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현재 6위로 처져있는 두산은 사실상 4강행이 좌절된 상황이다. 언론에서 말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다수의 야구인들, 심지어 두산 팬들조차 두산의 4강행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 현재 두산이 처한 냉정한 현실이다.
두산이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반기 종료 직전과 후반기 시작 직후 등, 몇 번의 찬스가 있었다. 하지만 두산은 번번히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결국 두산의 4강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생각이 이러한데도 단 한 명, 바로 두산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김광수 대행만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듯 보인다. 지난 3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대행은 아직까지 4강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며, 시즌 종료 때까지 베스트 멤버로 경기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메이저리그의 야구 영웅인 요기 베라가 남긴 이 명언은 참 좋은 말이다. 그리고 맞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리 명언이라도, 그것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상황이 존재하는 법이다. 어느 때나 통용될 순 없다는 뜻이다.
만약 당장 눈 앞에 있는 게임의 승패로 시즌의 운명이 좌우되는 상황이라면, 설령 그 상황이 9회말 2아웃이라도 마지막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맞다. 하지만 현재의 두산은 엄연히 다른 상황이다. 한두 경기 가지고는 턱도 없다. 남은 경기에서 8할에 가까운 승률을 거둬도 가능성이 있을까 말까 한 상황이다.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은 것은 당장 올해의 4강 싸움이 아닌, 앞으로도 계속될 ‘두산의 야구‘다. 두산의 야구는 올해로 마지막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일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것도, 4강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것 이상으로 옳은 선택일 수 있다.
두산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시즌을 5위로 마친다고 치자. 그 결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5위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4위가 아니면 그 밑으로는 별 의미가 없다. 베스트 멤버를 풀가동 해봤자, 남는 것이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반대로 지금 시즌을 포기하고, 내년을 위한 투자를 시작한다면 오히려 두산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 우선은 이번에 엔트리 확대를 통해 1군으로 올라온 김재환을 필두로 한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 더불어 내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조금이라도 더 빠른 순번으로 신인 선수를 지명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당장은 큰 소득이 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결정이 두산의 내일을 향한 발걸음에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기에 김광수 대행의 고집은 실로 아쉽기만 하다.
김 대행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한 김경문 전 감독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은 김광수 감독대행으로서는, 올 시즌 당장 무언가를 보어주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대행‘이라는 꼬리표를 떼려면, 지금 정도론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꼭 성적 향상만이 감독의 성과를 모두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다른 부분으로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 김 대행이 선수들의 기량을 극대화시켜 팀을 다시금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확신만 심어준다면 프런트 역시 대행이라는 꼬리표를 떼어줄 것이다. 그러니 이제 그만 고집을 꺾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은 팀의 미래를 위해 한 경기 한 경기를 소중하게 투자해야 할 시기다.
// 버닝곰 김성현 [사진제공=두산 베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