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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2011년 가을잔치 전망, 어느 팀이 우승할까?

by 카이져 김홍석 2011. 9. 23.



2011년의 프로야구 정규시즌도 어느덧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개막 이후 6개월도 되지 않았지만, 그 짧은 기간 동안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올해처럼 다양한 사건이 있었던 시즌도 드물었던 것 같다. 때로는 팬들을 감동시키기도 했고, 가슴 아프게도 했으며, 화나게 만드는 사건도 있었다.

 

올 시즌 프로야구를 표현할 수 있는 키워드를 단 하나만 꼽자면 그건 감독일 것이다. 공교롭게도 지난 시즌 4강에 올랐던 네 명의 감독들은 모두 그 팀을 떠났다. 로이스터 감독은 지난 시즌 후 재계약에 실패했고, 선동열 감독은 그룹 내 파워 게임의 희생양이 되어 계약기간을 4년이나 남겨뒀음에도 일선에서 밀려났다. 김경문 감독은 성적 부진과 선수단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고, 최근 신생구단 NC소프트의 감독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김성근 감독마저도 재계약 문제를 두고 구단 측과 신경전을 벌이다 결국 해임되고 말았다.

 

반면 그들을 대신해 새롭게 팬들의 관심을 독차지한 감독들도 있다. 개막과 동시에 양승호구라는 치욕적인 별명을 얻었던 롯데 양승호 신임 감독은 시즌 후반에 접어들면서 양승호감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고, 한화의 한대화 감독은 야왕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지켜본 1위 삼성의 팬들은 류중일 감독에게 야통이란 별명을 붙어주었지만, 아직은 그들만의 시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가슴 아픈 사건도 많았던 시즌이었다. 시즌 초반에 있었던 일부 선수들의 사생활 관련 스캔들은 팬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고, 그와 관련된 한 아나운서의 자살과 해당 선수의 복귀 시점은 팬들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9, 80년대의 한국 프로야구를 빛낸 두 전설적인 스타가 지병을 이기지 못하고 눈을 감아 수많은 야구팬들의 가슴을 멍들게 만들었다. 장효조와 최동원, 올해 30년째를 맞은 프로야구가 600만 관중 시대를 맞이할 수 있었던 건 저들의 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 포스트시즌 판도

 

팀 별로 6~12경기를 남겨둔 현재,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4개 팀의 윤곽은 이미 드러난 상태다. 삼성이 1위를 거의 확정지었으며, 롯데-SK-KIA 2위 자리를 두고 막판까지 치열한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롯데가 가장 유리하고, KIA 4위일 가능성이 크지만, 최종결과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롯데와 SK는 내심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그를 위해서는 반드시 2위를 차지할 필요가 있다. 최근 두 팀의 3연전 시리즈에서 2 1패로 앞선 롯데가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고, SK의 잔여 일정에 비해 롯데의 일정이 훨씬 수월한 편이다. 롯데는 현재 6경기를 남겨두고 있는데, 그 중 5경기가 한화와의 시합이며 올 시즌 상대전적에서 8 1 5패로 앞서 있다. 롯데가 조금이나마 2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 보이는 이유다.

 

반면, 개막 전 많은 전문가들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점쳤던 두산은 시즌 내내 하위권을 맴돌았고, 9년 만의 가을잔치를 꿈꿨던 LG 30승에 선착하고도 4강에 오르지 못하는 역사상 첫 번째 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꼴찌 탈출에 성공하며 돌풍을 일으킨 한화도 4강 전력은 아니었고, 넥센이 꼴찌가 되면서 서울을 연고로 한 3팀은 모두 탈락하고 말았다.

 

4강 팀들의 장점과 단점

 

