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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곰의 뻬이스볼리즘

오치아이와 김경문, 감독은 슈퍼맨이 아니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9. 28.



수위타자 5(81, 82, 83, 85, 86), 홈런왕 5(82, 85, 86, 90, 91), 타점왕 5(82, 85, 86, 98, 90), 일본 프로야구 역대 최다인 3번의 타격부문 트리플 크라운 달성, 그리고 2번의 MVP 수상. NPB 역사상 최초로 2년 연속 50홈런을 돌파한 주인공이며, 역대 우타자 통산 장타율 1(.564)의 타자. 최근 주니치와의 재계약에 실패한 오치아이 감독의 선수시절 성적이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너무나 훌륭하다.

 

이러한 현역시절을 돌이켜 본다면 그의 감독으로써의 성향은 당연히돌격 앞으로와 같은 형태가 되어야 맞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그의 전투 스타일은 전혀 딴판이다. 공격보다는 수비를 중시하고, 화끈한 경기 보다는 승리만을 위한 경기를 보여준다.

 

실제로 오치아이 감독이 부임한 2004년 이후 주니치의 성적은 굉장히 좋았다. 7년 연속으로 팀을 A클래스로 이끌었고, 리그 우승 3회와 재팬시리즈 우승 1회를 달성했다. 실제로도 오치아이 감독은 이기는 것이 최고의 팬 서비스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닐 정도였다.

 

하지만 그러한 오치아이 감독의 성향은 팬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었던 걸까, 주니치 팬들은 경기 내용에 만족하지 못했고, 결국 이는 흥행 부진으로 이어졌다. 거기다 너무도 뚜렷한 자신만의 색을 갖춘 오치아이 감독을 구단은 달가워하지 않았고, 결국 올해로 마감되는 3년 계약에 대한 재계약 논의는 더 이상 이뤄지지 않았다.

 

매년 꾸준한 성적을 올리고도 흥행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오치아이 감독이 해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개인적으로는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흥행에 실패한 것이 화끈한 경기를 통해 팬들에게 어필하지 못한 감독의 탓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감독이 팀의 흥행적인 측면까지 고려해가면서 팀을 운영해 나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케팅은 어디까지나 구단의 몫이다. 이미 선수단을 이끌어가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리는 직종이 바로 감독이라는 자리다. 그런 감독에게 흥행까지 책임지라니, 조만간 감독이 턱돌이 마스크를 쓰고 벤치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비슷한 스타일과 더불어 비슷한 행보를 걷고 있는 김성근 감독과 오치아이 감독. 그들의 이전 직장은 그들이 턱돌이 마스크를 쓰거나 팬티만 입고 경기장 한바퀴 돌아주길 바랐던 모양이다.

 

시선을 우리나라로 돌려보자. SK 와이번스의 경우 주니치와 마찬가지로 이기는 야구를 최우선적인 목표로 했고, 그로 인해 타 팀 팬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거듭되는 뛰어난 성적과 구단의 꾸준한 노력 덕분에 관중 동원에서도 어마어마한 발전을 일궈냈다. 하지만 SK와 같이 성적과 흥행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그럼에도 SK는 그러한 감독을 해임했지만)

 

어쨌든 오치아이 감독의 경우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도 흥행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재계약에 실패했다. 반면, 지난 6월 팀의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두산의 감독직에서 자진 사퇴한 현 NC 다이노스의 초대 사령탑인 김경문 감독의 경우, 화끈한 경기 운영과 과감한 선수 기용, 그리고 선수들에게 허슬 플레이를 강조하며 두산 야구의 새로운 색깔을 창조했다. 그 결과 두산은 여러 스타선수들을 발굴해냈고, 그들이 성장세와 더불어 구단의 관중 동원 역시 꾸준히 상위권을 기록하며 흥행적인 측면에서 성공을 거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김경문 감독의 두산이 성적 면에서 실패를 거둔 것도 아니다. 2006년을 제외하면 매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2007~8년에는 두 시즌 연속으로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성적 면에서 결코 실패한 감독이라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구단과 팬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우승은 이뤄내지 못했다.

 

표면적으로는 감독 스스로 자진 사퇴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사실 이미 구단 내부에서 김경문 감독이 팀을 우승으로 이끌지 못한 것에 대해 말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일부 팬들 사이에서도 김경문 감독의 능력이 한계에 부딪힌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을 정도였다.

 

감독이란 참으로 힘든 직업이다. 성적과 흥행 중 한 가지를 완벽하게 충족시킨다 하더라도, 다른 쪽에서 다소 미흡한 성과가 나타나면 그것만으로도 해임사유가 된다. 결국 구단이 마음만 먹으면, 설령 그 대상이 신()이라 하더라도 해임시키는 데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는 이야기다.

 

만약 화끈한 경기력으로 팬들을 환호하게 만들 수 있는 김경문 감독이 주니치의 감독 자리에 앉고, 경기는 다소 지루하고 루즈하게 진행될지 모르나 성적만큼은 확실히 보장되는 오치아이 감독이 두산의 감독을 맡는다면, 그리고 실제로 그들의 바람대로 주니치는 관중동원에 성공하고(하지만 성적은 이전에 비해 다소 부진), 두산은 염원하던 우승을 일궈낸다면(하지만 흥행은 다소 부진), 두 구단은 과연 만족할 수 있을까?

 

물론 일시적으로는 만족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감독들은 해임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가 생겨버렸다. 모든 프로야구 구단이 원하는 건 모든 프로야구 팬들이 좋아할 만한 야구를 하면서 흥행과 성적이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그와 더불어 팬들 사이에서의 평판까지 좋은 감독일 것이다. 하지만 이건 욕심이 아닐까? 감독은 전지전능한 슈퍼맨이 아니다!

 

// 버닝곰 김성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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