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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준PO 예상] 윤석민의 KIA가 이길 것이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1. 10. 7.



야구팬의 가을은 9월부터가 아니다. 날짜는 무의미하다. 야구팬의 진정한 가을은 정규시즌이 끝나고 포스트시즌이 시작되면서부터다. 이제야 가을이 찾아온 셈이다.

 

6개월이 넘는 여정을 거쳐 패권에 도전할 자격을 갖춘 4팀이 가려졌다. 1~2위를 차지한 삼성과 롯데는 잠시간의 휴식을 갖게 되지만, 3~4위인 SK KIA는 곧바로 다음 라운드 진출 티켓을 거머쥐기 위한 또 한 번의 승부를 펼쳐야 한다. 5 3선승제로 치러지는 준플레이프(PO) 8일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사실 올 시즌의 상위 4팀은 전력 차가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김광현과 이범호의 부상만 아니었더라면 1위 싸움이 이토록 싱겁게 끝나진 않았을 테니 말이다. 물론 야구에 만약이라는 가정은 필요치 않지만, PO부터 시작한 팀이라 해도 우승 가능성 없진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어쨌든 가을을 앞두고 SK는 김광현이 돌아왔고, KIA는 이범호가 돌아온다 해도 대타로나 기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과연 준PO의 승자가 되어 2위 롯데에 대한 도전권을 손에 넣을 팀은 어디가 될까?

 

SK의 강점과 약점

 

SK는 지난 4년 동안 모두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그 중 3번을 우승했다. 준우승이었던 2009년에도 그들이 보여준 집중력은 놀라운 것이었다. 박정권, 최정, 정근우를 비롯한 타자들과 정대현을 필두로 한 불펜은 언제나 가을의 전설을 썼던 주역들이다. 가을에 보여주는 SK 특유의 집중력, 이것이 감독이 바뀐 지금도 유지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강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허약한 선발진은 최대의 약점이자 아킬레스건이다. 올 시즌의 SK에는 10승 투수가 한 명도 없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SK는 매년 10승 투수를 3명씩 배출했었고, 작년에는 김광현(17)과 카도쿠라(14)가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한 경기를 믿고 맡길만한 고정선발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PO에서는 김광현-송은범-고든 정도가 선발로 등판할 것으로 보이지만, 신뢰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KIA의 강점과 약점

 

KIA 2009년 한국시리즈에서 SK를 꺾었었다. 김성근 감독이 이끌던 SK에 지난 4년 동안 가을의 단기전 시리즈에서 유일하게 패배를 안겨준 팀이다. 그리고 올 시즌 SK와의 시즌 맞대결에서도 11 8패로 앞섰고, 유독 SK를 상대로 강한 선수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양현종(SK전 평균자책 0.86)과 서재응(2 1.93)이다. 로페즈와 트레비스가 불안하다 해도, 윤석민과 이들 두 명이 선발로 등판한다면 적어도 선발 매치업에서는 SK를 압도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타력이다. 가진바 전력을 모두 동원할 수 있다면 롯데와 견주어도 뒤쳐지지 않는 화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범호의 출장이 불투명한 가운데 최희섭과 김상현 역시 100%라 볼 수 없다. 3~5번을 책임져줘야 할 선수들이 모두 물음표이니, 전력이 반감될 수밖에. 게다가 이용규와 김선빈도 하락세다. 나지완과 안치홍 정도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들의 활약만으론 부족하다. 불펜의 힘에서 확연히 밀리는 만큼, 선발 투수가 마운드에 있을 때 타선이 점수를 벌어주지 못하면 어려운 경기를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양팀 감독의 투수 운용이 시리즈 승패를 가늠할 듯

 

김성근 감독이 떠난 후에도 SK의 투수운용에는 별 이상이 없었다. 문제는 오히려 타력에서 나타났다. 김성근 감독의 스타일은 찬스가 나면 대량득점을 포기하더라도 어떻게든 1점을 얻는 야구였다. 적어도 가을에는 그 스타일을 철저히 고수했고, 그것이 강력한 불펜의 힘과 맞물려 승리를 얻어내곤 했다. 하지만 이만수 감독대행의 스타일은 다르다. 단순히 힘과 힘의 싸움이 된다면, 적어도 타력에 있어서는 SK KIA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 KIA에 이범호가 빠졌다 하더라도 말이다.

 

게다가 수비력에서도 차이가 없다. 올 시즌 SK 수비진은 68개의 실책을 범했는데, 이 보다 실책이 적었던 유일한 팀이 바로 KIA(67). 3위인 삼성(75)이나 꼴찌인 롯데(106)와의 차이를 고려하면 유독 두 팀의 수비가 강력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이범호가 빠진 만큼 KIA는 수비에서도 전력누수가 있지만, 그건 박경완과 조동화가 빠진 SK도 마찬가지다.