KIA의 장점은 트리플크라운이 유력한 윤석민이라는 특급 에이스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팀원 대부분이 2009년의 우승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용규-김선빈의 테이블세터진 역시 리그 최강이며, 이범호의 컨디션만 살아난다면 나지완과 더불어 상위타선의 파괴력은 매우 강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불펜이 매우 불안하고, 로페즈-트레비스의 용병 두요가 후반기 들어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최희섭과 김상현의 상태도 확실치 않아 하위 타선의 무게감은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SK는 정우람-정대현-엄정욱-박희수로 구성된 불펜의 힘이 최고의 장점이다. 문제는 팀 내에 10승 투수가 한 명도 없으며, 고든을 제외하면 믿을 만한 선발투수가 사실상 없다. 이만수 감독대행 체제가 되면서 타선은 다시 힘을 내고 있지만, 김광현이 예전의 모습으로 완벽히 부활하지 않는 한,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날 KIA에게 무릎을 꿇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롯데는 1~5선발의 밸런스가 아주 훌륭하고, 리그 최강의 타선을 보유하고 있다. 리그에서 가히 독보적이라 할 수 있는 이대호의 존재는 다른 팀이 감히 넘볼 수 없는 큰 전력이다. 하지만 한 경기를 완벽하게 책임질 수 있는 특급 에이스가 없다는 점, 그리고 최다 팀 실책에서 드러나는 수비의 문제는 단기전에서 큰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불안했던 불펜이 후반기 들어 안정을 되찾았고, 김사율-임경완-강영식의 활약이 계속된다면 포스트시즌에서도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정규시즌 1위 삼성은 강하다. 오승환과 최형우라는 올 시즌 투-타의 최고 선수들을 한 명씩 보유하고 있으며, 뒤늦게 합류한 매티스와 저마노는 진짜배기임이 드러나 류중일 감독과 팬들을 흡족하게 만들었다. 오승환이 포함된 불펜은 SK를 압도하며, 타선의 가장 큰 단점이었던 부족한 장타력 문제는 최형우가 홀로 해결했다. 사실 가장 약점이 적은 팀이 삼성이며, 그만큼 우승에 근접해 있다.

 

삼성의 단점은 신인왕 후보이자 올 시즌 팀의 1번 타자로 좋은 활약을 펼쳤던 배영섭이 시즌 막바지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시즌아웃 되었고, 최형우를 도와줄 수 있는 거포가 박석민밖에 없다는 점이다. 4강에 오른 팀들은 나름 투수력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 팀이라, 지금보다 득점력이 저하된다면 힘든 한국 시리즈가 될 수도 있다.

 

포스트시즌 전망 및 우승팀은?

 

4위가 유력한 KIA SK 3위가 되어 준플레이오프에서 맞붙게 되길 바랄 지도 모른다. KIA 2009년 한국시리즈에서 SK를 상대로 승리한 후, 이상하게 SK와의 경기에서는 승리를 향한 강한 집념을 드러내곤 한다. 작년에는 오히려 그것이 역효과가 나면서 SK에게 매우 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는 선발진의 우위를 바탕으로 10 6패로 앞서 있다.

 

반면, KIA 입장에서 롯데는 상당히 껄끄럽다. 올 시즌 상대전적에서 6 13패로 크게 밀리는데, 후반기 들어 2번의 3연전 스윕을 당하는 등 한때 롯데 전 8연패의 늪에 빠지기도 했다. 윤석민을 비롯해 선발진이 유독 롯데 타선만 만나면 난타당하곤 하는데, 가장 자신 있는 부분에서 힘을 쓰지 못하니 약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

 

SK는 어떻게든 2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사실 쉽지 않은 상황이다. 롯데 역시 2위를 굳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그렇게만 된다면 한국시리즈 진출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플레이오프에서 KIA와 만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시나리오일 테고, SK(상대전적 8 1 10)와 만난다 해도 준PO에서 어느 정도 힘이 빠진 상태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기 때문.

 

삼성은 올 시즌 SK(9 6) KIA(12 7)에 모두 상대전적에서 앞서 있다. 3팀 모두 기본적으로 투수력이 주가 되는 팀이고, 바로 그 부분에서 삼성이 압도하는 만큼 더 좋은 승부를 할 수 있었다. 반면 롯데(9 1 9)와의 승부는 어렵다. 타력과 투수력의 싸움이 되면, 그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1위를 확정 짓고 느긋하게 파트너를 기다리는 삼성이 좀 더 유리한 입장에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현 시점에서 개인적인 예상을 해본다면, 역시 올 시즌 우승은 삼성이 차지할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인다. 어차피 선발 매치업에서 삼성을 압도할 수 있는 팀이 없는 만큼, 불펜 싸움이 되면 삼성을 꺾을 팀이 없어 보인다. 이후의 순위는 확신하기 어렵지만, 롯데가 정규시즌 2위면 롯데(2)-KIA(3)-SK(4)의 순, SK 2위면 SK(2)-롯데(3)-KIA(4)의 차례가 되지 않을까 싶다.

 

KIA SK가 멋진 경기를 보여줬던 2009년의 한국시리즈, 그리고 삼성과 두산이 매 경기마다 살 떨리는 접전을 펼쳤던 2010년의 플레이오프 시리즈는 한국 야구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들이었다. 올해의 가을잔치도 그런 경기들로 가득하길 기대한다. 그래야만 가을을 손꼽아 기다리는 야구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수 있을 테니까.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 SK 와이번스,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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