펴보면 이러한 현상이 얼마나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최근 10경기를 살펴보면 정수빈의 경우 선발로 10경기를 모두 출장했다. 그 10경기 동안 기록한 정수빈의 타율은 0.222로 시즌타율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시즌 타율 역시 0.250으로 낮은 수치다.) 그리고 그의 경쟁자라 할 수 있는 이성열의 경우 최근 10경기에서 세 번의 선발 출장과 두 번의 교체 출장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이성열이 기록한 성적은 0.333로 꽤나 쏠쏠한 활약을 보여줬다. 재미있는 점은 정수빈의 경우 거의 매 경기에서 1안타 혹은 무안타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입지에는 변화가 없었다.(멀티히트를 기록한 경기는 단 두 경기 뿐이었다.)
3루의 경우는 상황이 조금 낫다고 할 수 있다. 주전 3루수인 이원석이 최근들어 타격감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이원석의 최근 10경기 타율은 그의 시즌 타율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시즌타율 0.213/ 최근 10경기 타율 0.423) 하지만 문제는 경쟁자인 윤석민에게는 너무도 적은 기회만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이원석의 경우 9경기 선발출장에 1경기만을 교체출장한 반면, 윤석민은 단 한경기만 선발로 나오고 다섯경기는 교체로 출장했다. 기껏해야 대타로 한두번 얼굴을 내비추는데 얼마나 좋은 성적을 거둘수 있겠느냐만 그 와중에도 윤석민은 정확히 3할을 기록했다. 시즌 타율 역시 0.283로 상당히 준수하다. 다만 안타까운 점이라면 윤석민이 한창 타격에 물이 올랐을때 김광수 대행이 부임하며 그에게 주어지던 기회가 급감했다는 데에 있다. 2군에서 꾸준히 경기에 출장하는 것도 아니고 1군에서 벤치만 달구는 선수가 과연 얼마만큼의 발전을 일궈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동안 두산은 끊임없는 내부경쟁을 통해 강한 팀으로 성장해왔다. 선수단에 대한 투자에 인색한 덕에 외부영입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에서도 두산이 꿋꿋하게 상위권을 지켜올 수 있었던 데에는 팀 내 유망주들이 끊임없이 1군으로 올라와 기존 세력들을 위협하면서 선수들로 하여금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든데 있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어떤가? 어느샌가부터 두산은 내부 경쟁이 사라지고 말았다. 일전에도 비슷한 내용으로 포스팅을 한 적이 있으나, 당시와 지금은 엄연히 상황이 다르다. 부상 선수들 대부분이 전력에서 복귀했고, 당시에 끝모를 부진을 펼치던 선수들도 서서히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현재 두산은 경쟁이란 없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돌아가고 있다. 이래서야 어떻게 발전을 하고, 어떻게 미래를 내다볼 수 있냐는 이야기다.
내년 시즌 두산은 지금보다 훨씬 강해져야만 한다. 그래야만 올 해와 같은 수모를 겪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행태로는 내년 역시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