 

결국 차이가 나는 것은 투수력이다. 힘의 차이가 난다기보단 구성과 스타일의 차이다. KIA SK에 비해 선발진이 월등히 강하고, SK KIA에 비해 불펜이 압도적으로 강하다. 결국 이번 시리즈는 양팀 감독이 전혀 다른 스타일의 투수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다.

 

1차전의 중요성,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1차전이다. 단기전 시리즈에서 1차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이번 준PO는 특히 더 그렇다. 1차전에서 이긴 팀이 최종승자가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다.

 

KIA는 윤석민 외에도 로페즈-서재응-양현종 정도가 준PO에서 선발로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중 서재응과 양현종은 SK에 매우 강했고, 로페즈 역시 2009년부터 SK만 만나면 펄펄 날기로 유명하다. 트레비스도 올 시즌 SK전에 5번 등판해 1.90의 놀라운 평균차잭점을 기록했다. 누가 선발로 등판하든 적어도 2~4차전의 경우는 선발 매치업에서부터 KIA가 앞선다고 볼 수 있다.

 

SK가 유일하게 선발 매치업에서 밀리지 않는 경기가 바로 김광현이 등판하는 1차전이다. 김광현은 지난 3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4이닝 1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을 과시한 후, 일부러 일찍 마운드에서 물러나 준PO 1차전을 준비했다. 익숙한 5일만의 등판이며, 메이저리그 코치 출신의 이만수 감독이라면 윤석민과의 맞대결을 피하지 않을 것이다.

 

선동열-류현진에 이어 올 시즌 역대 3번째로 투수 부문 트리플 크라운의 주인공이 된 윤석민도 김광현과의 맞대결을 피할 이유가 없다. 윤석민은 지난 9 24일 경기를 마지막으로 18승 도전조차 포기하고 준PO를 위해 2주간의 휴식을 취했다. 힘든 시즌을 보냈던 만큼, 2주 간의 휴식은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류현진과 더불어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에이스 3인방으로 꼽히는 둘의 맞대결, 게다가 컨디션도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을잔치가 낯설지 않은 선수들인 만큼 자신의 기량을 맘껏 과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특급 에이스끼리의 진검 승부가 모처럼 가을잔치를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승부에서 윤석민이 좀 더 유리하다고 보고 있으며, 따라서 KIA의 준PO 승리를 예상하고 있다. 둘 중 누가 더 그릇이 큰 선수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적어도 현 시점에서의 완성도는 윤석민 쪽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윤석민은 뛰어난 구위와 제구력을 모두 겸비한 투수다. 탈삼진 능력이 뛰어날뿐더러, 맞춰 잡는 피칭도 가능한 만능형이다. 긴 이닝을 책임져주는 만큼 불펜에 부담을 덜어주는 편이며, 올해 데뷔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적어도 올 시즌만 놓고 본다면 윤석민이 최고다.

 

김광현은 단순히 구위만 놓고 보면 3인방 가운데 가장 뛰어다나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김광현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달성한 ‘3년 연속 2점대 평균자책점은 류현진도 해내지 못한 위업이다. 제구력이 불안하기 때문에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표현했을 뿐, 지닌바 능력은 확실히 대단하다.

 

그런데 김광현은 기본적으로 칠 테면 쳐 봐라는 식으로 뒷일 생각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공을 뿌리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지금껏 그 뒷감당은 김성근 감독이나 박경완이 했었다. 그들의 존재가 있었기에 김광현이 언제나 구위만 믿는 무지막지한 피칭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가을엔 그 두 명이 곁에 없다. 올 시즌 부진했던 김광현이기에, 더더욱 100%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KIA에는 참을성과 재치를 겸비한 타자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특히 이용규와 김선빈은 무엇보다 까다로운 상대며, 유독 SK전에 강했다. 이종범도 3개의 홈런이 모두 SK전에서 나왔다. 과연 김광현이 KIA 타자들을 완벽히 제압하고 윤석민과의 맞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김광현이 1차전을 잡아준다면, 윤석민을 꺾었다는 이유 하나로 시리즈의 분위기는 완전히 SK 쪽으로 기울 것이다. 그렇다면 다소 힘이 들더라도 SK가 시리즈를 승리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김광현이 무너진다면, 이번 시리즈는 KIA 3연승으로 끝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그만큼 이번 1차전의 승부가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KIA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공은 둥글고, 야구는 심판의 마지막 콜이 있기 전까진 섣불리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스포츠다. 두 팀이 맞붙은 2009년의 한국시리즈는 역대 한국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역사를 통틀어도 손에 꼽힐만한 최고의 명승부였다. 이번에도 그런 열띤 승부를 기대해 본다. 야구팬의 가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뜨거운 계절이니까.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SK 와이번스,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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